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상 우수상 수상작
회사원 명탐정 ‘시라이시 가오루’의 탄생!
당신은 이 주인공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대기업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 시라이시 가오루는 어느 날 시부야 하치코 동상 앞에 ‘그녀’의 머리를 가져다 놓는다. 평온하던 대도시는 엽기적인 사건에 발칵 뒤집히지만 정작 그 일을 저지른 당사자는 평소처럼 회사를 다니며 머리의 주인을 알아볼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생각보다 사건은 빨리 진전되지 않고, 오히려 당신이 ‘그녀’의 머리를 가져다 놓은 것을 안다는 의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며칠 후, 이번에는 ‘그녀’의 손가락이 이케부쿠로 공원에서 발견되고 경찰은 용의자로 시라이시를 지목한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남자, 그리고 이제는 살인 용의자까지. 시라이시 가오루의 인생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자른 머리를 두고 와버렸습니다.”
시라이시 가오루는 왜 그곳에 ‘그녀’의 머리를 가져다 놓았을까?
일본의 수도 도쿄의 시부야 역. 세상을 떠난 주인을 오랜 세월 기다린 충견 하치코를 기리기 위한 ‘하치코 동상’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시부야 역 앞의 하치코 동상은 만남의 장소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로 무척 일상적인 장소이다. 바로 그런 곳에 느닷없이 ‘머리’가 나타난다. 그것도 출근하느라 바쁜 직장인들이 오가는 시간에.
대기업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 시라이시 가오루는 어느 날 시부야 하치코 동상 앞에 ‘그녀’의 머리를 가져다 놓는다. 평온하던 대도시는 엽기적인 사건에 발칵 뒤집히지만 정작 그런 일을 저지른 당사자는 평소처럼 일하고 동료와 잡담을 나누며 머리의 주인을 알아볼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시라이시가 바라는 만큼 사건은 빨리 진전되지 않는다. 오히려 의문의 남자에게서 당신이 머리를 잘라 가져다 놓은 것을 안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며칠 후에는 시라이시의 집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시체의 손가락이 잘려 사라지고, 이케부쿠로 공원에서 발견된다. 경찰은 용의자로 시라이시를 지목하고, 시라이시는 자신의 누명을 벗고 그녀를 죽인 진짜 살인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남자, 그리고 이제는 살인 용의자까지. 시라이시 가오루의 인생은 점점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한편 도쿄를 덮친 지진으로 인한 정전 때문에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시라이시는 왜 그녀의 머리를 잘랐을까? 그녀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그리고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회사원 명탐정 ‘시라이시 가오루’의 탄생!
당신은 이 주인공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시라이시 가오루는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로 제29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상 우수상을 받으며 미스터리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소설은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상 역사상 가장 청아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미스터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색적인 작품이다. 이 소설을 쓰고 작가는 자신의 필명을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인 ‘시라이시 가오루’로 바꿀 만큼, ‘시라이시 가오루’는 굉장히 독특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다. 후속작인 연작소설『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에도 역시 ‘시라이시 가오루’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상사에 근무하는 젊은 엘리트 회사원 시라이시 가오루는 두뇌가 명석하고 말과 행동이 침착하며, 잘생긴 외모에 성격도 좋아서 회사 내의 평판이 높다. 평소엔 차분하고 냉정한 편이지만, 유사시에는 탁월한 행동력과 담력을 보인다. 남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옳다고 믿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거침없는 인물이다. 세상사에 초연한 듯 관심이 없고 비관적인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으며, 내일을 희망하기보다는 그저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요즘 일본 청년의 전형이다. 하지만 주인공을 좀 더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세상과 연결되고 인간과 결합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단 한 명이라도 알고 있는 인간이 있다면, 고독하지 않다. 내게는 노다와 실장이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내가 있다. 어쨌든 인간이란 혼자 살아가기 어렵다. 아니, 혼자 죽기도 어렵다.”
아직 어스름이 다 가시지 않은 대도시에 여자의 머리를 가져다 놓는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의 도입부는 가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음산하면서도 묘하게 맑고 투명하다. 주인공이 머리를 유기하는 과정의 주변 풍경 묘사,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대단히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서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렇게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뒤, 곧바로 직장인의 평범한 일상을 길게 서술하면서 다시 한 번 독자의 허를 찌른다. 평범한 삶을 서술하다가 잠깐잠깐 사건을 전개하고 또 소소한 생활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구성, 거기에다가 사건을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밝혀지길 바라는 주인공의 독특한 생각과 행동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한다. 우리는 시라이시 가오루라는 이 독특한 인물에게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묘한 동경을 느끼며 동화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독자를 낯설고도 신선한 섬뜩함과 직면하게 하면서, 마침내는 진한 감동과 울림을 주는, 일본의 새로운 미스터리 소설이 탄생한 것이다.
“주인공 시라이시 가오루에게 거리감과 함께 묘한 동경을 느꼈다. 조금은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치 가시 없는 고슴도치가 털을 세운 것 같은 시라이시 가오루는 꽤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