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스드 아이즈

이제재 · Poem
1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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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달 시집 21권. 이제재의 첫 시집. 이제재는 이번 시집을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본 시집은 아픔을 딛고 다시 살아가려는 이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유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육체의 아픔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들에게 삶이란 난데없이 찾아온, 감당키 어려운 것이다. 편견 어린 외부의 시선을 피해 내면의 굴을 파던 이는 어느 날 바깥에서 쏟아지는 빛을 마주한다. 그에게 그것은 훼손되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또한 우리를 더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아름답게 여긴다고 하더라도 그 아름다움이 훼손되지는 않는다는 이상한 발견이다. 그 울렁이며 반사되는 빛 속에서 우리는 계속 살아가려는 듯이 움직이고 있는 우리들의 초상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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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부 배영 글라스드 아이즈 육체에 대한 꿈 월드 자주 있는 일 줄지어 걷는 흑염소 무리와 거꾸로 매달린 체리 꼭지들 선생님 굴 뱉기 4교시 방과 후 리플렉션 ? 평행한 세계 2부 성 안드로이드 파라노이드 페트로누스 성장기 셋 중성인간 해피니스 생활 고기 공 3부 백 개의 튜브가 떠 있는 바다 두려움이 아닌 흉내 아게르, 까마귀 마을 장거리 연애와 바닥에 흥건한 스파게티 소스 욕조 속의 오수 택시, 이리로 와요 아게르의 제사장 맑은 계절에 걸린 거울 홀 4부 산책 반사되는 빛 화이트보드 바늘의 시간 겨울 행성 구름과 인어와 은빛 나사들 두 개의 뿔과 자기 안의 기후 쓰는 사람 부록 반사되는 빛

