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롤랑 바르트 생전 연구와 강의를 기록한 유작 노트 20세기 위대한 지성, 바르트의 마지막 가르침 2015년은 롤랑 바르트 탄생 100주년이다. 또한 다가오는 3월 26일은 바르트가 사망한 지 정확히 35주기가 되는 날이다. 프랑스에서는 벌써 몇 해 전부터 바르트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 인문 출판사 쇠이유(SEUIL)에서는 일찌감치 그의 유작 강의록을 준비, 출간하였다. 1979년부터 1980년까지, 롤랑 바르트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했던 강의와 세미나를 엮어『소설의 준비』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으며 민음사에서는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라고 이름 붙인 이 강의록에는 그의 빛나는 지성과 삶, 일평생을 관통한 연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우리는 이제 탐구의 최종 단계로 들어섰다. 갑작스러운 바르트의 죽음으로, 이 강의록은 그가 남긴 마지막 글쓰기가 되어 또 하나의 운명을 주조하고 있다. 그 당시 바르트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앞으로 하게 될 여러 강의의 주제를 구상하고 있었다. 요컨대 바르트는 계속 연구 중이었으며, 미래를 염두에 두고 그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롤랑 바르트의 강의, “소설의 준비”는 하나의 대답 그 이상이다. 이것은 완전한 가르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탐구의 대항해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청중들 앞에서 탐구의 법칙을 극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탐구 대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오로지 탐구자 자신에 대해서만 알게 된다는 그 법칙을 말이다. -「서문」에서 ■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강의를 엮은 유작 노트 -생생한 육성, 바르트 특유의 직관과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이 책은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 이론가, 구조주의자, 탈구조주의자, 기호학자, 문화 철학자이기도 했던 롤랑 바르트의 “소설의 준비(La Preparation du roman, I, II)”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원래는 1978년부터 1980년 바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했던 강의와 세미나의 녹취록으로, 2003년 쇠이유 출판사에서 나탈리 레제(Nathalie Leger)의 감수 아래 출판되었다. 그러니까 바르트의 마지막 유고 저작인 셈이다. 이처럼 유고집으로 출간된 이 책은 “소설의 준비” 2부와 두 개의 세미나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소설의 준비: 삶에서 작품으로”와 “소설의 준비: 의지로서의 작품”이라는 제목이 붙은 강의로서, 1부는 1978년 12월 2일부터 1979년 3월 10일까지 13회에 걸쳐 진행되었고, 2부는 그다음 해인 1979년 12월 1일부터 1980년 2월 23일까지 11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 두 강의는 또한 각각 하나의 세미나와 연계되어 수록되어 있다. 1978년에서 1979년까지 바르트는 “미로의 은유”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와는 달리 1979~1980년의 세미나는 일단 전체 강의가 끝난 2월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이 세미나의 주제는 폴 나다르(Paul Nadar)가 포착한 프루스트와 관련된 몇몇 사진에 대한 해설이었다. 하지만 바르트는 이 세미나를 열지 못했다. 1980년 2월 25일, “소설의 준비” 강의를 마친 후에 콜레주 드 프랑스 앞 에콜 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바르트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1980년 3월 26일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예정되었던 세미나를 마치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는 바르트가 준비했던 세미나 텍스트를 수록해 놓았다. 바르트의 강의를 실제로 들었던 사람들은 그 “유창한 강의, 육중하고 매력적인 어조, 권위 있으면서도 무한정 환대를 베푸는 따뜻한 문장”을 떠올린다.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꽉” 채워지는 바르트의 강의실, 즉석에서 풀어 나가는 해설, “매우 규칙적이고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멋진 임기응변 능력” 또한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바르트는 강의에서 원고를 읽어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나, 그럼에도 실제 강의 내용과 원고 내용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러한 바르트의 강의를 고스란히 살려 낸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바르트의 생생한 육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역자 변광배 교수는 녹음된 MP3를 들으면서 현장감을 살리고자 하였으며 우리말로 충실히 옮기면서 “바르트 특유의 직관과 감수성을 맛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고 옮긴이의 말에 밝혔다. ■ 소설 쓰기, 쓰기에 대한 욕망, 바르트 저작 전체에 대한 명쾌한 강의 - “하나의 대답 그 이상이자 완전한 가르침” 그렇다면 바르트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소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 하이쿠-현재, 그리고 한 사물의 본질이 존재하는 순간을 포착하다 바르트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소설의 모습 중 하나로 일본의 ‘하이쿠’를 꼽는다. 바르트는 스스로, 자신이 프루스트와는 달리 기억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계속해 나가는 소설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털어놓는다. 따라서 바르트는 ‘과거’보다는 ‘현재’에 주목하고, ‘현재’에서도 ‘순간’에 주목한다. 그러니까 “어떤 한 사물의 본질이 현현(顯現)하는 순간”에 주목한다. 이 때문에 바르트는 ‘메모하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한 5-7-5, 즉 17음절로 구성된 짧은 하이쿠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바르트의 관심사는 단지 하이쿠와 같은 짧은 형태의 소설, 즉 단장(斷章) 형태의 소설 창작과 미학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 쓰기 행위-사랑받고자 하는 동시에 잊지 않으려는 욕망이자 이상 자아를 향한 행위 바르트는 ‘저자’란 “뭔가 할 말이 있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바르트에 의하면, 쓰기 행위는 이 행위의 주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한동안 이 세계에 존재했다는 사실에 대한 기억과 증언, 곧 그들을 ‘불멸화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 그들이 이 세계에서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 주고, 그들이 ‘역사의 허무 속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가령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바르트 자신이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지 않으면, 어머니가 이 세계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영원히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따라서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이때 바르트에게 있어 쓰기 행위는 ‘구원’과 연결된다. 또한 쓰기 행위는 이 행위의 주체가 가진, 타인들로부터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 나아가서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과도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쓰기 행위의 주체는 타인들, 곧 독자들을 유혹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쓰기는 가치를 내보이는 행위”여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쓴다. 그러므로 나는 가치가 있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쓰기 행위를 통해, 그 주체는 자신이 쓴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글을 쓸 수도 있다고 바르트는 말한다. 바르트는 이와 같은 자신의 주장을, 쓰기 행위의 주체는 이른바 ‘자아 이상(l’id?al du moi; 自我理想)’보다는 ‘이상 자아(le moi id?al; 理想自我)’를 겨냥한다는 주장으로 발전시킨다. ▷ 디아포라-존재 고유의 특성 드러내기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바르트는 ‘디아포라(diaphora)’ 개념을 통해서 문학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수사학에서도 사용되는 이 개념을 바르트는 ‘하나의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해 주는 것’으로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이 단어에 ‘이론, 담론(th?orie, discours)’ 등을 의미하는 어미 -logie를 붙여 ‘디아포랄로지(diaphoralogie)’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이를 ‘여러 가지 뉘앙스나 무늬의 학문(science des nuances et des moires)’으로 규정한다. ‘디아포라’로서의 문학, 즉 바르트는 이 책에서 문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