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50만 부를 돌파한 요코야마 히데오의 화제작
나카마 유키에, 오다기리 죠 주연 드라마 <얼굴>의 원작소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휴머니즘 가득한 ‘따뜻한 미스터리’를 통해 사회 병폐를 고발하며 경찰소설의 경지를 넓힌 일본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얼굴》이 국내에 출간됐다. 권위적인 남성 중심의 경찰 세계에 여경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미즈호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얼굴>의 원작소설로 큰 화제를 모았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경찰소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정교하고 치밀하며 또한 인간적이다. 작가는 《그늘의 계절》로 제5회 마츠모토세이초상을, 《동기》로 제53회 일본추리작가협회대상을 수상하며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기자 출신의 냉철한 시각으로 작품 속에서 사회의 복잡한 이면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는 작가는 나오키상을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얼굴》은 경찰 조직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여경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용의자의 몽타주를 그리는 여경으로 활약하는 주인공 히라노 미즈노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심리까지 꿰뚫어보는 초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철저히 남성 위주인 경찰계에서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경찰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그래도 그녀는 계속 여경으로 남으려고 한다. 정의감과 진실에 대한 갈망이 미즈호의 내면에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미즈호라는 캐릭터의 매력이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이제까지 경찰계를 ‘남성’의 시점에서 그려왔던 터라, ‘여성’의 시점에서 경찰계를 그린 《얼굴》은 그간의 작품 세계로 봐서는 다소 이색적이다. 게다가 2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린 경찰계 현실인데, 현실 자체가 20대 여성이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속성을 지녔다. 이 점에 대해 작가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즈호는 내 딸”이라고 말하며 “미즈호에게 다양한 시련을 안기면서 궁지에 몰렸을 때 어떻게 헤쳐가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려고 한 것인데, 좀 지나쳤나?”라고 위트 넘치게 응수한 바 있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탄생시킨 캐릭터 히라노 미즈호. 작품은 미즈호가 친정이나 마찬가지인 감식반으로 복귀하며 끝난다. 앞으로도 그녀는 경찰조직 내에서 헤매고 상처받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어떤 수렁에 빠지더라도 끝내 도망치지 않던 미즈호다. 다시 또 “여자는 쓸모없다.”라는 말을 들어도 당당히 ‘얼굴’을 들고 직무를 수행할 것이다.
남성 중심의 경찰 조직 내에서 사건과 맞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여경 미즈호의 이야기
‘몽타주의 귀재’인 23세 여경 히라노 미즈호. 기동감식반에 소속되어 활약했으나 1년 전 어떤 사건으로 휴직한다. 여주인공의 프로필을 보고 뭔가 낯익다고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히라노 미즈호는 《얼굴》을 통해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작가의 첫 번째 소설 《그늘의 계절》에 수록되어 있는 <검은 선>에서 이미 얼굴을 보여준 바 있다.
《얼굴》은 여경 미즈호가 등장하는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마녀사냥>에서는 홍보실로 좌천된 미즈호가 총선을 둘러싼 대대적 매수 사건에서 J 신문사가 연발하는 특종의 미스터리에 도전한다. 남자들의 논리로 움직이는 경찰 사회 속에서 억압받는 여경이라는 입장, 1년 전 사건의 트라우마, 다시 현장에 복귀하고 싶은 초조함. 작가가 각별한 의도로 창조한 미즈호의 캐릭터는 작품 자체의 흡인력을 불러올 만큼 대단히 매력적이다. 또한 경찰계가 진짜 이 정도로 삭막한가 싶은 소름 돋는 리얼리티에서 작가 특유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이어지는 <결별의 봄>에서 미즈호는 전화상담 부서로 이동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당황하지만 전화 한 통을 받으며 새로운 사건에 뛰어든다. 뒤이어 살인범 체포의 결정적 단서가 된 얼굴 그림이 범인과 너무 닮아 1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의혹의 데생>, 은행 강도 훈련 중 진짜 은행 강도 사건이 발생하는 <공범자>도 매력적인 미스터리와 날선 감각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그리고 마지막 <마음의 총구>에서 미즈호는 강력범 수사계로 파견된다. 여경에게도 권총을 휴대하는 것이 인정되자마자, 한 여경이 습격을 당해 권총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즈호는 여경을 경시하는 파트너와 함께 사건을 좇는다. 이 작품에는 미즈호 외에도 권총을 빼앗긴 미나미다 안나와 여경의 권총 휴대를 위해 노력한 나나오 도모코 등이 등장해 다양한 각도에서 애환 어린 삶을 조명한다. 물론 미스터리의 교묘함과 뛰어난 재미도 압권이다.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