『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2009년 올해의 책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2009년 올해의 책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2009년 올해의 책
수리공이 된 철학자 매튜 크로포드가 전하는
사무실에 갇힌 당신의 삶을 깨우는 철학에세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선정!
정치철학박사이자 워싱턴 싱크탱크 소장, '지식인'이란 명예와 고액 연봉. 성공을 보장하는 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오토바이 수리공이 된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여기 실제로 그런 결단을 내린 인물이 있다. 더 나아가 그는 이렇게까지 말한다. 어떤 지적 노동보다, 어떤 사무직 일보다 오토바이 수리가 훨씬 지적으로 풍요로운 일이라고.
<모터사이클 필로소피>는 오토바이 수리공이 된 철학자 매튜 크로포드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의 가치에 대해 살펴본 책이다. 오늘날 기업이 상품 대신 브랜드 이미지를 생산하고 학교도 그에 맞춰 학생을 교육하면서, 현대인은 "모든 걸 다 아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저자는 "손으로 하는 일의 가치"를 되살리는 게 이 기형적인 상황을 치유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사무직 일의 '공허함'과 다르게 기계 수리, 목공, 농사 같은 손일은 일하는 사람과 세상을 연결시키고, 그 세계의 일부를 책임지고 있다는 감각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식은 수많은 미국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수많은 언론들은 찬사를 보냈다(보도자료 5~6쪽 참조).
하지만 무한 경쟁사회로 치닫고 있는 한국에서 이는 너무 '한가한' 주장 아닐까? 저자는 손일이 경쟁력 면에서도 지식노동을 훌쩍 앞서갈 거라고 말한다. 세계경제체제가 발달하고 인터넷이 널리 퍼지면서, 공산품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은 해외로 이전되고 사무직 노동도 해외 위탁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목공, 기계 수리 같은 삶과 밀착된 일은 해외에 맡길 수도, '다운로드'할 수도 없다.
한국이 후기산업사회 세계경제를 향해 급격하게 나아가면서, 직업 시장에서 극단적인 승자-패자 구도가 양산되고 있다. 동시에 한 케이블 프로그램을 통해 수리공에서 가수가 된 청년에게 붙은 '인생역전'이란 푯말 뒤편에 자리한 직업 차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딘' 사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튜 크로포드가 보여주는 새로운 일의 비전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며 뼈아프게 다가온다.
우리는 점점 멍청해지고 있다? - 손일이 지닌 가치와 지식노동의 함정
우리는 은연 중에 "지식노동(사무직) 대 육체노동(손일)"이라는 이분법을 받아들인다. 저자는 이것이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즉, 칸막이 사무실 일은 무조건 머리를 쓰고, 육체노동은 생각 없이 몸만 쓰면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분법을 자기도 모르게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손을 써서 일하는 순간, 우리는 이 세상과 훨씬 풍부하고 지적인 교류를 시작한다. 저자의 전문 분야인 오토바이 수리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먼저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소리, 냄새, 감촉"의 미세한 차이들을 구분해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직감'의 형태로 주어지지만, 이 직감을 갖추기 위해선 '오랜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마치 소방관이 불타는 건물이 언제 무너질지 '직감적으로' 아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에 대한 지적 탐구에서 나온다. 저자는 나아가 이런 육체노동과 세계의 만남이 자연과학의 탄생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역사적' 지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머릿속 경험의 자료실부터 오토바이 애호가·골동품기계 수집가·수리공 모임의 집단적인 기억에 이르는 다양한 정보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 정보가 쌓이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기억의 아카이브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지식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손일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사무직 노동자들은 세상이나 사람들과 점점 단절돼가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첫째로 20세기 초반 육체노동이 잘게 나뉘어 조립라인에 맞게 단순 노동화되는 과정을 거쳤듯이, 21세기 초반 들어 사무실 노동이 잘게 나뉘어 단순 노동화되고 있다. 둘째로 명확한 상품이 아닌 애매한 브랜드 이미지의 생산이 중요해지면서, "아무데나 덤벼대고 특정한 전문 기술이 없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경영 컨설턴트"가 사무직의 역할 모델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우리가 해가 지날수록 멍청해지는" 이유가 이처럼 세상과 맞닿은 생생한 앎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허세로 가득 찬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라! - 세상 속에서 발견한 앎과 삶의 조화
연구비를 지원하는 회사들의 입장과 일치한 결과를 '생산'해내야 하는 워싱턴 싱크탱크 일에 지친 매튜 크로포드가 처음 정비소를 차린 건,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의 허름한 창고였다. 그곳에는 다른 정비사들은 물론, 부업으로 마약을 파는 레즈비언 건축 도급업자, 술꾼, 이라크 인 건물 관리인과 그 동생, 3류 모델에 이르는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수상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창백한 지식을 생산하는 싱크탱크보다 이곳이 훨씬 "연구하기에 더 좋아 보였다"고 말한다. 이 뒤죽박죽인 상태가 오히려 "실험정신을 북돋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터사이클 필로소피>는 세상과 분리된 지식을 삶 속에서 다시 발견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어릴 적 속했던 공동체에서의 경험, 전기기사로 일하던 시절의 경험, 차를 거칠게 몰고 다니던 날라리 시절, 이른바 '지식노동자'로 일하면서 느낀 염증, 그리고 한 사람의 오토바이 수리공으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삶과 맞닿은 진정한 지식의 참모습을 발견한다. 즉, 이것은 한 아이가 세상 속에 뛰어들어 지식인이자 생활인으로서 성장해가는 모험담인 것이다. 그리고 그 모험 끝에 그는 앎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길을 발견한다.
박제된 사유, 생명을 얻다! - 삶을 위한 지식, 철학의 재발견
실제 경험이 이 책을 이끄는 주요 뼈대라면, 그 축을 둘러싼 철학적 사유들은 이야기를 풍요롭게 하는 살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는 이를 단순히 지식으로서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 삶 속에서처럼, 박제된 사유 속으로 뛰어들어 그것이 삶의 지식이었던 순간을 되살려내서 재해석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무력한 운명론과 오만한 통달의 환상 사이에 난 길을 찾아내고, 현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가 삶과 사유를 이간질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한다. 또 하이데거에게서 소박한 손일의 철학을 읽고, 아렌트에게서는 우리와 세계가 맺는 관계의 중요성을 발견한다.
몸으로 부딪치는 순간, 새로운 길이 보인다
이성과 육체의 분리,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의 이분법은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속에서 헤매지 않기 위한, 그리고 이후 세대들이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매튜 크로포드는 기술 수업의 복원, 직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등 몇몇 답을 제시하지만, 사실 정답은 이렇게 간단히 정리되어 전달될 수 없으며 저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저자의 주장처럼 그것을 '몸으로' 느끼지 않는 한, 그것은 또 다른 의미 없는 주장에 그쳐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답은 오히려 온갖 편견과 부딪치며 그가 낸 길 위에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독자에게 공허한 일을 멈추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되돌아 보라고, 나아가 함께 새로운 길을 걸어가자고 북돋는 '초대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