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밥상

Gong Ji-young
3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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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랬듯이, 외로움에 목이 메어왔던 밥상이 있었을 것이다. 불구덩이처럼 힘겨웠던 밥상이 있었을 것이다. 쓸쓸한 당신에게 드리는 소박한 밥상 하나, 오래된 생각 하나.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 <시인의 밥상>이 출간되었다. 작가가 지리산까지 가서 버들치 시인의 밥상을 받기로 한 결정은 잘한 것이었을까? 소박한 밥상이 우릴 살릴 거라는 그 말은 과연 맞는 걸까? 배가 끊긴 거문도에서 먹었던 바다가 와락 밀려드는 거 같았던 해초비빔밥과 지리산에서 먹었던 식물성 그 자체였던 호박찜과 호박국, 깻잎을 넣은 밥과 늙은오이무침은 어떤 의미였을까? 가을, 겨울, 봄, 여름의 사계를 버들치 시인, 지리산 친구들과 함께 지리산에서 거제로, 전주와 거문도로, 서울과 평창으로 다녔던 평생 더는 없을 이 1년은 작가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그건 아마 늙어간다는 게 때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눈다는 것, 이 거대한 도시에서 나를 눈물 나게 하는 건 결국 소박함이라는 것, 결핍을 경험하지 못한 채움에는 기쁨이 없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밥 먹는 즐거움일 것이다. 물론, 인생에서 가장 첫 번째에 꼽아야 하는 게 사람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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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엄마의 따뜻한 손길 같은 것 식물성 밥상이 가르쳐주는 인생의 원리?품위 있는 호박찜과 호박국 일곱 달 차이 두 사내의 동행?아삭아삭 콩나물국밥 악양편지 1?별을 따서 후회는 더 사랑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누구와도 다른 가지선 아픈 날 엄마의 따뜻한 손길 같은 것?복통마저 잠재운 갈치조림 악양편지 2?무가 들어가는 ( ) 너무나도 궁금한 은자씨?전주 ‘새벽강’의 굴전 허접한 것들 가득한 세상에서 건져 올린 푸르른 숭어?전주 ‘새벽강’의 소합탕 악양편지 3?꽃을 보고 힘을 내서 2부 지상의 슬픈 언어를 잊는 시간 지상의 슬픈 언어를 잊고 두 귀가 순해질 시간?거제도 J의 볼락 김장김치 보쌈 흰 눈은 오시고 임은 아니 오시고 고양이는 잠들러 간 밤에?두 그릇 뚝딱 굴밥 악양편지 4?만지면 시든다네 진정한 욕망과 충족은 어디서 오는가?소박한 신비로움 애호박고지나물밥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사랑이 필요할까?담백하고 짭조름한 유곽 악양편지 5?반갑고 궁금하다 달의 뒷면은 몰라도 내 뒷면은 아는 친구들?심원마을 백 여사의 산나물 밥상 신이 어찌 어여삐 여기시지 않으랴?심원마을 백 여사의 능이석이밥 악양편지 6?홍매화 핀 날 녹두전 3부 벚꽃 흐드러진 계절에 삼킨 봄 벚꽃과 꽃게, 아카시아와 민어, 보름달과 간장게장, 지금과 여기?J와 버들치 시인의 도다리쑥국 벚꽃 흐드러진 계곡에서 봄을 삼키다?곱디고운 진달래화전 악양편지 7?찬란하다 버들치 시인 입에서 나온 버들치는 헤엄쳐갈 수 있을까?‘완전한 봄맛’ 냉이무침 ‘도사’마저 감동시킨 엄마표 밥상?‘엄마의 밥상’ 보리굴비 악양편지 8?한창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환성을 부르는 채소 겉절이 소유가 전부가 아닌 곳, 욕망이 다 다른 곳?절로 입이 벌어지는 토마토 장아찌 악양편지 9?녹차 만들기 4부 시린 가슴 데우는 별 같은 ‘사람 밥상’ 흔들리며 가는 배, 울면서도 가는 삶?마음을 위로하는 거문도 항각구국 웃음의 진실 맛의 진심?바다가 와락 해초비빔밥 악양편지 10?나한테 도대체 왜 그러느냐 단식, 지극한 혼자의 시간?김장김치 고명 올린 냉소면 그건 사랑이었지?가죽나무 판이 만든 오방색 다식 악양편지 11?너 때문 우리는 언어를 얼마나 배반하는가?식물성 식감 무안 낙지 외로움을 잊게 한 별 같은 ‘사람 밥상’?버들치표 미역냉국과 생감자셰이크 악양편지 12?솔솔거리며 찾아오는 것 작가의 말

