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저작권은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돈 버는 기계가 되었는가?
출판에서 시작된 저작권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기까지
극적인 전환으로 가득 찬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 - 《이코노미스트》
기묘한 타이밍에 도착한 놀랍도록 기발한 역사책 – 알렉산드라 제이콥스, 《뉴욕 타임스》
주위를 둘러보자. 책장에 꽂힌 소설과 시, 스마트폰으로 보던 영상, 길에서 들리는 음악, 게시판에 붙어 있는 포스터, 여행 기념품으로 사온 캐릭터 인형…. 오늘날 우리는 무형의 콘텐츠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무형의 창작물은 돈을 움직이고 세상을 움직인다. 이 모든 무형의 자산은 누구의 것일까? 이 수익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 뒤로 책과 지식의 유통을 인쇄업자들이 독점하게 되었다. 18세기 영국에서 이들의 지식 독점을 막기 위해 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저작물에 대한 권한을 저작권자에게 출간 후 28년 동안 보장했는데, 이것이 현대적 의미에서 저작권의 탄생이었고, 이후 저작권 개념은 많은 변화를 거쳤다. 출판된 글을 넘어서 소리와 인격까지 저작권의 대상이 되었고, 저작권의 보장 기간도 여러 이유로 점점 더 길어졌다. 이제 저작권은 복잡하고 강화된 수익 추구 수단이 되어 많은 기업들에게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저작권은 수많은 단체의 이권과 법정 싸움을 거치며 오늘날의 모습으로 확립되었다.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는 저작권의 탄생부터 오늘날까지, 그 변화 과정을 추적하며 저작권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준다. 오늘날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인 저작권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작물이 저작자의 것이 아니었다고?
새로 나올 책에 영화 리뷰를 실으려고 한다. 그런데 캡처를 넣어도 될까? 삽입된 노래의 가사는? 저작권이 의식되기 시작한다. 누구에게 문의를 해야 하지? 저작자를 알아보고 문의를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닿는다. 이처럼 우리는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때면 당연하게 저작권을 의식한다. 그런데 이 생각은 언제부터 당연했을까?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창작자에게 있다. 창작물은 창작자의 재산이며, 타인의 창작물을 함부로 가져다 쓰는 것은 도둑질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늘날 상식적으로 퍼져 있는 이 개념은 처음부터 존재하던 것이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의 저작자에게는 창작물을 언제 어떻게 발표할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었고 타인이 멋대로 저작물을 발표해버려 시비가 붙기도 했지만, 발표된 저작물을 재배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도용과 표절은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을 때 윤리적 문제로 지탄받았을 뿐이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해 인쇄업자들이 책을 찍어내게 된 뒤로 출판된 글에 대한 권리는 인쇄업자에게 주어졌다. 독점권을 가진 인쇄업자들은 유명 저자들의 저작물의 유통을 관리했으며 타 지역에서 다른 이들이 멋대로 같은 내용의 책을 찍어내는 것을 막았다. 18세기 영국은 이들의 독점을 제한하기 위해 법을 제정했고, 이로 인해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저자에게 주어졌다. 18세기에 이르러서야 현대적 의미의 저작권이 생겨난 것이다. 이후 프랑스에서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저작자에게 평생 보장하는 법이 만들어졌고, 점차 ‘독창성을 지닌 창작물은 저작자의 재산’이라는 개념은 전 세계로 퍼져갔다.
기업들에게 더 많은 것을, 더 길게 보장하다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몸집을 불려나간 과정을 생생하게 추적한다. 영국의 인기 판화가 호가스는 판화 또한 인쇄물이라며 국회에 진성서를 올렸고, 글이 아닌 판화 또한 저작권의 보호 범위에 들어갔다. 이후 인쇄소에서 찍어내는 출판물인 포스터도 보호 범위에 들어갔으며, 음반, 음악, 캐릭터, 프로그램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또한 처음에는 발표 후 최장 28년이던 기간은 저작자의 가족들을 위해 사후 10년이 되었다. 러시아에서는 19세기 중반 푸시킨 아내의 탄원으로 보호 기간이 사후 50년으로 늘어났고, 이제는 많은 국가가 사후 70년 동안 저작권을 보호한다. 이제 10여 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제 공조인 베른 협약에 가입한 상태다.
이처럼 저작권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잡음들이 생겨났다. 여러 기업의 독점을 막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당초의 취지와 다르게 이제 강화된 저작권법은 강대국의 거대 기업들을 위한 칼이 되었다. 전 세계 라이선스 계약금의 4분의 1 이상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며 국가 간의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현재 발표되는 대부분의 저작물들은 창작자를 찾을 수 없는 ‘고아 저작물’이 될 운명에 처한다. 고아 저작물이란 저작자인 법인이 폐업하거나, 작가가 자식 없이 사망해 저작자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게 된 저작물들이다. 지난 세기에 발표된 저작물의 90퍼센트가 고아가 되었으며, 이 저작물들의 재사용 허가를 받지 못해 관련 논의가 멈추게 되기도 한다.
저자들의 안내에 따라 저작권의 역사를 탐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던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저작권을 둘러싼 다양한 분기점에서 다른 결론이 내려졌다면 저작권의 모습은 오늘날과는 달랐을 것이다. 저작권은 훨씬 강력하고 복잡해졌지만 여전히 모호한 면이 있다. 저작권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을 들어봄으로써 독자들은 저작권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