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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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자, 그가 말했다 『도덕경』이라고도 하는 『노자』 원문은 상경인 도경 37장과 하경인 덕경 44장으로 하여 총 81장 오천여 자이다. 춘추 전국 시대 노자가 지었다고 알려지며 수천 년을 이어온 도가의 주요 경전이다. 『노자』는 전란의 시대를 살았던 노자 삶의 정수만 취하여 글자 하나가 하나의 사상을 내포하고 그 문장이 간결하며 역설과 반면, 세계의 연대성과 전체성을 통찰한 글이다. 오천여 자의 짧은 글의 핵심은 '도'에 있다. 저자는 진한 시대 이전에는 노장의 학문인 도가와 공맹의 학문인 유가는 서로 나누어지지 않은 채 모두 '도'라는 한 글자를 표방했다고 한다. 도가에 대한 현대인의 관념은 한당 이후 시대의 변화와 도가의 사회적 역할에 따라 덧씌워진 관념이라는 것이다. 이 '도' 자는 중국의 종교관을 대표하지만 동시에 인생철학은 물론 정치 군사 경제 사상을 포괄하는 각종 철학이 이 한 글자에 담겨 있다. 중국 철학의 특징을 일러 성과 속이 서로 넘나들며 함께 존재한다고 하는데 바로 이 '도'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도'는 황제가 세상을 통치하는 방법에서부터 속세를 떠나 수양하는 은사에게까지 더 이상 비할 바 없는 풍부한 철학 체계를 포함하게 된다. 이는 동양 문화만의 특색이다. 더욱이 그 짧은 문장이 내포한 변화무쌍한 의미는 이미 시공간의 장벽을 초월했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대가들이 『노자』를 해석하였고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되었다. 하지만 각자의 견해가 모두 달라 일치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물론 이 또한 '도'의 특성에 기인한다. 도는 모든 차원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자』의 글은 선종의 화두처럼 여러 각도에서 보고 여러 방향에서 체득해야만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읽는 사람이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리 읽히며 해석자의 크기에 따라 전하는 바가 달라진다. 바로 "운용의 묘가 그 마음에 있다"고 하겠다. 2 남회근, 그가 노자를 말했다 -역사와 경전을 참고해 노자의 마음을 읽다 『노자타설』은 예화가 풍부하다. 『노자』의 뜻을 밝히기 위해 역사 속 인물의 실례를 들어 노자의 사상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서다. 오천 년 중국 역사를 걸쳐 인물들의 행적에서, 시사에서, 문학 작품에서 종횡으로 엮어 내는 저자의 저력은 가히 놀랍다. 옮긴이 말에서도 그 의의를 알 수 있다. "역자는 시종 남 선생이 이끄는 대로 오천 년 중국 문화 속을 종횡무진 달리는 것 같은 착각 속에 지냈다. (...) 노자를 통해 정말 강한 것이 어떤 것인지,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 무엇인지, 참으로 아는 사람은 어떠한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노자는 도를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각자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 선생이 중국 역사 속의 수많은 군상들을 동원해 노자의 도를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나도 있고 당신도 있고 그 사람도 있다." 저자는 역사 속 인물을 등장시켜 노자 사상을 설명하고 그 시대적 배경에도 눈을 돌린다. 『노자』를 해석하는 방식도 편견 섞인 오늘의 시선이 아니라 당대 시대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라고 말한다. 어떤 사상이나 이론도 사회와 동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노자』처럼 언뜻 보면 반어적 표현과 역설이 많은 글은 특히 오독의 위험이 높다. 남회근의 『노자』 강의는 역사 지식과 안목을 통해 이를 극복한다. 예를 들어 노자가 유가를 얕보고 인의를 무시하며 인문적인 일체의 도덕관념을 지식의 위장으로 여겼다고 단정 짓는 근거 중 하나로 보는 것이 제5장 "하늘과 땅은 인하지 못하여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기고 (...)"라는 문장이다. 저자는 그런 말이 나온 시대상에 눈을 돌린다. 노자가 이 책을 쓴 춘추 시대는 전란이 극심한 때였다. 제후들이 다투어 일반 평민의 생명과 재산을 약탈하고 땅을 차지하여 영웅이라 칭하였기에 백성을 해롭게 하여 자신의 만족을 얻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지식인들은 분주히 인의를 부르짖고 다니면서 상고 시대 성현들은 어떻게 천하를 다스렸던가를 보여 주고자 했다. 