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왜, 그리고 어떻게 조류로 진화했을까?
가장 필수적이면서 가장 유독한 기체, 산소의 농도가 진화의 방향을 결정했다!
트라이아스기 말에 대멸종이 일어난 이후, 공기가 희박해서 해수면 높이에서조차 동물들이 헐떡이며 고산병으로 죽어가던 그때, 다른 동물보다 월등히 뛰어난 폐 체계를 갖춘 생명체가 세계를 장악했다. 희박한 공기 속에서도 자유로이 호흡하며 먹잇감을 들이받거나 육중한 움직임으로 쫓아오는 포식자를 가볍게 따돌리던 그들을 우리는 공룡이라 부른다. 공룡은 왜 진화했고, 또 어떻게 1억 5,000만 년이나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고생물학자이자 지구과학자인 워싱턴 대학교의 피터 워드는 이 질문에 대한 놀라운 설명을 제공하며 공룡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워드는 공룡이 다른 경쟁자들보다 우월했던 이유를 저산소 환경에 적응한 공룡의 몸 설계에서 찾는다. 공룡은 지구 역사상 산소 수치가 가장 낮았던 시기인 트라이아스기 저산소기 도중이나 직전에 진화했다. 공룡은 경쟁자였던 조룡이나 키노돈트, 포유류보다 더 효율적으로 산소를 추출할 수 있는 폐 체계를 가지고 있었고, 네 개의 발 때문에 호흡에 문제를 겪는 파충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발 체계를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다른 동물들이 저산소라는 재난을 겪을 때 공룡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공룡은 이후 산소 농도가 올라가는 쥐라기, 백악기에 최대로 몸집을 키울 수 있었고, 덕분에 오랜 세월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공룡의 후손인 새가 오늘날 산소가 거의 없는 수천 미터 상공에서도 자유롭게 숨 쉬며 날아다닐 수 있는 이유도 공룡의 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워드의 주장이다.
워드는 공룡의 사례를 포함한 진화사의 여러 중요한 사건들이 산소 농도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밝혀낸다. 산소 수준이 모든 대규모의 진화적 적응이나 개혁에 영향을 미쳤고, 진화의 기점과 멸종, 동물 몸 설계의 건축 구조를 지시했다는 점을 다양한 사례들과 치밀한 자료로 입증해낸다. 는 동물의 진화라는 5억 4,000만 년 대항해를 산소 농도가 어떻게 조종해왔는지 보여주는 장대한 파노라마다.
변화하는 산소 수준의 역사가 동물의 진화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먼 과거를 상상할 때 우리는 지구가 틀림없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산소는 늘 지금만큼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에 처음 등장한 5억 4,000만 년 전 이래, 산소 농도는 최고 35퍼센트에서 최저 12퍼센트 사이를 주기적으로 오르내렸다. 워드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 가운데 네 차례의 멸종이 산소 수준이 급감했을 때 일어났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대멸종이 일어난 후, 텅 빈 세계는 빠르게 채워졌다. 낮은 산소 수준과 새로운 종의 출현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워드는 삼엽충의 사례에서 그 답을 모색한다.
- 산소가 부족했던 캄브리아기 초기, 산소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삼엽충은 아가미 표면적을 늘려야 했다. 만약 삼엽충이 아가미를 한 장의 홑이불처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면 헤엄칠 때 아가미가 접혀서 이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대신 삼엽충은 분절된 몸마디마다 한 쌍의 아가미를 반복해서 배치하는 식으로 진화했다.
삼엽충은 공룡과 마찬가지로 그 뒤 산소 수준이 올라가는 기간에 엄청나게 번성하며 캄브리아기 대양을 점령했다. 그것이 캄브리아기 지층 구간에 삼엽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다. 워드는 이밖에도 암모나이트가 속해 있는 격실두족류나 절지동물 등의 사례를 통해 저산소 환경이 새로운 호흡계나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내도록 자극했고, 그 호흡계에 어울리는 몸 설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저산소 기간에는 동물의 개체수가 적지만 새로운 종이 출현한 비율이 높은 반면, 고산소 기간에는 새로운 종이 출현한 비율은 낮지만 동물의 개체수는 많았다는 점이 그의 가설을 뒷받침한다.
왜 우리 포유류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산소 농도가 해명하는 과학계의 난제들
피터 워드는 이처럼 동물의 시대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과 진화적 돌파구들을 엄선해 재해석했다. 그는 여러 동물군의 등장하고 적응하고 퇴장하는 과정에서 산소가 중요했다는 것을 예증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학계에서 오랫동안 치열하게 논쟁을 벌여왔던 질문에 새로운 쟁점을 던져준다. 동물은 왜 바다에서 육지로 기어 올라왔고 왜 그중 일부는 바다로 돌아갔는지, 공룡은 냉혈동물이었는지 온혈동물이었는지, 공룡은 어떤 폐를 가지고 있었는지, 태생과 난생의 생리학적 근거는 무엇인지 등의 난제에 산소 농도가 어떤 답을 내놓는지를 논리적으로 보여준다.
지구의 동물들이 지금 모습대로 있는 이유는 온도 범위와 전반적인 수소이온지수, 물 수준 등이 정해져 있는 이 행성 위에서 살아남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행성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의 역사, 그중에서도 지구 대기의 조성, 산소 수준에서 일어난 변화를 살피는 일은 우리 포유류는 물론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들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과학적 수사의 과정을 안내하는 뛰어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