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우리 세대의 최선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과연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빅이슈》 김송희 편집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는 10년째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이다.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나온 이 대사에 매료된 것은, 꿈을 이루겠다는 열망이 크면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고통도 배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무렵이었다. 우리 세대의 최선이란 무엇일까. 안 될 줄 알면서도 노력을 멈출 수 없는 없는 이 삶의 끝은 어디일까. 희망을 버리고 힘내라는 말은 실패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다독이는 말이기도 하지만 노력에 지친 우리 세대를 향해 내미는 손이기도 하다. 저자는 절망 같은 희망, 체념 같은 위로를 건네며 말한다.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라고.
‘귀여운 할머니’ 열풍에 가려진 가난한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다
“부유한 할머니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는 서로 돌보며 재미있게 살 테니까.”
비혼 여성으로서 저자는 ‘귀여운 할머니’ 열풍에 가려진 가난한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직설적으로 고백한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려면 전문적인 직업이 있어 젊은 사람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어야 하고, 제 아집에 갇히지 않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빈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이런 할머니가 되지 못할 것 같다고 하자 친구는 이렇게 반문한다. “너는 나를 안 도울 거야? 나는 너를 안 도울 것 같아? 귀여
운 할머니 안 돼도 괜찮아. 우리는 서로를 도울 테니까.”
폐지 줍는 노인이 될 것을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십만 전자’, ‘코인 대박’, ‘영끌 대출’과 같은 못 다 이룬 재테크의 꿈이 아니라, 주변의 친구와 이웃을 돌보며 안전하고 평등한 공동체를 일구고 눈앞의 노인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려는 노력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불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홀로 살며 느끼는 존재론적인 불안을 직시하는 가운데 사안을 구조적으로 보는 시선을 잃지 않는다. 《한겨레》의 ‘이런 홀로’ 코너에 ‘늘그니’라는 필명으로 연재하면서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았던 칼럼에, 《빅이슈》와 《월간 잉여》를 비롯해 각종 매체에 기고했던 글을 더하고, 새로운 글을 엮어 만든 김송희의 첫 단독 에세이집.
이것은 웹툰인가, 에세이인가!
시트콤보다 웃기고 다큐보다 현실적인 홀로살이 에세이
이 책은 눈물이 맺힐 만하면 웃음이 터져 나오는 블랙 코미디 같은 일화로 가득하다. “김송희 작가에게 별명을 붙인다면 ‘에피소드 제조기’가 아닐까 한다.”는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추천사처럼 온갖 사건 사고가 펼쳐진다. 그러나 오늘의 불행도 내일의 농담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희한한 재주 앞에서는 슬픔도, 분노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불안과 우울, 차마 돌보지 못했던 내밀한 감정을 치열하게 다룬 이 책은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재치 있고 사려 깊으며 솔직해서 사랑스러운 김송희의 글을 읽다 보다 보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못난 지점까지도 어느새 사랑하게 될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나로 살기 위하여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딸들을 위한 책
이 책은 엄마와 불화하는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지방에서 칼국수 집을 운영하며 딸 셋을 서울로 보낸 엄마는, 서른 넘은 딸들이 왜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시시때때로 난입해 내 삶을 휘젓는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저자는 단호한 결론을 내린다. 엄마와 당분간 연락을 끊는 한이 있더라도 나를 보호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죄책감 때문에 입 밖에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낸 대목에서 여성 독자들은 “내 이야기 같았다.”, “이런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해줘서 고맙다.”며 공감을 표했다. 가족과 유대가 강할수록, 감정노동을 요구받는 딸일수록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책은 전한다.
매일 지는 경기에 나가는 기분이지만
오늘도 울면서 달리는 당신을 응원하는 에세이
저자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주거 환경 때문에 스스로 먹여 살리는 삶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고민한다. 방송 웹진 기자로 시작해 홍보대행사, 건설회사 사보팀을 거쳐 <29cm> 에디터, 《캠퍼스 씨네21》기자,《씨네21》기자 등을 비롯해 셀 수 없이 많은 자리로 이직했지만 내년에도 여전히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녔어도 내년에는 어느 동네에서 이사 가야 할지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그럼에도 저자는 매일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마음을 다해 글을 쓰고, 일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좋아하는 물건을 사들이고, 취향대로 공간을 꾸미고, 삼시세끼 자신에게 맛난 것을 대접하며 자신만의 정원을 부지런히 가꿔나간다. 그는 단순히 ‘생존’ 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기 위해 오늘도 소소한 모험을 감행한다.
홀로 살지만 결코 자기 안에 매몰되지 않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낯모르는 여성의 죽음에 감정이입해 눈물 흘리기도 하고, 각종 커뮤니티를 꾸려 타인과 느슨하게 연결되기를 멈추지 않는다. 불안은 기혼이든 비혼이든 동시대를 사는 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이라며, 생존 자체가 어려운 사회에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성숙한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고민한다. 1인 가구 40퍼센트 시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혼자가 된다. 우리는 과연 어떤 할머니, 노인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