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어디로 가버렸으면 어떻게 할까 올리브유 사러 간다고 했는데 눈물 쓰러 가는 마음은 어디까지 간다고 할 수 없어 올리브유 사러 간다고 했을까 늦여름은 나처럼 개기고 앉아 더운 올리브유를 읍내에서 신안동까지 팔고 있다” 시집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다』의 시인 황학주의 에세이를 난다의 방방곡꼭 시리즈 세번째 책으로 펴낸다. 그림을 그리는 아내와 제주 조천에 내려가 머물렀던 시간을 세밀한 문장으로 되새긴 산문과 집 잃은 슬픔의 시를 실었다. “급하면 하나님이 천사를 보낸다”고 했던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순간의 소중하고 잔잔한 일상은 아내 정인희(1986~2023)를 잃은 뒤 시인의 가슴에 참혹이라고 부를 수만은 없는 어떤 것을 남긴다. 황학주가 아내를 애도하는 시들은 절절한 그의 고통을 조금 완화해줄지 모르지만 슬픔을 씻어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거기엔 천사가 다녀간 뒤 남긴 작은 불빛이 있다. 난다의 >방방곡꼭< 방방곡꼭 01 양양 이경자 양양에는 혼자 가길 권합니다 방방곡꼭 02 파주 김상혁・김잔디 파주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말들 방방곡꼭 03 제주 조천 황학주 다 인연이우다게 방방곡꼭 04 부산 영도 ……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방방곡곡. 발음 [방방곡꼭]. “방방(坊坊) 뛰고 곡곡(曲曲) 걸으며 꼭꼭(??) 눌러쓴 난다의 우리 도시 이야기.”(시인 오은) 2014년부터 근 5년 동안 산책자의 시선으로 우리 사는 데서 저마다의 ‘나’를 찾아보자는 의도 속에 선보인 난다의 ‘걸어본다’, 이를테면 그다음 버전이라 하겠습니다. 그사이 우리는 얼마나 바뀌어버렸는지요. 사진도 그림도 지도도 하나 없는 시리즈라 하겠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데서 천진함에 점 딱 찍고 시작하는 시리즈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