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철학

누구나 ‘폭력은 안 됩니다’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말이 옳으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세상은 폭력으로 넘쳐나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을 세상을 단지 폭력과 비폭력으로 나누고 폭력적인 것은 모두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하는 구호 앞에서 무엇인가 석연치 않고, 망설임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한다. 점령지에 느닷없이 나타나 폭탄을 발사하는 이스라엘군의 탱크와 사제폭탄을 온몸에 칭칭 감고 자폭하는 팔레스타인의 폭력이 똑같은 힘은 아닌데, 둘 다 그저 폭력일 뿐이니 모두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진정 폭력에 반대하는 것일까. 『폭력의 철학』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폭력을 구분 짓고 해석하는 판단력에 관한 책이며, 그러한 구별아래 맞서야할 폭력과 옹호해야할 폭력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옹호해야 할 폭력이 있다는 것이지 어떤 폭력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모든 이슬람의 폭력은 정당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이 내세우는 명분만으로 폭력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폭력의 철학』은 그저 ‘폭력은 안 됩니다’라는 구호가 더 잔혹한 폭력의 배치와 행사를 정당하게 만들 수 있는 논리(‘폭력에 더 큰 폭력을!’)를 배제하지 않으므로,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폭력에 어떤 선을 긋는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