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오후의 해

이실비 · Poem
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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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부드럽고 낯선 물속의 돌 현지인 서울 늑대 멸치와 낮잠 희고 부드러운 잠 위로 조명실 데이트 너의 친구 배신자 나의 친구 처단자 제국의 멸망 2부 사랑하는 것들이 사랑하는 속력으로 치고 지나갔다 파손 투숙 총알 강둑 복제 외출 심해 부표 월곡 피오니 무릎 청 지난여름의 단 3부 어둠 속에서 얼굴을 굶기고 싶어 Free free 내가 아는 폭력 오해와 오후의 해 가정 담금질 미쳤다고 했다 칠 절벽에서 닭장까지 튤립 축제 귀와 종 4부 별장에서 발췌한 세 가지 기록 택시 별장 잡지 사서 옥상 이름 마시 터널 풍차 택시 편지 편지 상속 자두 일지 해설 고통의 인류학·송현지

Description

“어두운 조명실에 오래 앉아 있었다” 쏟아지는 어둠을 비추는 사랑의 스크린 공백을 응시하며 다시 쓰는 미래 유구한 고통의 연대를 탐색하는 이실비의 첫 시집 2024년 『서울신문』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실비 시인의 첫 시집 『오해와 오후의 해』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626번으로 출간되었다. 데뷔 당시 “능숙하고 절묘한 이미지 배치와 전개가 압도적인 작품” “죽음과 사랑, 불안과 고독 등을 극장 뒤편의 그림자 이미지로 모아 그것을 묵시하는 우리 시대의 초상을 추출”(황인찬·김소연·박연준, 202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평)한다는 평을 받으며 평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시인은, “다양하게 충돌하는 상상의 시차를 한 공간 안에 꾸려 넣는 주목할 만한 재능”(이수명, 『시 보다 2025』 추천의 말)을 펼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강렬한 색채 이미지와 서사 공간의 교차, 속도감 있는 시상의 전개로 요약되는 밀도 높은 구성력으로 독자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독창적인 이미지의 변주를 선보이며 끈질긴 호흡으로 써내려간 시 50편을 총 4부로 나눠 묶었다.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줄지어 앉아 있는 열 끝에 있노라면, 더 이상 나의 고통은 나만의 것으로도, 그들의 고통은 그들만의 것으로도 여겨지지 않는다. [……] 감정이나 당위를 앞세우지 않고 이미지의 정교한 배치를 통해 서로의 이어짐을 증명해내는 이 시집은 그래서 고유하며,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송현지, 해설 「고통의 인류학」에서 심장을 태우는 오해의 한낮을 지나 어둠의 배후에서 다시 쓰는 사랑 이것이 지옥이라면 관객들의 나란한 뒤통수 그들에겐 내가 안 보이겠지 그래도 나는 보고 있다 잊지 않고 세어본다 ―「조명실」 부분 “사랑을 믿는 개의 눈을 볼 때/내가 느끼는 건 공포”라고 말하는 이실비의 시의 화자는 스산한 사랑의 풍경을 오래 응시하되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달린다. ‘사랑의 고통’을 조준한 채 시간에 올라타 움직이는 몸을 지닌 이 독특한 화자는 때로 무자비하게 삶을 뒤흔드는 비밀의 정곡을 찌른다. “우린 개가 아니니까 웃지 말자/대신에 달리자 아주 빠르게”라고 속삭이며, 서울 한복판에 있기엔 이질적인 ‘늑대’와 서울에서의 삶을 나누고 헤어진다. 그들이 공유한 시절은 가설무대 위에 펼쳐진 비극처럼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이지만 뇌리에 짙은 잔영을 드리운다. 늑대를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화자는 “입을 벌려 개처럼 웃어본다”(「서울 늑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서 마주하는 사랑의 참상. 거리를 두던 공포에 휩쓸려 공포 그 자체로 존재하는 ‘나’는 바꿔 말하면 사랑을 겪은 자, 사랑을 믿게 된 자이다. 쉬지 않고 떡볶이를 먹으면서 타인의 부고를 전하는 이의 얼굴을 마주하며 기이한 아름다움을, 사랑을 실감하는 화자는 끝을 기약하며 계속되는 사람들의 슬픔을 안타까이 바라본다. 조명실에 앉아 “선명히 극장 내부를 비추고 있”는 비상구 등을 의식하며, 지옥의 뒤편에서 타인의 뒤통수를 “잊지 않고 세어”(「조명실」)봄으로써 스스로 ‘살아 있음’을 감각한다. 동시에 타인 역시 삶 속에서 지옥의 출구를 발견하고 미래에 닿기를 간구한다. 시인의 데뷔작이자 시집 1부에 수록된 두 편의 이 인상적인 시들은 이실비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별과 상실을 거쳐 고독을 떠안았지만 “그렇게/나를 그냥” 두고, 세계의 상태를 ‘보고 있음(묵시)’으로 받아들이는 동안, 화자는 예상을 벗어난 광경을 목도하기도 한다. 