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 폴리오 문학상 최종 후보
★ 골드스미스 프라이즈 최종 후보
★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 뉴욕타임스 문학비평가가 선정한
21세기의 읽기와 쓰기 방식을
새롭게 형성한 여성 작가 15인
“레이첼 커스크는 젠더, 권력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대한 그녀만의
생각을 담은 또 하나의 매혹적인 배를 만들었다.”
영국_가디언
대담한 서사적 실험!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창조한 레이첼 커스크
레이첼 커스크는 영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하는 작가다. 세계 언론은 커스크를 W. G. 제발트와 비견되는 작가라 평하면서 세련되고 우아한 작품의 형식을 높이 평가했다. 각종 사회 문제와 더불어 페미니즘 소설이 쏟아져 나오자 그의 작품이 재평가되고 작품과 연결된 그의 인생 또한 주목받고 있다. 레이첼 커스크의 작품 속 인물들은 평범한 중산층 여성처럼 보이지만 내면의 상처나 갈등을 간직한 인물들이다. 『윤곽』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와 비슷하다. 『윤곽』은 ‘윤곽 3부작’ 『윤곽』 『환승』 『영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으로 작가 자신의 삶이 투영된 자전소설이다.
“저는 앞으로는 자서전만이 유일한 예술형식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묘사나 인물 같은 것들은 예술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미 죽어버렸거나 죽어가고 있습니다.”
- 레이첼 커스크, 『가디언』지 인터뷰 중
『윤곽』을 자전소설로 분류하는 이유는 화자인 파예와 실제 작가 레이첼 커스크의 모습이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파예가 남편과 이혼한 후 두 아들과 함께 런던에서 산다는 설정이나 글쓰기 강의를 하러 아테네로 떠난다는 설정은 레이첼 커스크의 실제 상황과 유사하다.
나는 런던에 살고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에 시골집에서 이사를 했는데, 그 집에서 아이들과 지난 3년 동안 살았고, 그 전에는 7년 동안 남편도 함께 살았다고 했다. 말하자면 그건 가정이었고, 그곳에 살면서 그 집이 무언가의 무덤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 무언가가 현실이었는지 환상이었는지는 이제 확실히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했다._14쪽
레이첼 커스크는 남편과 이혼한 후 심리적 상실을 겪고 가공된 인물과 인위적인 이야기에 구역질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이혼으로 자신의 자아가 파괴되어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실감했고, 결혼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서 전통적인 소설에 대한 믿음도 무너졌다고 이야기했다.
레이첼 커스크는 10년간의 결혼 생활과 이혼의 아픈 경험을 담은 에세이 『후유증: 결혼과 이혼』(Aftermath: On Marriage and Separation, 2012)을 발표하고 영국 문단에 큰 파장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임신과 출산, 결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는데, 여성을 짐승에 비유해 모성을 무자비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며 수많은 사람의 질타를 받았다.
2012년 ‘더블린 작가 페스티벌’에서 열린 북토크 행사를 함께한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와 레이첼 커스크.
이혼과 작품 논란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이후 그의 작품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노르웨이의 거장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는 “직조된 플롯 속에 등장하는 직조된 인물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토할 것 같았다”라고 말했는데 레이첼 커스크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 레이첼 커스크와 크나우스고르의 작품과 문체는 확연히 다르지만 비슷한 작품관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자전소설의 결정체’로 함께 거론되는 작가들이다.
작품 속 기교가 생략된 자리에는 작가의 진정성만이 남아 독자에게 더욱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큼 더 훌륭한 소설적 장치는 없을 것이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
이혼으로 인한 상실과 단절을 겪은 레이첼 커스크의 인물들
『윤곽』은 주인공 파예가 여름 학기 글쓰기 강의를 하러 아테네로 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특별한 사건 없이 파예가 만나는 인물들과 대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잔잔하면서도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이 소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흥미로운 점은 파예의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최소 한 번의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똑같이 이혼을 경험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며 독자들은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자신에게 투영해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파예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비행기에서 만난 옆자리 남자다. 그는 몇 년 전 남편과 이혼했다고 말하는 파예에게 자신의 결혼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자는 첫 번째 아내와 아이 둘을 낳고 재산을 늘려가며 풍족한 생활을 했다. 그의 첫 번째 결혼은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조화로운 시절이었지만 한 번의 말다툼으로 산산 조각나고 말았다.
남자는 아내와 말다툼을 한 후 정박해놓은 요트에서 생활했다. 그는 장인의 말을 따라 아내와의 공동재산을 포기하고 이혼을 하며 자신을 가두고 있던 그릇을 깨뜨리고 싶은 혈기를 느꼈다. 그는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아내와의 삶을 무덤덤하게 깨뜨릴 수 있었지만 이혼 후의 삶은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남자의 두 번째 아내는 아주 우아한 미인이었지만 책을 멀리하고 사치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아내를 충족시키기 위해 맹목적으로 일에 매달려야 했고 첫 번째 아내의 단정함과 그녀와 함께 나누었던 과거의 깊이 같은 것들에 그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첫 번째 아내는 불행한 시기를 지난 후에 스키 강사와 재혼했고 그 무렵 남자는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그녀와의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첫 번째 아내와 정기적으로 통화를 하면서도 1분이 넘어가면 짜증을 느꼈고 그녀와 다시 결합했어도 그들의 관계는 똑같은 결말을 맺었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남자는 자신의 두 번째 아내가 첫 번째 아내와 낳은 아이를 방치했다고 이야기한다. 그와 두 번째 아내 사이에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자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그의 고향 섬에서 여름을 보내던 중 또 한 번의 이혼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사랑을 믿는다고 말한다.
그래도 저는 사랑을 믿습니다. 사랑이 거의 모든 것을 회복시켜주니까요. 그리고 사랑이 그렇게 회복시켜주는 동안은, 아픔도 사라지니까요. 예를 들어, 당신이─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지금 슬프다고 해도,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슬픔은 멈추는 겁니다.”_35쪽
파예는 객관성이 결여된 비행기 옆자리 남자의 이야기에 의구심을 품고 아테네에서 다시 그와 만나게 된다. 남자는 두 번째 아내와는 달리 순수하고 단순하며 근검절약이 몸에 밴 세 번째 아내와의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리원칙에 기반을 둔 두 사람의 가정은 평온했지만 세 번째 아내는 아이를 낳고 나서 부부관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남자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이혼을 결심한다.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으로 남자는 삶이라는 것을 어떤 과정으로 이해했으며 자신이 평화와 지루함,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부러 모든 일을 망쳐버린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파예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첫 번째 아내와 이혼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그의 외도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그가 자극이라는 개념에 이끌려 이미 평가된 자신의 모습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두 아들의 삶에서 아름다웠던 것들은, 엄격히 말하자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을, 상대방과 함께 꿈꾸었던 결과라는 사실 말이다.
나는 그것이 사랑에 대한 하나의 정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직 두 사람만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믿는 일._97쪽<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