Description

쓸쓸한 당신에게 드리는 소박한 밥상 하나, 오래된 생각 하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사랑이 필요할까 공지영 신작 에세이, 《시인의 밥상》 “오늘 나는 찻물을 우리고 밥을 말아서 들기름에 볶은 김치랑 단출히 아침을 먹는다. 땅에 뿌리박은 모든 것들은 땅에서 길어 올린 것들을 도로 내놓고 땅으로 돌아간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을 쓰는 1년 동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들과 함께했다. 오늘 새벽 미사를 다녀오는데 바람이 홀연 차고, 나뭇가지들에 달린 잎새들이 올가을 들어 처음 와드득와드득 떨었다. 깊은 가을 내 나이…… 나쁘지 않다. 혹시 오늘도 혼자 밥을 먹는, 모든 쓸쓸하고 서러운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_작가의 말에서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 《시인의 밥상》이 출간되었다. 《지리산 행복학교》 이후 지리산으로의 발걸음을 끊었던 작가는 다시 매달 그곳으로 가 박남준 시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고 그 밥상 위에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더하여 내놓는다. 누구나 그렇듯이 외로움에 목이 메어왔던 밥상이 있었고, 불구덩이처럼 힘겨웠던 밥상이 있었을 것이다. 지리산까지 가서 시인의 밥상을 받기로 한 작가의 결정은 잘한 것이었을까? 작가를 맞았던 건 어떤 밥상이었을까? 아마도 그 밥상은 사람을 살리는 소박한 밥상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한 끼 밥을 위해 지리산에서 거제로, 전주와 거문도로, 서울과 평창으로 그 힘든 길을 다녔을 것이고, 가을과 겨울, 봄과 여름의 사계를 그 긴 시간을 지날 수 있었을 것이다. 시인이 차려내는 소박하고도 따뜻한 엄마의 보드라운 손길 같은 스물네 가지 음식과 그 음식을 맛보며 써낸 작가의 담백하면서도 슴슴한 글은 이 책을 읽는 우리를 한껏 충만하게 해준다. 아니, 참으로 충분하게 한다. 음식도 그걸 만든 사람의 성정을 닮듯이 우리는 시인의 음식과 작가의 글에서 무언가 다른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그건 노골적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섬세한 이들에게만 선물처럼 주어지는 구수하고 뭉근한 사람 냄새다. 소박하고 욕심 없는 사람들이 풍기는 냄새다. ‘내비도’ 교주 최도사, 착하고 배려심 깊은 J, 아그네스 발차 같은 가수 진진, 사람의 영혼까지 찍는 사진작가 숯팁…… 언제나 고마움보다 더 큰 그리움을 주는 그들은 모든 쓸쓸하고 서러운 시간들을 서로 챙기며 채운다. 우리는 《시인의 밥상》을 읽으며 우리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깊게 나이 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될 것이다. 나이 듦의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나이와 닮아갈 것이다. 밥상에 마주 앉은 사람과 함께. 우리에겐 소박한 밥상이 필요하다 첫 순을 따버려야 잘 자라는 호박처럼 우리에겐 고통, 역경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누누이 써왔다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우리를 성숙하게는 하겠지만, 행복하게도 사랑하게도 할 수 있을까? 고통과 역경을 지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소박한 밥상이 아닐는지. 배가 끊긴 거문도에서 먹었던 바다가 와락 밀려드는 거 같았던 해초비빔밥과 지리산에서 먹었던 식물성 그 자체였던 호박찜과 호박국, 깻잎을 넣은 밥과 늙은오이무침, 지리산 해발 750미터에 있는 심원마을에서 맛보았던 산나물 밥상과 능이석이밥, 그리고 밥상에 앉아 먹는 차게 만 소면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시인이 들려주는, 한 사람은 돈을 받으라고 하고 한 사람은 돈을 안 받겠다며 전주 시내에서 추격전을 벌이던 ‘장뻘’ 식당 주인아주머니와의 이야기와 2012년 선거에서 진 다음 날 경남의 한 고등학교로 강연을 가야만 했던 그리고 결국 어린 학생들 앞에서 두 번이나 엉엉 울었다는 시인의 이야기는 작가의 무엇을 건드렸을까? 