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삶>의 출간으로 <섬>, <카뮈를 추억하며>, <어느 개의 죽음>에 이어 장 그르니에 선집 전4권이 완간되었다. 그르니에는 1980년대 초반 <섬>으로 우리에게 첫선을 보인 이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정제된 언어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펼쳐 보이는 그르니에의 면모는 <일상적인 삶>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책은 '여행, 산책, 포도주, 담배, 비밀, 침묵, 독서, 수면, 고독, 향수, 정오, 자정'을 다룬 열두 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그르니에는 각각의 사물 혹은 행위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차근차근 치밀하게 분석한다.
각각의 주제들에 대하여 그는 "우리가 쉽게 의식하고 있는 표면적인 목적을 넘어서서 그것들을 분석해 보면 일상생활로부터 삶의 결(Style) 자체로 넘어가는, 나아가 예술 작품에까지 다다르게 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가령 '산책'을 이야기하는 장에서는, 산책(promener)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예까지 들어가면서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어휘들의 기본적인 의미를 환기시킨다. 나아가 산책의 목적을 친교, 철학적 대화, 자연과의 교감 등으로 나누어 각각의 양상을 분석한다.
한편 인간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시각을 거두지 않는다. 각자 매몰되어 있는 현실로부터 벗어나라고 하면서도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이들에겐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라고 이야기한 것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포도주'에서는 "사랑은 인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인식이 완전해질수록 사랑도 한층 위대해진다. 빛이 태양에서 오는 것처럼 사랑은 참된 앎에서 온다"며 삶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노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