Description

훼손되지 않는 아름다움을 위하여 이제재의 첫 시집 『글라스드 아이즈』가 21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이제재는 이번 시집을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본 시집은 아픔을 딛고 다시 살아가려는 이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유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육체의 아픔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들에게 삶이란 난데없이 찾아온, 감당키 어려운 것이다. 편견 어린 외부의 시선을 피해 내면의 굴을 파던 이는 어느 날 바깥에서 쏟아지는 빛을 마주한다. 그에게 그것은 훼손되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또한 우리를 더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아름답게 여긴다고 하더라도 그 아름다움이 훼손되지는 않는다는 이상한 발견이다. 그 울렁이며 반사되는 빛 속에서 우리는 계속 살아가려는 듯이 움직이고 있는 우리들의 초상과 마주한다. 다른 몸, 다른 차원의 가능성을 꿈꾸기 “분명히 세상에 없었던 언어의 자막처럼 이상한 발견이라고들 할 거야. 꼭 필요한 만큼의 언어로 굴 지도를 그려내고 시간과 기억을 발굴하는 시인 이제재.” (김이듬 시인) 김이듬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제재의 시가 지나간 시간과 기억을 발굴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어떤 이들은 자라면서 자신의 과거를 깊은 곳에 묻는다. 이를 덮어두려는 까닭은 그것을 파헤쳤을 때 마주하게 될 유년의 고통을 다시금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유예만으로 더는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는 덮어두었던 과거를 찾아서 기억의 굴을 파내려간다. 이 굴을 파내려갈 때 마주치게 되는 것은, 자신이 만들고 만났던 굴의 아이들이다. 드디어 내가 내 안을 개봉했을 때 그곳엔 굴, 네가 홀로 있었고 의사는 다 치유되었습니다 했지만 글쎄요 너는 기어코 아슬아슬하게 차에 치이지 않은 순간처럼 어린 너와 만나게 되는 겁니다 -「굴 뱉기―굴의 아이 2」 부분 『글라스드 아이즈』에는 ‘굴의 아이’의 성장기가 담겨 있다. 이제재에게 삶은 난데없는 것이다. 삶은 “난데없이 부모가 된다는 것과 난데없이 부모를 가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를 낳을지 선택할 수 없고, 누구로부터 태어날지 혹은 태어나지 않을지를 선택할 수 없다. 아플지 그러지 않을지 선택할 수 없고,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날지 선택할 수 없다.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무수한 과정들을 통해 우리는 결정된다. 우리에게는 결정을 물릴 권한이 없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결정을 넘어서는 다른 꿈을 꾸는 일뿐이다. 오늘은 중성인간이고 싶습니다 5 대 5 가르마처럼 정갈하게 얼굴을 나눠 가진 남녀이고 싶어요 그런 한 몸으로도 생식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날엔 다른 음높이로 수다를 떨어보고 딸이 보고 싶은 날엔 몸을 갈라 왼쪽으로 분열해보고, 오른쪽으로 갈라 아들도 안아볼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오늘은 구김없이 여럿인 것 같은 날입니다. -「중성인간」 부분 독자들은 감각적이면서도 솔직한 목소리를 시집 곳곳에서 듣게 된다. 대표적으로 「월드」라는 시에서 이제재 시인은 스스로 시의 대상이 된다. 하나의 몸에서 샴쌍둥이처럼 함께 살고 있는 여자애와 남자애의 성장과 흡수에 관해, 자기 내부에서 자아를 분열시키며 세계를 만드는 글쓰기에 관해 시는 자기분석적인 관점으로 펼쳐진다. 육체와 세계를 포함한 많은 것들이 이미 결정된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에 대하여 한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삶을 거부하는 방식 중 하나로는 죽음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자신, 혹은 타인에게 슬프고 두렵고 괴로운 일이다. 죽음이 아니라면 다른 삶을 꿈꿔볼 수 있다. 이제재에게 시는 “다른 차원의 가능성”이다. 주어진 몸을 다른 몸으로 교환해보는 일,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른 차원의 가능성을 꿈꾸는 일이다. 이러한 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인의 자아는 서로 다른 몸을 생성하며 분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로의 골몰, 계속되는 굴파기가 현실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제자리인 삶을 우리는 그러나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가야 할 힘이 필요하다. 우리를 살게 하는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시인은 바깥으로 나가 산책하는 와중에 빛과 유리의 이미지들을 발견한다. 쏟아지는 빛 속에서 유리들에 비치는 풍경들이 서로에게 간섭하는 순간을 목격한다. 이 목격을 통해 시인은 사람들 또한 서로를 반사하며 서로의 영향이 될 수 있을지 상상한다. 이러한 상상은 곧 사람들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라는 가능성의 질문이 된다. 우리가 꿈꾸는 것들이,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많은 것들이 영향력이 되어 퍼져나갈 수 있다는 믿음은 누군가를 살게 한다. 삶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지금, 아니면 미래에라도 변화할 수 있음을 아는 것은 허무를 극복하는 힘이기에. 오래전에 너는 살고 싶지 않다고 했지 그게 죽고 싶단 말은 아니라고도 했어 아게르, 죽지 말고 살아가 왜 그래야 하는진 나도 몰라 그래도 살아가, 이 세 글자 말의 어감엔 내 진짜가 섞여 있어 그래, 그땐 나도 너였지 우는데도 울지 않는 얼굴로 말이야 -「아게르, 까마귀 마을」 부분. 추천사: 시간과 기억을 발굴하는 시인에게 삶이 신이라면, 기록되어야 한다. 손안이 흠뻑 젖은 관찰자로서, 함묵증을 가진 자기분석자로서, 시인은 음정이 불안한 록 밴드 보컬이 되어가고 있었다. 글 쓰는 자는 자기 내부에서 분열하고 자기 외부에서 자기가 된다. 삶은 난데없는 것. 계절이 지긋지긋한 메모장처럼 넘어가고 있었다. 환절기, 변성기로 은유되는 겹침의 에피파니, 소년이 되어가는 여자와 여자애의 몸으로 분해 흡수되어 가는 남자애가 있다. 중성이란 성을 가지지 않은 것일까? 그의 작품은 너와 나 사이, 여기와 저 너머 사이, 성과 성 사이, 필담과 필담 사이, 무수한 사이에서 뚝뚝 떨어지며 흘러간다. 시작과 끝보다는 유턴 지점에, 앞자리와 트렁크 사이의 뒷자리에 잠과 잠 사이의 산책에 관심이 많다. 뒤로 뻗은 팔로도 나아갈 수 있음을 알게 하는 시. 끊임없이 이동하고 되어가며 변화하고 번식 중인 과정으로서의 시. 그리하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반사할 수도 있는 유리의 리플렉션이 발생한다. 자칫하면 우리는 거기에 푹 빠지게 된다. 지금까지 나는 ‘굴의 아이’가 한 말을 따라 하고 있었다. 이만큼 이제재의 시는 독성이 있다. 누구든 “오, 글라스드 아이즈! 이처럼 낯설고 신선하며 매혹적인 시집이라니”라고 감탄하겠지. 분명히 세상에 없었던 언어의 자막처럼 이상한 발견이라고들 할 거야. 꼭 필요한 만큼의 언어로 굴 지도를 그려내고 시간과 기억을 발굴하는 시인 이제재. 그는 집에서 만든 묵직한 오믈렛 같은 걸 던지지. 사람은 무엇인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쓰는 건 무엇인가 하는 질문들. 그런데 이상한 건, 우리가 아름다운 것이 있었다고 말하게 된다는 거지. 울지도 몰라. 침묵이 금이라고 말한 선생이 또다시 “이 벙어리 새끼야 입 좀 벌리고 제대로 발음을 해!”라고 다그칠지 몰라. 그러니 입술을 둥글게 하고 천천히 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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