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

Marcel Proust · Essay
2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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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하나로 꼽히며 ‘작가들의 작가’로 칭송받는 작가. 방대한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세계 문학사의 정점에 단숨에 올라선 마르셀 프루스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 <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가 연세대학교 유예진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프루스트가 비평, 칼럼, 서평, 편지, 수필 등 다양한 형식으로 쓴 글들을 모아놓은 산문집으로, 두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작품들이다.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출간한 것은 마흔이 넘어서였다. 유일한 장편소설인 이 책이 출간되기 전 프루스트는 영국 작가인 존 러스킨의 번역가이자 문예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다양한 매체에 글을 남겼는데, 이러한 글들 곳곳에서 이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춧돌이 되는 생각들이 드러난다. 그리고 소설이 아닌 만큼, 그 글들에서 프루스트는 소설에서보다 한층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자신의 견해를 전달한다. 이 책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이 방대한 소설을 읽기 전 프루스트를 좀 더 가볍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은 독자에게는 소설의 실마리가 되는 내용들을 발견하며, 그가 이 대작을 어떤 생각으로 썼고 그를 통해 무엇을 전하려 했는지, 또 그가 어떤 작가였으며 어떤 예술론을 가지고 있었는지 직접적으로 들어볼 수 있는 반가운 기회가 될 것이다. 책의 첫머리에는 다양한 자료 사진을, 말미에는 프루스트 전공자인 유예진 교수의 깊이 있고 친절한 해설을 실어 프루스트라는 작가를 더 가까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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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나 ’, 프루스트 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 17 할머니 37 프루스트에 의한 프루스트 44 “만약 루브르 박물관에 프랑스 회화의 명예의 전당을 만든다면” 49 “만약 당신이 노동자로 일해야 한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겠습니까? ” 52 “만약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 55 존 러스킨과 성당 러스킨 순례길 59 러스킨의 『아미앵의 성서』 역자 서문 66 성당의 죽음 97 살아남은 성당들 113 독서 『생트뵈브에 반박하여』 서문 127 자크에밀 블랑슈의 『화가의 이야기』 서문 137 플로베르의 문체에 관하여 169 가브리엘 무레의 『게인즈버러』 서평 199 폴 모랑의 『연한 새순』 서문 203 독서의 나날 227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가 설명하는 『스완네 집 쪽으로』 241 『스완네 집 쪽으로』 이후의 집필 계획에 대하여 247 해설 다양한 글로 만나는 프루스트의 입체적 모습 _유예진 259

Description

비평, 칼럼, 서문, 편지, 수필 등 다양한 글을 통해 만나는 프루스트의 내면세계 이 책은 총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프루스트의 개인적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 러스킨 번역가로서 나름의 문학론을 펼치는 <존 러스킨과 성당>, 당대 사교계의 중심인물이자 문예평론가로서 썼던 여러 서문과 서평, 문예론을 모은 <독서>, 프루스트 자신이 작품의 내용과 이후의 집필 계획을 직접 설명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서 우리는 인간 프루스트, 개인 프루스트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주변인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보고 어머니와 할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을 드러내는가 하면 여러 질의응답을 통해 삶의 가치관을 표출하기도 한다. 책과 같은 제목의 「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에서 프루스트는 이전에 몇 차례 편지를 주고받은 적 있는 지인의 죽음을 신문 기사로 접한다. 섬세한 영혼의 소유자인 지인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이 존속 살해범에게 연민을 느낀다. 제대로 된 직장도 없이 병약한 자신이 어머니의 근심거리라고 생각했던 프루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근원적으로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근심을 안김으로써, 걱정으로 가득한 애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매일매일 그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나이 들게 하고, 결국은 그들을 살해한다.”(35쪽) <존 러스킨과 성당>은 존 러스킨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면서 프루스트 자신의 문학론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러스킨의 책을 직접 번역 소개할 만큼 큰 영향을 받았음에도, 옮긴이 서문에서 러스킨의 우상숭배를 가차 없이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자신만의 문예론을 얼마나 강고히 확립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프루스트가 번역 작업을 통해 확보한 ‘러스킨 전문가’라는 명성보다 더 값졌던 것은 ‘성당’이란 존재의 재발견이다. 그는 수 세기에 걸쳐 완성되는 성당이라는 건축물에서 이상적인 예술의 양상을 보았다. 즉 시간이라는 요소가 가미된 종합적 예술 작품으로서 자신의 소설 또한 성당과 같은 구조를 갖추리라 생각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이를 구체화한다. <독서>에는 프루스트가 여러 책에 쓴 서문과 서평이 실려 있는데, 여기서 그의 다양한 문학적 시도들을 만날 수 있다. 『생트뵈브에 반박하여』 서문에서 그는 전기적 비평의 대표자였던 생트뵈브를 비판한다. 하지만 그보다 이 글이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여기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첫 번째와 마지막 에피소드가 언급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소설을 집필하기도 전에 그의 머릿속엔 이미 작품의 처음과 끝이 모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보여주는데, 이를테면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인 자크에밀 블랑슈가 쓴 『화가의 이야기』 서문에서 어린 시절 자주 가곤 하던 외종조부 댁의 인상과 더불어 자신의 유년기를 섬세하게 묘사한 것이 그 예이다. 마지막 부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이 대작 소설에 관한 프루스트의 생각과 계획을 직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요즘 아파트에 넣기에는 너무 큰 양탄자를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어쩔 수 없이 잘라버린 사람과 같은 처지입니다”(241쪽)라는 말은 너무 긴 분량 때문에 완간된 형태로 한 번에 책을 출간하지 못한 그의 안타까운 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첫 권을 출간했을 당시 평단과 독자의 무관심 속에서도 그는 소설이 나아갈 방향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 확신은 두 번째 권이 출간되었을 때 공쿠르상 수상이라는 반응으로 돌아온다. “예술가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또 다른 우주를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246쪽)라는 프루스트의 말처럼 이 산문집은 많은 독자들에게 그가 빚은 세계에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토록 보편적인 요소들을 그토록 특별한 그만의 방식으로 구체화한 프루스트의 세계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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