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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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 해도.” 무라카미 하루키 9년 만의 신작 소설집 일본어판 수록 6편 +「사랑하는 잠자」, 총 7편 수록 일본 출간 당시 예약판매로만 3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 1983년 출간한 첫 소설집 <중국행 슬로보트> 이후로 그의 단편소설들은 앞으로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지표이자 새로운 시도의 장으로서, 때로는 파격적인 상상력을, 때로는 청춘의 기억을 두드리는 섬세한 감성을 담아내며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써내려간 여섯 편의 작품과 함께, 프란츠 카프카의 걸작 <변신>의 독특한 오마주 「사랑하는 잠자」를 만나볼 수 있다. 남자와 여자, 그 깊은 간극에 흐르는 비밀스러운 선율 9년 만에 새롭게 태동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세계 무라카미 하루키가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을 출간하는 것은 2005년 <도쿄 기담집> 이후 9년 만이다. 그사이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으로 평가되는 대작 <1Q84>를 비롯한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해왔던 그는, 2013년 직접 선별한 영미권 단편소설 모음집 의 번역작업중에 문득 ‘장편을 쓰는 것도 지쳤으니 이제 슬슬 단편들을 써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후 그해 말부터 이듬해 봄에 걸쳐 발표한 단편소설 다섯 편과 단행본 출간에 맞춰 새로 쓴 표제작 「여자 없는 남자들」이 모여 이번 소설집이 완성되었고, 이번 한국어 판본에는 <그리워서>에 실렸던 오리지널 단편 「사랑하는 잠자」가 특별히 추가되었다. 제목처럼 ‘여자 없는 남자들’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소설집에는 말 그대로 연인이나 아내로서의 여성이 부재하거나 상실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병으로 인해 사별하거나(「드라이브 마이 카」), 외도 사실을 알게 되어 이혼하고(「기노」), 본인의 뜻으로 일부러 깊은 관계를 피하는 경우도 있으며(「독립기관」), 혹은 이유도 모르는 채 타의로 외부와 단절되기도 한다(「셰에라자드」).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구성의 「예스터데이」와 카프카 소설 속의 세계를 무대로 한 「사랑하는 잠자」를 제외하면 모두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데, 그 때문인지 예전 작품들과 비교해 현실적이고 진중한 분위기가 강하고, 남녀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깊은 지점을 훨씬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때 방황하는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루키 소설이 현실과 맞닿아 보편적인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풀어냈다는 면에서, 이번 소설집은 기존의 팬들은 물론 보다 폭넓은 연령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국어판의 번역은 <1Q84> <중국행 슬로보트> 등을 옮긴 전문번역가 양윤옥이 맡아 하루키 작품세계 속의 레퍼런스와 각 단편의 고유한 개성까지 고스란히 살려냈다. 또한 출간과 함께 하루키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는 가수 윤종신이 동명의 곡 <여자 없는 남자들>을 본인의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어서 최초로 이루어지는 문학과 음악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문화계 전반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학동네는 기존에 출간한 하루키의 초기 소설집 <반딧불이>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빵가게 재습격> 역시 작가의 개고사항을 반영하고 미발표 단편을 추가한 결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말에 많은 독자들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걸작 단편집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물론 그랬다. 그러나 번역가 다카미 쓰쿠루 씨는 그 책의 제목 ‘Men Without Women’을 ‘남자들만의 세계’로 옮겼고, 나 역시 오히려 ‘여자 없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를 제외한 남자들’로 옮기는 쪽이 원제의 느낌에 더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이 뜻하는 건 보다 즉물적인, 말 그대로 ‘여자 없는 남자들’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 어째서 그런 모티프에 내 창착의식이 붙들려버렸는지(붙들렸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구체적인 사건이 최근에 나에게 일어난 것도 아니고(다행스럽게도), 주위에서 실례를 목격한 것도 아니다. 단지 그런 남자들의 모습과 심정을 몇 가지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패러프레이즈하고 부연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나라는 인간의 ‘현재’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혹은 완곡한 예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게 그런 구마의식이 개인적으로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선 나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의 제목은 처음부터 ‘여자 없는 남자들’로 정해져 있었고, 중간에 생각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바꿔 말하면 나는 아마도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를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연스레 바라고 있었던 것이리라. _일본어판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