그건 참선과 기도와 성토를 지나 찾아오는 행복과 같은 성질의 소박한 행복이었을 것이다. 사랑하지 못해서 오는 후회가 아니라 더 사랑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행복한 서글픔이었을 것이다. 평생 더는 없을, 누구보다 배부르게 보냈을 작가의 이 1년을 따라 걷다 지쳐 무심코 밥상 앞에 앉았을 때 우리는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눈다는 것, 이 거대한 도시에서 누군가를 눈물 나게 하는 건 결국 소박함이라는 것, 결핍을 경험하지 못한 채움에는 기쁨이 없다는 것, 자기 것을 자기 것이라고 하고 남의 것을 남의 것이라고 할 줄 아는 용기가 세상엔 별로 없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밥 먹는 게 참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인생에서 가장 첫 번째에 꼽아야 하는 게 사람이라는 것도. 버려도 되고, 비워도 되고, 먹지 않아도 된다 “차비가 없어도 못 오고, 시간이 없어도 못 오지.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서 못 오고, 버리지 못할 게 있어서 못 오지. 우린 그걸 다 넘어서서 여기 온 사람들이야.” _본문 중에서 “나는 지리산에 갈 때마다 삶이 단순할수록 얼마나 풍요로운가를 절감한다. 그리고 똑같은 양으로 내가 얼마나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인가도 말이다.” _본문 중에서 따뜻하게 잘 지어진 밥과 푸짐히 차린 음식들 밑에는 우리의 영혼이 진짜 보아야 하는 것들이 놓여 있다. 그건 바로 시인과 최도사의 삶, 즉 지리산에서의 삶이다. 딱 관값 200만 원만 남기고 다른 모든 걸 기부하는 시인과 계절별로 두어 벌의 옷만 소유한 채 식은 밥에 장아찌 하나로 며칠을 견디는 최도사를 보며 “서울에서의 내 삶은 배가 고프기도 전에 무언가를 먹는 삶이었다”고 “이 나이에 이르러 이제 나는 안다. 삶은 실은 많은 허접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내 남은 생에 소망이 있다면 그중 무엇이 허접하지 않은지 식별할 눈을 얻는 것인데, 여기 새벽강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중 몇 개를 건져 올리는 기분이었다. 그것들은 살아 푸르른 숭어 같았다” 하고 말하는 작가의 고백 앞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지금껏 배가 고파서 먹은 게 아니라, 배가 고파지는 걸 두려워해서 먹고 있었다는 걸. 돈이 있고, 시간이 있더라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가진 걸 버리지 못하면, 지리산이 차린 밥상 앞에는 도저히 앉을 수 없다는 걸. “지난여름이 용광로처럼 뜨겁지 않았다면 오늘 부는 이 가을바람이 그리 고맙지 않았으리라. 우리들의 청춘이 불구덩이처럼 힘겹지 않았다면 우리들의 밥상은 한갓 놀이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_본문 중에서 힘든 시절, 고통으로 엉겨 붙어 뭉클거리는 시간을 보내며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두려워하는 것도, 불안해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자신의 미래나 떨어진 쌀이나 낡고 불편한 것들이 아니다. 고작해야 내일의 날씨다. 우리가 청춘이란 이름으로 해야 하는 건 코앞에서 아른거리는 봄을 느끼며 밥상을 붙잡고 앉아 흔들리더라도 나아가는 것이다. 채우지 못한 그 작은 밥상을 붙잡고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쓰는 것이다. 원한다면 더 많이 버려도 되고, 비워도 되고, 먹지 않아도 된다. 다르게 욕망하면 될 일이다. ‘시인’처럼이 아닌, ‘시인의 밥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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