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을 지닌, 가끔씩 길 잃고 용기를 놓친 작가와 한 붓으로 걸작을 써 내려간 위대한 조력자들 카카오 브런치 금상 수상작 네이버 오디오 클립 연재작 팟캐스트 「책 읽는 라디오」 연재작 서로 달라 보이는 복싱과 작가 활동에는 비슷한 점이 있다. 바로 링 밖에 선 이들이다. 그들은 선수와 한 발짝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다. 그들은 로프 뒤에서 경기 내내 소리를 지른다. 간절히 승리를 기원한다는 점에서 응원과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응원은 아니다. “링 밖에 내가 있다, 당신이 원하면 언제든 함께 퇴장해 줄 내가 링 밖에 있다.” 그들은 그저 이런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링 밖에 선 이의 신호가 멈추지 않는 한 작가들은 언제까지고 경기를 이어 나갈 것이다. 『작가를 짓다』는 바로 링 위에 선 이들 그리고 링 밖에 선 이들의 신호를 담고 있다. 작가의 대단하지 않은 시작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그들이 언제까지고 링 위에 머물 수 있도록 소리쳐 주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부디 이 책이 여러분을 작가의 집 앞, 혹은 지금도 작가가 경기를 치르고 있는 링 가까이로 데려다주었으면 좋겠다. - 본문에서 위대한 작가는 홀로 탄생하지 않는다, 문호와 명작을 만들어 낸 숨은 영웅들을 만나다 카카오 브런치(https://brunch.co.kr) 금상 수상작, 네이버 오디오 클립 및 팟캐스트 「책 읽는 라디오」 연재작 『작가를 짓다』가 전면적인 개고 끝에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지난 수년 동안 다양한 팟캐스트를 기획, 제작한 저자 최동민은 이제껏 관성적으로 이뤄져 온 ‘작가 중심’의 작품 분석을 넘어, 시공을 초월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또 읽히는 명작과 그것을 창조해 낸 작가 곁에 늘 함께해 온 ‘위대한 조력자’의 존재를 샅샅이 규명해 내고자 이 책을 집필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쓰기’를 작가 홀로 맞서 싸워야 하는 고독한 투쟁이라 생각하곤 하지만 그 어떤 거장도, 그 어떤 눈부신 걸작도 결코 혼자 탄생하지 않았다. 한 권의 책은, 일종의 건축물처럼 착상과 설계, 시공과 완성에 이르기까지 숱한 사람들의 도움과 격려, 헌신적인 지지를 필요로 한다. 물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내려면 작가 자신의 재능과 부단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홀로 살아갈 수 없듯이 작가와 작품 또한 동일한 운명을 지닌 채 태어난다. “빅토르 위고가 될 거야. 프랑스 대사가 될 거야. 위대한 장군이 될 테고 ,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을 거야…….” 어머니의 거친 기대와 희망은 로맹에게 연결된 사랑의 탯줄이었다. 그것이 로맹을 살게 했다. 그것이 로맹을 프랑스인으로 , 전쟁의 승리자로 , 위대한 예술가로 만들어 주었다. 그런 그녀 앞에서 로맹이 이룬 모든 영광은 게으른 지각생이었다. 앞으로 얻게 될 모든 작품과 제복 역시 마찬가지였다. 로맹은 그녀의 무덤 앞에 책과 훈장 그리고 백합을 놓았다. 모든 영광을 그곳에 놓고 나자 로맹은 소년이 되었다. 한심할 정도로 작아진 모습의 로맹은 어머니의 곁에 누웠다. 두 사람의 얼굴에 쏟아진 햇살은 이제야 아침을 가리키고 있었다. 겨우 아침이었다. 약속을 지킬 시간은 아직 충분했다. 로맹은 마지막으로 게으름을 피우기로 했다. 로맹은 조금 더 어머니 곁에 누워 있기로 했다. -「로맹 가리와 새벽의 약속, 니나 카체프」에서 “그는 훌륭한 편집자예요. 정말 영리하고 편집에 있어 매우 예리한 사람이었죠. 그래요 , 아마도 그는 위대한 편집자일 겁니다. 그리고 확실한 건 그가 제 편집자이면서 친구라는 점입니다. 이 두 사실은 저에게 거대한 행운입니다.” 카버의 말처럼 리시는 미국의 많은 작가들에게 있어 영리하고 훌륭하며 위대한 편집자였다. 그리고 카버에게는 그의 문학이 가야 할 길의 이정표를 보여 준 편집자였다. 게다가 그는 편집자이기에 앞서 카버의 열렬한 독자였고 카버의 작품을 정확히 이해하며 열광해 주는 인물이기도 했다. 과하다고 말할 수 있는 편집에도 카버의 작품이 절묘하게 본질을 잃지 않았던 것 , 그리고 가능한 최대의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이 두 가지는 고든 리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카버의 문학 세계에 리시가 제시한 이정표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예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카버의 삶은 더욱 처참했을 테고 빈 술병만이 바닥을 굴러다녔을 것이다. 