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너무도 찰나여서 영원에 가까운, 반짝반짝 허무한” 젊음이라는 새큼달큼한 시절에 관한 감각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첫 산문집!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출간 이후 뜨겁게 주목받으며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고선경의 첫 산문집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가 출간되었다. 시인이 수년간 블로그에 연재해온 일기와 때때로 기록한 메모에 새로 쓴 원고들을 더해 엮은 이 책에는 이십대 청년으로서 그가 줄곧 그려온 알록달록한 마음의 무늬들이 담겼다. 심상한 듯하다가도 때때로 일상을 압도하는 고뇌, 등단을 준비하며 겪었던 자신과의 치열한 사투, 마침내 세상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시인으로 발돋움한 뒤에도 왜인지 사라지지 않는 내면의 괴로움이 두루 담겼다. 때때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거센 우울이 역풍처럼 찾아오지만, 그것에 함락당하지 않고 버텨내려 애쓰는 고선경만의 꼿꼿한 긍정의 자세가 글자의 틈새마다 시리게 빛난다. 모든 감정이 예민하고 생생하게 감각되는 시기. 삶의 가장 찬란한 구간을 통과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것을 시시각각 실감하지는 못한 채로 스스로를 실컷 망쳐본 뒤에야 끝나는 청춘이라는 시절. 그 불완전한 삶의 구간을 고선경은 ‘꿈’이라는 단어로 빚어본다.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통해 “향기로운 헛것을 보여주고 싶다”(‘시인의 말’에서)며 황홀한 비일상의 순간을 포착하는 데 주력했던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허무맹랑하고 허점투성이인, 불완전한, 우리 누구나 지닌 그 엉망진창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어지러운 꿈에 빗대어 털어놓는다. “뒤섞인 빨래와 읽다 만 책, 펼쳐진 노트북,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베개, 수치심과 슬픔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던 이십대 초반의 자취방”처럼 어딘가에 도달하지 못한 채 미완의 느낌으로 남겨지는 것이 청춘의 특성이라면, 고선경은 그것을 샅샅이 뒤져보며 최대치로 감각하려는 자다. 주어진 것이 고통이라면 힘껏 아파하고, 즐거움이라면 어린아이처럼 기뻐할 줄 안다. 그러는 동시에 현실에 착실하게도 매여 있는 사람이다. 경제적인 문제에 골몰하며 생활을 꾸려나가는 와중 남겨둘 것과 떠나보낼 것을 꼼꼼하게 구별해낸다. 일상의 틈에서 작은 즐거움들을 건져내는 데 선수이며, 사랑과 우정을 지키느라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이 “요란하고 고요한 엉망진창” 속에서 부지런히 시까지 써내며 삶이 건조하고 척박한 것으로 방치되지 않도록 꾸준히 가꾼다. 이토록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점에서, 고선경이 그려내는 젊음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느끼는 현실 감각 그 자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