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재벌, 남녀노소, 직업귀천, 사소한 일에도 목숨을 끊는 자살광풍시대에 자살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 출간되었다. 여기자의 자살을 쫓아가는 타임콜라쥬방식의 이 소설은 최희원 씨(한국정보보호 진흥원 수석연구원)가 저자다. 그는 대기업, 일간지 기자 등 다양한 경력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현실과 금기사항을 리얼하고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그는 특히 삶과 죽음 그리고 구원의 문제를 일상적인 삶을 통해서 리얼리티하게 묘사, 현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또 우리 사회의 금기사항, 터부시하고 있는 동성애, 자살문제를 독특한 문체와 현장감 있는 언어로 실감나게 다루고 있다.
또 사이버 침해 등 관련 일을 맡고 있는 그는 특히 소설 속에서 프라이버시, 인권침해, 해킹과 같은 이슈를 통해 차가운 디지털사회의 단면을 반영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소설은 문학계의 원로인 김승옥 선생의 추천을 받고 데뷔한 작품이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자살한 여기자의 과거를 쫓아가는 타임콜라쥬방식의 독특한 기법을 이용한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디지털시대의 차가운 우울과 육식성, 블루칩 권력, 자살과 구원 등의 문제를 서정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로 차분하게 그려나간다.
발리로 여행을 떠난 주인공은 그곳에서 자살여행을 온 잡지사 여기자의 자살현장을 목격하고 그녀를 병원에 후송, 긴급조치로 살려준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서울에서 다시 만남이 이어지고, 그녀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진다.
주식으로 아파트를 날리고 필리핀으로 무작정 떠나는 주인공은 이곳에서 뿌리 뽑힌 채 방황하는 20대들과 이혼녀, 선교사, 사업가 등을 만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정을 보고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는 안토니오, 미국 유학 후 군대영장이 나오자 페루 등을 전전하다가 필리핀으로 온 마약쟁이 토마스, 골프를 가르치며 새로운 남자를 찾아나서는 이혼녀, 그리고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아프리카 오지 등에서 기아돕기 활동 등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야훼의 존재, 신의 존재와 사랑을 알리려는 친구 유명 탤런트 일우, 해킹과 폐인 주식전업자, 히키꼬모리 등이 등장한다.
주식중독, 약물중독, 우울증, 채팅 중독증, 다자이오사무, 레드 제플린,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등 소설,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문화적 장치들이 소설 배경으로 등장한다.
소설은 요즘 항간에 떠들썩한 연예인의 자살과 성상납 문제 등이 자본주의 권력의 횡포라는 것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소설 속에는 자살과 죽음이 등장하지만 작가가 이야기 하려는 것은 자살이 아니다. 삶이란 고귀한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인간에게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빛을 찾아가는 진행형 여정이 담겨져 있다.
2009년 한국, 디지털혁명으로 인터넷세상 가운데 경제 위기와 인간소외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절망과 좌절을 현실적으로 잘 드러내주고 있다. 최희원 씨는 “아무리 채워도 채울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갈증을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물질, 명예, 돈이 갈증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알리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탄탈로스의 꿈처럼 죽을 때까지 우리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여정을 스스로 걸어 나가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