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학습만화를 읽고 자란 청소년을 위한 만화 교양서, 성인독자가 읽어도 손색 없는 만화 인문서.” 이러한 취지로 기획된 작은길의 교양만화 시리즈 '메콤새콤'은 크게 과학편과 인물편으로 구성된다. 과학편은 총 10권으로 모두 국내기획물이다. 지금의 과학이 있기까지 지난 200년 과학의 주요 성과를 이끈 대표적 과학자 10인을 선정하여 그들의 생애와 업적을 각각 한 권에 담는다. 2013년 7월에 과학편 첫 책 가 출간된 바 있다. 인물편은 좋은 번역서를 발굴하여 채워나갈 계획이다. 과학을 제외한 제 분야에서 당대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의 삶과 생각(사상)을 만화화한 책들을 만나보게 될 것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프리드리히 니체>는 '메콤새콤'의 인물편을 시작하는 첫 두 책으로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인물편에 출간될 책들의 작풍과 완성도, 인물 선정의 기준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유럽 예술만화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만화의 완성도는 수준있는 교양서 독자에게 있음직한 만화에 대한 편견을 일소시킬 만큼 만족스러울 것이다. 이야기의 서술은 내레이션을 최소화하고 대사가 중심이 되는 방식을 취하여, ‘만화로 쓰는 인물 소설’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메콤새콤'은 만화 너머(Mete-Comics; 메콤), 새로운 만화(Sae-Comics; 새콤)를 꼼꼼하게 정성껏 잘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만든 이름이다. 곧이어 출간된 책은 과학편의 두 권으로, , 가 독자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젊은 실력파 만화가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소로와 니체 막시밀리앙 르 루아는 채 서른이 되지 않은 젊은 프랑스 만화가다. 현대의 만화들이 대부분 세련된 디지털 도구로 완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랑스에서 만화를 창작하는 작가들 가운데 여전히 손맛을 고집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은 한국 독자들의 귀를 번쩍 열리게 할 만한 이야기다. 이번에 작은길에서 번역 출간하는 (원제: Thoreau)와 (원제: Nietzsche)의 작가 막시밀리앙 르 루아도 그런 창작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르 루아가 쓴 <소로>의 서문과 그랑제 교수와의 대담을 읽어 보면, 르 루아는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뛰어난 만화가에 머무는 작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삶과 사상이 결합되면 전기의 기록은 실험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철학적, 정치적, 예술적으로 상상력이 발휘되면 우리 시대가 딛고 올라설 수 있는 받침대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전기가 작품을 통해 직접 얻는 지식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실제에서 원칙을 제시할 수는 있다. - <소로> 서문 중에서 우리가 누군가의 삶을 주시하는 이유가 그저 한 번쯤 구경해볼 만해서라고 한다면 얼마나 헛되이 수고롭기만 한 일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의 삶에 안주하는 듯해 보여도, 절박한 질문이 있게 마련이고, 배우고자 함은 원초적 본능으로서 꿈틀거리는 법이다. 소로와 니체는 그러한 질문과 배움에의 본능을 강렬하게 두들기기에 충분한 힘을 지녔다. 르 루아 역시 한 인간으로서, 또 문제의식을 지닌 창작자로서 그러한 만남을 먼저 경험했고 그것을 자신이 충분히 잘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독자와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그도 “전기가 작품을 통해 직접 얻는 지식을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실제에서 참조할 각주들을 풍부하게 제시하므로 유익함에서는 뒤질 바가 없다. 르 루아의 책은 소로와 니체가 낯선 독자들에게 이러한 마주침을 경험해보게 돕는 매력적인 주선자가 되어줄 것이며, 두 인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라면 아름다운 그림 버전의 판본을 완상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누구인가 이 위대한 철학자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이는 없을 것 같다. 니체에 관해서라면 단편적인 사실이나 분절적인 낱말 하나씩 주워섬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명성을 말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피상적 명성은 종종 오해와 왜곡을 낳았고, 난해한 철학을 남긴 광기의 철학자라는 부당한 타이틀을 안겨 주기도 했다. 뭇 사람들의 극과 극을 오가는 평판은 독자가 니체를 직접 대면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한결같이 독이었다. 허나, 그를 직접 만난다면 이 책 <니체>의 작가 막시밀리앙 르 루아처럼 되지 않을까. 르 루아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니체를 만나고 그의 철학과 만화를 결합시킬 방법을 모색하던 차, 좌파 니체주의 철학자 미셸 옹프레를 만나면서 2년 만에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니체의 매력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그의 생애와 그의 글들을 읽노라면 철학이 진정 존재와 삶을 구원할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그렇건만, 불행히도 그의 글들은 생전에 제대로 인정받지(이해되지) 못했다. “과학적이 아니라 감성적”이고, “너무 유려하고 격정적이고, 진중하지 않다”는 게 하나의 이유(본문 34쪽)였고, 우화와 잠언, 비유와 신화를 넘나드는 문체는 철학서의 진의를 파악하기 힘들게 만드는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였을 것이다. 스스로는 예언처럼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내 책은 “서기 2000년에 읽도록 허락되어야 할 책입니다.”(107쪽)라고. 예언은 적중한 면도 있고 빗나간 면도 있다. 니체의 글들은 그가 마지막 발작으로 정신을 놓은 이후 읽히기 시작했다. 그것이 부와 명성을 가져다 주었으나 그는 알지 못했다. 그의 사후 시작된 20세기는 니체가 가장 적극적으로 읽혔던 시기이자, 또한 가장 파괴적으로 오용된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 뒤에도 다행히 니체는 읽히기를 멈추지 않았다. 니체를 읽은 철학자들은 자신의 철학에서 모종의 전변을 경험하고 이전의 사상들을 새로운 지평에서 읽어낼 수 있게 된다. 후대의 철학자들은 마치 모두 증인처럼 니체의 철학을 증언하면서 지금도 그를 부활시키고 있다. 니체의 분신이기도 했던 ‘차라투스트라’는 삶이 아무리 가혹할지라도 삶이여 다시 한 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가 초인(위버멘쉬)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생철학이라고 불리는 그의 철학은 초인의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독한 병고와 싸우면서도 철학적 여정에의 명랑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초인, 니체는 그가 ‘초인의 시간’이라고 명명한 ‘정오’ 무렵에 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