성인의 거짓 명성을 빌려 오고 인의라는 간판으로 위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학설이나 초월적인 사상도 오래 사용하다 보면 원래 의도와는 상반된 병폐를 낳기 마련이다. 노자가 인의를 무시한 듯 말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경전으로써 경전을 설명해 노자의 뜻을 밝히다 수천 년을 이어온 고전은 늘 원본이나 저자의 진위 여부가 논란이다. 고고학적 성과로 새로운 판본이 나오기도 하고 자구의 훈고학적 분석으로 추정 시대가 뒤바뀌기도 한다. 『노자』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인 노자의 실존 여부부터 현재 통용되는 왕필이 주석한 81장의 원문 역시 진위를 의심받는다. 하지만 저자는 『노자』의 연대가 멀어 고증하기 힘들 뿐 아니라 훈고적 분석은 이 책이 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이 책이 저본으로 삼은 왕필의 통행본은 모든 장과 절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일관성이 있고 중간에 느슨하거나 끊어진 곳이 없다고 했다. 남회근 식 『노자』 해석의 특징인 경으로써 경을 설명한다는 의미는 바로 제2장은 제1장의 상세 설명이고 제3장은 제2장의 뒷부분과 이어져 전개되는 식이다. 저자는 『노자』를 두고 상호 모순적이고 앞뒤 장의 맥락이 맞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노자』를 잘못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예로 든 것이 제10장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림에 지식이 없을 수 있겠는가"라는 문장이다. "언뜻 보면 대단히 모순되지만 또한 매우 재미있습니다.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천하라는 큰 임무를 어깨에 짊어지는 일인데 어찌 무지하고 무식한 사람이 해낼 수 있겠습니까. (...) 그런데도 노자가 난데없이 이 한 마디를 던졌으니 이 어찌 일부러 난처하게 만들고 일부러 헛갈리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까? 사실 이 말의 함의는 『노자』 제71장에 있고 노자 자신이 이미 답을 했으므로 별도로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최상이요, 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병이다. 대저 오직 병을 병으로 아는지라, 이런 까닭에 병이 없는 것이다. (...)' 이것은 진실로 하늘이 내려준 예지를 지닌 사람은 가벼이 자신의 지능으로 천하의 대사를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한 말인데 (...)" 저자는 이런 식으로 경전의 앞뒤 장 혹은 멀리 떨어진 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이해를 돕고 있다. 결국 모순적으로 보이던 문장이 이른바 아는 자[知者]는 알지 못하는 자[不知者]와 같아야 된다는 말로 이어지고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知不知]"은 바로 노자 학술 사상의 중심인 "인위적인 행함이 없음을 행하는 것" 즉 '무위'와 동일한 이치로 연결된다. - 유불도가 회통한 안목으로 오늘날 현실을 꿰뚫다 남회근은 유가 불가 도가를 이렇게 비유한다. "유가는 곡물 가게와 같아서 결코 타도할 수 없습니다. 그러지 않고 만일 유가를 타도했다가는 먹을 밥 즉 정신적 양식이 없어집니다. 불가는 잡화점입니다. 마치 대도시의 백화점처럼 각양각색의 일용품이 구비되어 있어서 아무 때나 놀러 갈 수 있으며, 돈이 있으면 물건을 골라 사서 돌아오고 돈이 없으면 구경만 해도 아무도 가로막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있는 것들은 모두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것들입니다. 도가는 약국입니다. 만약 병이 나지 않는다면 평생 상대할 필요가 없으나 일단 병이 나면 제 발로 찾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유불도가는 중국 문화를 이루는 근간이었고 그중에서도 도가는 문화의 저변을 면면히 흐르는 사상적 기초였다. 또 도가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듯 신비롭거나 미신적인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수천 년의 중국 문화는 밖으로는 유가 사상을 표방했지만 안으로는 도가 사상을 활용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개국 초를 이끌었던 황제들이 모두 그러했고 한 시대의 이름난 재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