카페에서 “다투기 시작한” 연인을 주시하던 화자는 한 사람의 머리 위로 치켜든 다른 한 사람의 손이 폭력을 저지르는 대신 가만히 “쓰다듬”(「데이트」)는 것을 본다. 그렇게 불안은 어느 순간 환한 출구로 빠져나가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사랑을 향한 “어떤 믿음은 소용없이 끝나버리”(「너의 친구 배신자」)기에, “그네가 있는 집에” 살면서도 누군가 뒤에서 “찌를 것 같”은 불안에 그네를 타지 않는 친구에게 “움직이지 않는/아름다운 실내를 보여주고 싶”(「나의 친구 처단자」)은 마음 또한 이어진다. “병원 로비에”서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막연한 말로 어른들이 서로를 위로할 때 “엄마 몰래 의자 사이를 넘나들며 즐거워”하는, 혼자만의 전투를 치르며 “조용하고 확실히”( 「제국의 멸망」) 멍드는 아이들의 종아리를 보게 되기도 한다. 이실비의 시는 이렇듯 각각의 존재가 저마다 간직한 상흔을 뚜렷하게 감지하면서, 단순한 다정과 위로로 끝을 매듭짓지 않는다. “어떤 시는 아침에 찾아오니까 어떤 음악은 한낮에 들어야 더 충격적이니까 충격은 흐르게 두어야 하니까”라는 시구에서 읽듯, 감상적인 방식으로 마음의 어둠을 표백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아침까지 궁금해하”(「파손」)는 일로서 이실비의 시는 씌어진다. 답을 비워둔 공백은 다수의 고백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이면서 독자가 발화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피오니」에서 “다른 이와 손잡을 때마다 가지고 있던 손바닥을 하나씩 잃어버리”는 ‘외계인’은, 자기를 상실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배워나간다. 상처를 낫게 하는 약 같기도, 사랑하는 이의 이름 같기도 한 작약(피오니)을 놓지 못한 채 열기 가득한 손으로 꽃잎을 거의 다 떨어뜨리고도 “남은 꽃잎 남은 손바닥 한 장씩 기꺼이 떨어뜨릴 수 있는 것끼리 손잡고 싶었다”는 고백을 통해, 외계인은 스스로를 가리켜 “피오니라고” 부른다. 이실비의 시는 통제 불가능한, 멈출 수 없는 사랑의 속성을 절묘하게 포착하면서 아픔을 동반한 존재의 맞닿음을 그린다. 이와 동시에 시인은 주체의 적극적인 움직임(혹은 이동)이 가져오는 변화의 가능성에 집중한다. 사랑의 미래는 “두 발을 나란히 붙이고”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까만 호수 앞에서 화자는 ‘당신’이 물속에 빨려 들어갈까 두려운 한편, 호수에 “풍덩 잠겨 들어간” 오리알을 바라보며 공포를 느낀다. 알에서 깬 오리들에게 발목을 물어뜯긴 화자는 “내 몫의 마음만 아프려” “얼어버린 발가락으로” 자리를 딛고 서 있는 ‘당신’에게 “갈린 무릎을 호호 불어가며 계속”(「무릎」) 나아간다. 그러나 화자를 반기던 ‘당신’마저 결국 물속에 잠기고 오리 떼에게 발을 물어 뜯긴다. 자기와 마찬가지로 발을 잃었으나 그 결과, 차가운 바닥을 벗어나게 된 ‘당신’에게 “어때요 하나도 아프지 않죠?”라는 ‘나’의 물음은 사랑의 소통이 상호 간의 충만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같은 위상에서 고통을 통감하며 이루어지는 것임을 날카롭게 짚고 있다. 또한 2부의 마지막 시 「지난여름의 단」에서 보듯, 같은 경험을 하고도 엇갈리는 마음들이 있고 “네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것을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이실비 시의 화자는 “사랑하는 것들이” ‘내가’ 사랑하는 속력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속력으로 치고 지나”가는, 사랑의 이기적이고 잔인한 일면을 놓치지 않는다. 폭력과 얼크러진 사랑의 터널을 질주해 도착한 미완의 편지 우는 사람은 생각했다 만약 바다에 둥지를 틀 수 있다면 높은 산에서부터 하나씩 모인 물길들이 선이 되어 엉키고 서로를 위해 웅크린다면 부표처럼 떠다닐 물의 둥지 마지막 태양 한 조각을 그 안에 넣을 수 있다면 태양은 고맙지 않을 것이다 그저 천천히 식어가겠지 ―「오해와 오후의 해」 부분 이실비의 시는 사랑이 불러온 어둠을 탐사하면서 변화무쌍하고 복잡한 사랑의 속성을 파헤친다. 3부에서 시인은 반복되는 오해와 통제되는 개인의 자유를 다양한 이미지의 변주로 그려낸다. 귀여운 아기를 보고 “미쳤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표현을 해석하는 ‘미친 사람’의 사고에 갇혀, 미친 사람의 기행조차 사람들이 “아름다워서” “감탄한다”(「미쳤다고 했다」)고 착각하는 ‘나’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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