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대한민국 전자출판 대상 수상작(2015), TV 드라마 전격 계약!
“축복인가 저주인가?”
만일 내 눈에 사랑하는 사람의 수명이 보인다면……
타인의 등에 떠오른 숫자로 운명을 가늠하게 된 청년,
그리고 그의 눈앞에 펼쳐진 기이한 광경들!
알고 싶지 않은 것을 안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다른 사람과 내가 아주 많이 다르다는 것은 저주에 가까운 일이다. (pp. 86~87)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사고로 온 가족을 잃고 홀로 목숨을 건진 주인공 ‘원영’. 그 후 그는 이상한 증상에 시달린다. 사람들 등에서 녹색으로 발광하는 숫자를 보게 된 것. 병실 생활을 하던 중 한 노인의 등에 떠오른 숫자가 ‘1’로 바뀌며 빨갛게 점멸하는 순간 세상을 떠나고 만다. 마침내 원영은 그 숫자, 즉 ‘백넘버’가 정확히 하루에 하나씩 줄어드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잔여 수명을 나타내는 것임을 깨닫는다.
5년간 반복된 수술과 지난한 재활의 시간을 견디며 마침내 병원에서 세상으로 나온 원영. 하지만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죽음을 가리키는 숫자들로 가득할 뿐이다. 그에게 삶이란 때론 ‘죽음’보다 더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더욱 괴로운 것은 나와 깊은 관계를 맺은 이들의 수명이 보인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등에 백넘버를 매단 채” 즉 “죽음을 짊어진 채” 먹고 마시고 웃고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며 원영은 두려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인간이라는 유한한 종족의 무력함을 잔인”하게 체감하면서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상을 온전히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그들의 자유가 대비된다. 이를 통해 ‘죽음’에 관한 우리의 통념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한다.
“한 사람도 예외는 없었다. 그렇다면 나도…?”
‘나’에게는 과연 며칠이 남아 있을까?
죽음이 언제인지 알 수 없기에 계속되는
‘삶’이라는 아이러니에 관하여
『데스노트』 「데스티네이션」 등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지만, 이 책만큼 ‘죽음’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신파나 비극으로 기울지 않고 유머와 동시에 깊이 있는 성찰을 이끌어내는 작품은 드물다.
‘1’이라는 백넘버를 보고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타인의 죽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살리지 못한다는 사실은 주인공에게 깊은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타인의 죽음은 항상 곁에 있지만 자신의 죽음은 알 수 없다는 역설, 누군가의 죽음에 개입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반드시 또 다른 누군가가 희생을 치르게 된다는 설정은 이 소설을 더욱 흥미롭고 참신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정이 있어야 준비도 할 수 있다. 죽는 날도 예정일이 있다면 어떨까? 그건 혹시 축복이 아닐까? 사는 동안에 열심히 살고 죽음이 가까워지면 또 그 준비를 하게 되지 않을까? (p. 191)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을 밝힌다. 예고 없이 가족 중 누군가를 떠나보내게 된 개인사를 조심스레 꺼낸다. ‘만약 그날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에서 비롯되었지만, 저자는 그가 창조한 세계 내 주인공이 겪는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며 ‘그것이 또 다른 고통과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레 잃은, 상실의 아픔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담담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