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 ‘미국판 이어령’ 아시모프가 풀어내는 흥미진진한 영어 상식들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영어 이야기》는 르네상스맨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작 아이모프(Isaac Asimov)가 자신의 박식함을 유감없이 드러낸 독특한 작품이다. SF 마니아들에게는 《파운데이션》을 비롯한 수많은 SF 걸작을 쓴 대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성경부터 첨단과학까지, 거의 전 지식 분야를 넘나든 ‘미국판 이어령’으로도 유명하다. 따라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현대 영어라는 방대한 두 대양을 이토록 자유롭게 넘나든 이 책은 그의 재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는 siren(사이렌)과 volcano(화산) 등 우리들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모르던 어휘에서부터, apple of discord(사람들이나 집단 사이에 분쟁의 소지가 있는 문제)와 to cleanse the Augean stables(적폐를 일소하다) 등 영어권 독자들에게도 낯선 고급 표현까지, 다양한 영어의 기원들을 신화 이야기로 재미있게 녹여내고 있다. 별자리나 스타벅스, 인류의 달 착륙에 관한 이야기 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 속에 숨은 신화 이야기를 영어 표현을 통해 새롭게 일깨워준다.
※ 저승의 왕이 만든 핵무기, 수위가 된 야누스……
: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신화에서 기원한 영어들
최근 우리는 이웃 일본의 지진 소식 덕분에 부쩍 플루토늄이라는 단어를 많이 듣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좋지 않은 것이라는 인상만 받을 뿐 그것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핵무기의 재료로 사용되는 플루토늄은 사실 그 느낌에 딱 어울리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플루토늄은 바로 죽음의 세계(冥府)를 다스리는 왕, 플루토(Pluto, 그리스명 하데스)라는 신의 이름에서 나왔다(영어로 Pluto를 ‘명왕성冥王星’으로 번역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바로 이 저승의 왕 플루토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핵무기를 만드는 죽음의 재(Plutonium)로 부활하게 된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미의 여신 비너스(베누스)는 우리가 샛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저 천공(天空) 너머 우주에 떠다니는 금성(Venus)이 되었고, 세계의 강을 지배하고 있던 오케아노스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다(Ocean) 속에 흔적을 남겼다. 시작과 끝을 주재하는 두 얼굴의 야누스(Janus)는 오늘날 수위(janitor)가 되었고, 곡물의 여신 케레스(Ceres)는 바쁜 아침시간, 식사대용으로 먹는 시리얼(cereal)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알게 모르게 우리 가까이에 존재했던, 신화에서 기원한 영어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우리의 영어 교양을 높이고 단어에 대한 기억을 단단하게 굳혀준다.
※ ♂♀는 처음엔 남자와 여자가 아니었다?
: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상식들의 오류’
어릴 적 화장실에서 종종 봤던 ♂와 ♀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대부분 남자와 여자를 상징하는 야한 기호 정도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와♀는 천문학이 발달하기 전에 사람들이 행성을 나타내기 위해 썼던 기호였다. ♂는 창과 방패를 의미하는 기호로, 전쟁의 신 아레스(화성)를 상징하고 있고, ♀는 손잡이 달린 거울을 본뜬 기호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금성)를 상징한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대신 헤르메스의 지팡이 카두케우스가 의학 분야의 상징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시간의 신이라 알려져 있는 크로노스는 사실 시간과 관계없다.
이처럼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영어이야기》는 우리는 물론 서양인들도 상식이라고 잘못 알고 있던 오류들을 바로잡아주는 한편, 그 뒤에 숨은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 ‘군계일학’을 영어로 표현한다면?
: 서양인들이 쓰는 고급 영어는 따로 있다
동양의 고사성어인 ‘군계일학’을 영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 닭과 학을 영어로 아무리 떠올려봐야 소용없다. 답은 “A Triton among the minnows”(피라미들 중의 트리톤)이다.
트리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다. 보이지도 않는 피라미들 사이에 ‘바다의 왕자’가 있다는 표현인데, 절묘하게도 동서양의 고사성어가 비슷하다.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아야만 하는 무수한 다른 예들이 등장한다. 위대한 영웅이자 힘의 대명사인 헤라클레스가, 자신이 지은 죄를 씻기 위해 12가지의 과업을 수행하겠다고 한 데서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the choice of Heracles)는 뜻이 나왔다. 또 트로이아 전쟁 후 10년에 걸쳐 귀향하면서 수많은 역경과 고비를 넘긴 오뒤세우스의 모험 덕분에 ‘오디세이(odyssey)’는 ‘파란만장한 긴 여정’을 뜻하게 되었다. 물론 제임스 조이스의 걸작 《율리시즈(Ulysses, ‘오뒤세우스’의 영어명)》 역시, 이 신화를 모르고는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이처럼 우리가 습관처럼 쓰는 영단어 뒤에 숨은 무수한 이야기들을 통해 서양문화의 심층으로 안내한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영어에 대한 교양을 쌓고 싶은데 딱딱한 책들에 지친 독자, 잠시 쉬는 시간에도 남다른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 아시모프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박식함을 느껴보고 싶은 교양인이라면 즐거운 지적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