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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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인생을 사려 깊은 언어적 감수성으로 엮어 낸 에세이 《어른의 맛》 눈물 나는 맛, 기다리는 맛, 아련한 맛, 사라지는 맛…… 조미료를 더하고 빼는 걸로는 건져 올릴 수 없는 세월의 틈 구석구석에서 만난 잊지 못할 맛의 기억 “아, 나도 어른이 되었구나 느꼈던 순간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엄마가 해 준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을 때였어요. 밑도 끝도 없이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_ ‘눈물 나는 맛’에서 《어른의 맛》은 인생의 순간순간 만났던 잊을 수 없는 맛에 대한 기억을 아름답고 사려 깊은 언어적 감수성으로 엮어 낸 에세이다. 어른이 되었기에 더 애틋하게 느낄 수 있는 맛, 세상에 얼마든지 존재하지만 바쁜 일상에 가려져 있던 맛에 대한 이야기. 이른 저녁 이자카야의 포렴을 가르고 들어갈 때 괜히 죄송스러워지는 맛, 와사비의 맛을 알게 됐을 때 코끝이 찡해 오는 맛, 쓸데없는 군짓을 하지 않는 산나물의 맛, 어릴 때는 알 수 없는 아련하고도 희미한 맛, 어른이기에 만끽할 수 있는 술안주의 맛, 계절을 기다리고 배웅하는 맛, 옥돔의 눈알을 쪽쪽 빨아 먹는 맛…… 등 이 책은 세월과 함께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경험을 거듭하면서 섬세한 미각의 영토를 넓혀 온 사람이 느낀 다양한 맛과 기억을 담고 있다. 어른의 맛은 음식깨나 먹어 봤다고 하는 미식가의 젠체하는 맛도, 상대의 맛 취향을 무조건 깎아 내리고 보는 꼰대의 맛도 아니다. 세월의 흐름과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맛, 그것이 조미료를 더하고 빼는 걸로는 건져 올릴 수 없는 어른의 맛이다. 지극히 행복하고 따스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자카야의 포렴을 가르고 들어가 시원하게 한잔 들이켜고 싶어지고, 한밤중에 냉장고 속 두부를 꺼내 구워 보고 싶어지고,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조용히 차를 끓이고 싶어지고…… 어릴 적 아버지가 사 준 음식이 떠올라 눈가가 촉촉해질지도 모른다. 맛과 사람을 잇는 작가 히라마쓰 요코 조용히 마음 한편을 울리는 맛에 대한 더없이 따스한 글 그 매력을 얕잡아 볼 수 없는 평범한 두부, 술집에서 만나는 소박한 안주, 어느 깊은 산속에서 먹는 멧돼지요리, 후지 산자락에서 먹는 맑은 국물의 우동,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해삼, 한겨울 서리 맞아 단맛이 깊어진 대파, 기다림을 알아야 그 제 맛을 알 수 있는 구운 가지, 깊은 산골 여행을 하면서 맛보는 산나물…… 《어른의 맛》에는 여러 가지 요리가 잔뜩 나오지만 조금도 위가 부대끼지 않는다. 표현은 물론이고 그 비유조차 솜씨가 뛰어난 요리사의 양념처럼 정확하다. 저자 히라마쓰 요코는 ‘음식’과 ‘맛’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개성 강한 글쓰기를 보여 주는 작가로 세계 각지를 돌며 취재하고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 문학과 예술을 테마로 폭넓게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유명 레스토랑 음식에 별점 매기는 일보다는 퇴근 후 서둘러 집에 돌아가 해 먹는 밥 한 끼의 매력, 도시 변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매일의 음식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별거 아닌 일상의 음식과 맛도 그녀의 미각과 손길을 거치면 마법처럼 생생한 생명력을 얻는다. 이 책에 실린 거의 모든 글이 맛깔난 단편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을 준다. 히라마쓰 요코는 음식과 맛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꽤 사려 깊고, 솔직한 감각을 자극하는 촘촘한 묘사력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충실한 취재와 정보 서술, 품위 있는 문체 속에 녹아든 뚝심과 강단에 감탄하게 된다. 맛의 영역에서는 얕은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 법이다. 먹는다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풍경을 예리하고 진지하게 관찰하는 자세. 그녀의 글이 가진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그래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 맛있어!” 어른이 되었기에 더 애틋하게 느낄 수 있는 맛 이 책에는 ‘여는 글’과 ‘닫는 글’을 포함하여 총 64개의 맛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맛에 대한 표현들은 지극히 미각에 의존하기도 하고 문학적인 상상력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그저 계절의 감각을 느끼게 하기도, 인생에 대한 성찰을 소담하게 담아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표현되는 맛은 감각에 충실하고도 솔직하다. 딸기잼 한 병을 앉은 자리에서 야금야금 모조리 해치워 버린 후 후회와 자책 속에서도 기뻐 날뛰는 혀의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여운이 남는 맛). 벚꽃색으로 잘 구워진 옥돔을 마지막엔 눈알까지 쪽쪽 빨아 먹는 에피소드는 어떠한가(빨아 먹는 맛). 깊은 산중 겨울철에만 불이 켜지는 작은 요리점에서 맛보는 멧돼지요리를 예찬하고(짐승의 맛), 해삼을 한 사발 먹고 혓바닥이 얼얼하고 머릿속이 욱신거렸던 경험(소한의 맛) 등…… 맛은 자연스레 관능으로 흘러넘치기까지 한다. 먹지 못하는 맛, 기가 막히는 맛, 얄미운 맛, 냄새의 맛, 뼈의 맛, 따스한 맛 등은 특히 문학적 재치가 돋보이는 글이다. 눈물 나는 맛, 말린 음식의 맛, 선택하는 맛, 기다리는 맛, 세간의 맛, 한 사람 몫의 맛, 세월의 맛, 재회의 맛 등은 어른이 되었기에 이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한 깨달음이 유독 읽는 이의 마음에 와 닿는다. 계절의 감각을 감지하는 것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맛을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찬바람에 지친 몸을 녹이기 위해 마시는 우메보시 녹차(겨울의 맛), 초봄에 맛보는 알싸한 머위 어린 꽃줄기(초봄의 맛), 장마철에 불쑥 생각나는 물양갱(비의 맛), 여름 하면 생각나는 추어탕(강의 맛), 봄에서 가을까지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게 해 주는 은어(사라지는 맛)의 맛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계절과 맛을 함께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어른이 되었기에 누릴 수 있는 얼마나 큰 기쁨인지 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