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 이미지의 소설가 배수아,
아름답고 처연한 문장으로 낭만과 환상의 세계에 초대하다
<눈의 여왕>, <어머니 이야기> 등 배수아가 엄선한 8편의 동화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첫사랑의 아이콘 인어 공주, 눈의 여왕의 지배를 받아 심장이 얼음덩이가 된 소년 카이와 그를 찾아 세상 끝 라플란드로 떠난 소녀 게르다, 팔지 못한 성냥에 불을 밝히며 환상 속에서 잠들어 가는 소녀……. 때로는 꿈 같은 아름다움으로, 때로는 처절한 슬픔으로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작가, 안데르센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살아온 인생사가 바로 내 작품에 대한 최상의 주석이 될 것이다."
가난한 구두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열한 살에 아버지를 잃었고, 열네 살이 되었을 때는 배우의 꿈을 품고 홀로 코펜하겐에 상경하지만 극단 입단 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던 안데르센. 어린 시절 그의 인생은 불행과 절망으로 얼룩져 있었다. 하지만 서른 살에 발표한 첫 소설이 격찬을 받으며 안데르센은 작가로서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이후 총 200편이 넘는 동화를 창작했다. 환상적인 배경과 휴머니즘적 스토리의 조합은 안데르센 동화만의 고유한 매력이다.
특히 안데르센에 대한 작가들과 예술가들의 사랑은 남다르다. 강렬한 색채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성장소설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 19세기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 등 수많은 거장들이 안데르센의 작품을 격찬했다. 그의 동화는 오늘날에도 동.서양을 넘나들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인용되거나 새롭게 해석되어 후대 작가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성냥팔이 소녀의 마지막 성냥불은 소녀의 숨과 함께 꺼져 갔지만, 안데르센의 작품은 불멸의 고전으로 남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안데르센을 사랑한 또 한 명의 작가 배수아가 《안데르센 동화집》에 새 옷을 입혔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書)》,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등 이미 십수 권의 독일 문학을 우리말로 옮긴 바 있는 배수아. 특히 《안데르센 동화집》은 그녀가 '내 어린 시절의 한 페이지를 완성해' 주었다고 할 만큼 특별한 책으로, 독어로 번역된 200여 편의 덴마크어 원작 동화 중 8편을 배수아가 직접 골라 우리말로 옮겼다. 2014년 전 세계를 뒤흔든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 '엘사'의 모티프 <눈의 여왕>부터 SBS 드라마 에서 주요한 복선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던 <어머니 이야기>, 가장 안데르센다운 작품이라 할 만한 <인어 공주>와 다소 낯설지만 독특한 매력의 작품 <그림자>, 등 8편의 동화가 낭만과 환상을 넘나드는 안데르센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동시대를 호흡하는 문인들의 번역과
빈티지 감성 북 디자인의 이중주,
『허밍버드 클래식』으로 만나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어린 시절 다락방에 엎드려 읽던 이른바 명작 동화는 주인공의 이름 정도만 기억날 뿐 줄거리는 어렴풋하고 감흥 또한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이상의 세월 동안 전 세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사랑받아 온 작품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른의 눈으로 다시 읽었을 때 발견하는 수많은 비유와 상징은 현실 세계와 놀랍도록 닮은 '리얼 스토리'로 다가오기도 한다.
『허밍버드 클래식』 시리즈는 그러한 감동을 어린아이는 물론 특히 성인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전하자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무엇보다 소설가, 시인 등 동시대를 호흡하는 문인(文人)들이 우리말로 번역하여 여느 고전 시리즈와 다른 읽는 맛과 여운을 선사한다.
더불어 『허밍버드 클래식』만의 감성적 디자인을 결합하는 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오늘날 수많은 고전 동화책들이 밋밋한 편집 디자인에 원작 삽화만 수록해 새로움을 주지 못하거나, 반대로 원문과 전혀 무관한 삽화를 남용함으로써 오리지널의 작품성을 해치고 있다. 『허밍버드 클래식』은 고전 동화책 시장의 그러한 아쉬움들을 모두 극복했다. 기존 시리즈의 네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어린 왕자》, 《빨강 머리 앤》이 레트로 풍의 일러스트로 손때 묻은 듯 빈티지하면서도 세련된 북 디자인을 구현해 냈다면, 새롭게 선보이는 《안데르센 동화집》은 아서 래컴, 카이 닐센 등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까지 그림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삽화가 5인의 컬러 및 흑백 삽화를 『허밍버드 클래식』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수록하여,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 작가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까지 담아냈다.
이렇듯 텍스트와 디자인 두 가지 면에서 모두 기존 도서들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을 확보한 본 시리즈는, 이 시대에 고전 동화가 자리하면서 그 생명력을 발휘하는 한 가지 방식을 제시하는 동시에 독자들에게는 반드시 소장하고 싶은 책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어린 왕자》, 《빨강 머리 앤》을 잇는 다섯 번째 책으로 《안데르센 동화집》을 선보이는 『허밍버드 클래식』은 어른을 위한 감성 회복 프로젝트이자, 어린아이는 물론 세계관을 확립해 가는 청소년에게도 선물하기 좋은 도서로 꾸준히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