그 끝에 남은 것이라고는 서랍 속에 잔뜩 쌓인 종이 뭉치가 전부였을지 모른다. -「레이먼드 카버에게 이정표를 제시한 고든 리시」에서 밤 12시.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난 히카리를 기다렸다가 담요를 덮어 준 겐자부로는 아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잘 자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 짧은 시간의 반복이 어느덧 몇십 년째였다. 그런 반복이 끝나고 아침 해가 떠오르면 이제 겐자부로의 차례였다. 그는 원고지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원고지 밖에서는 구부정하게 앉은 히카리가 음악을 듣고 있고 거실엔 히카리의 음악 소리와 겐자부로의 펜 소리가 교차하며 퍼졌다. 이 풍경이 겐자부로의 글이었다. 이 풍경으로 겐자부로와 그의 펜은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잠시 안개가 끼고 어둠이 내린다 해도 그 풍경에는 ‘빛’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점심을 먹자는 아내의 목소리에 겐자부로는 잠시 펜을 내려놓고 히카리의 곁으로 다가간다. 여전히 음악에 집중하고 있는 히카리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자 익숙한 온기가 손을 타고 전해진다. 히카리는 오늘도 같은 온도였다. 겐자부로는 오늘도 글을 쓸 수 있었다. -「오에 겐자부로의 빛과 온도, 오에 히카리」에서 어떠한 일이든 성공한 뒤에 돌아보면 도중에 생긴 실패나 위기마저도 지극히 당연한 결과에 이르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처럼 보일 터다. 하지만 성공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로 위대한 작품을 써내기란 여간 어려운 과업이 아니다. 우리가 도서관에 꽂힌 모든 책의 존재를 하나부터 열까지 알지 못하듯, 우리가 익히 하는 거장들도 처음에는 정녕 대단하지 않은 첫 줄을 끼적이며 실패와 좌절, 잊히거나 주목받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에 몸을 떨어야 했다. 누구는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지 못했고(로맹 가리, 안톤 체호프, 애거서 크리스티, 줄리언 반스), 또 어떤 이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삶의 절대적인 요구 속에 펜을 꺾을 뻔하기도 했으며(레이먼드 카버, 스티븐 킹), 작품 자체가 곤경에 처하거나 한계에 직면한 창조력 탓(제임스 조이스, J. R. R. 톨킨, 헤르만 헤세, 조지 오웰, J. D. 샐린저, 오에 겐자부로)에 작가로서의 삶이 흔들리기도 했다. 우리는 이 모든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을 읽고 음미하며 그 경이로운 승리에 감동한다. 하지만 그들의 삶과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이들의 인생이 그러하듯 위태로운 순간과 깊디깊은 절망이 크게 소용돌이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이러한 갖가지 역경 속에서, 흔들리는 작가의 손과 마음을 붙잡아 펜촉이 다 마르기 전에 한 붓으로 명작을 써 내려간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저자는 바로 이 숨은 영웅이자 진정한 주인공, 위대한 조력자라 할 수 있는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조명해 내기 위해 『작가를 짓다』를 썼다. 작가와 작품 곁에 부모, 배우자, 자식 혹은 편집자와 스승, 멘토, 친구 등의 모습으로 자리해 온 그들의 존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독자들에게 깨달음과 위로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문호와 명작이라는 웅장한 건축물’에 새로운 빛을 드리우고 있다. 가장 고독한 작업에조차 진실한 사랑과 무한한 지지가 스며 있다, 작가와 작품이라는 따스한 건축물 아래서 참된 인간성을 회복하다 매일매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책은 반짝 인기를 얻다 사라지고, 또 어떤 책은 변변한 주목조차 받지 못한 채 쓸쓸히 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