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몸

최형락 and other · Social Science
3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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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단련하는 시간 동안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체화된 기술과 일이 빚어낸 베테랑의 ‘몸’들을 드러내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사회문제에 맞서고 분투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꾸준히 포착해온 기록노동자 희정은, 서로 다른 성별·연령·분야의 베테랑 13인을 만나 인터뷰하며 몸-일-일터-사회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풀어낸다. 저자는 뾰족한 문제의식과 세밀하고도 담담한 문장으로 질병·체형·자세·표정 등 몸의 변형은 물론, 어투·걸음걸이 등의 습관과 일의 태도까지 독자에게 꺼내어 보인다. 여기에 온빛사진상(사회의 생활상과 사건을 충실히 드러내는 다큐멘터리 사진 상)을 두 차례 수상한 사진작가 최형락이 고유한 시선으로 열두 베테랑의 모습을 담아내며, 일하는 몸들을 더욱 입체적으로 재현한다. 직업적 특징과 성격적 면모, 생의 굴곡에 따라 저마다 달리 다듬어진 베테랑의 몸들은 텍스트와 사진 이미지를 통해 더욱 풍부한 맥락 속에서 독자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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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1부. 균형 잡는 몸 세공사 김세모 “저희는 손 떨면 안 되거든요” 인터뷰 후기: 그는 어떤 속도로 일을 해왔나 조리사 하영숙 “배에 힘 딱 주고 들어야지” 인터뷰 후기: 살림은 기획이다 로프공 김영탁 “선수들은 옥상에서 표정이 달라요” 인터뷰 후기: 목숨이 하나임을 제대로 알기까지 어부 박명순·염순애 “몸에 배 가지고 괜찮아요” 인터뷰 후기: 가판 위에서 마음이 복잡했던 것은 2부. 관계 맺는 몸 조산사 김수진 “산모가 출산의 주체가 되도록 이끌죠” 인터뷰 후기: 생명과 존중에 대하여 안마사 최금숙 “내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하는구나” 인터뷰 후기: 손상된 몸과 어떤 환상들 마필관리사 성상현 “말을 타려면 가벼워야 해요” 인터뷰 후기: 수단과 관계, 그 사이 세신사 조윤주 “손바닥으로 기운이 전해지잖아요” 인터뷰 후기: 목욕탕이라는 공간 3부. 말하는 몸 수어통역사 장진석 “표정만으로 다른 말이 되는 거죠” 인터뷰 후기: 그 편리와 효율은 누가 정한 걸까 일러스트레이터·전시기획자 전포롱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인터뷰 후기: “너 좋아하는 일 하잖아”라는 말 뒤에 배우 황은후 “연기하는 대상과 만나기 좋은 터가 되도록” 인터뷰 후기: 자기 길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이야기 식자공 권용국 “아무거나 줘도 다 합니다” 인터뷰 후기: 그는 존재하고 있다

Description

“저 자세를 안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일한 사람만의 태가 있다” 서로 다른 연령·성별·분야의 베테랑 13인, 몸에 붙은 일과 삶 그리고 자부심의 기록 일이란 내게 무엇인가. 불안한 노동시장과 경기 침체로 자발적 퇴사·사이드 잡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각자도생의 시대, 때로 일은 그저 돈 버는 수단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은 늘 그 이상이다. 수면 리듬이 출근 시간에 맞춰지고, 일할 때의 자세 때문에 퇴근 후에도 몸이 뻐근하다. 업무 용어는 입버릇처럼 혀끝에 맴돌고, 인간관계나 관심사도 일터에 맞게 바뀐다. 좋든 싫든, 일은 내게 들러붙어 있다. 어느덧 나는 조금씩 나의 일로부터 빚어진 것이다. 그렇게 수십 년간 일을 몸에 붙여온 이들이 있다. 한자리에 붙박여 같은 일을 해온 숙련자들을 우리는 ‘베테랑’이라 부른다. 이들이 베테랑이 되기까지 일을 반복하며 갈고닦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몸은 인내하며 버틴 시간과 “일의 기억을 새기는 성실한 기록자”(12쪽)가 된다. 《베테랑의 몸》은 스스로 단련하는 시간 동안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체화된 기술과 일이 빚어낸 베테랑의 ‘몸’들을 드러내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사회문제에 맞서고 분투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꾸준히 포착해온 기록노동자 희정은, 서로 다른 성별·연령·분야의 베테랑 13인을 만나 인터뷰하며 몸-일-일터-사회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풀어낸다. 저자는 뾰족한 문제의식과 세밀하고도 담담한 문장으로 질병·체형·자세·표정 등 몸의 변형은 물론, 어투·걸음걸이 등의 습관과 일의 태도까지 독자에게 꺼내어 보인다. 여기에 온빛사진상(사회의 생활상과 사건을 충실히 드러내는 다큐멘터리 사진 상)을 두 차례 수상한 사진작가 최형락이 고유한 시선으로 베테랑의 모습을 담아내며, 일하는 몸들을 더욱 입체적으로 재현한다. 직업적 특징과 성격적 면모, 생의 굴곡에 따라 저마다 달리 다듬어진 베테랑의 몸들은 텍스트와 사진 이미지를 통해 더욱 풍부한 맥락 속에서 독자에게 다가간다. 이른 아침 작업장, 주방, 목욕탕, 출산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의 성실은 성실하게 몸에 새겨진다. (중략) 통증이 자세를 만들고, 자세는 체형을 만든다. 반복된 행동은 버릇과 습관으로 남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뱃심 든든한 몸통, 짙게 그을린 피부, 딴딴한 장딴지, 표정이 다채로운 얼굴, 짧게 다듬어진 손톱, 갈라진 발바닥, 우렁찬 목청, 청력 낮은 귀는 자신의 것이 된다. 젊은 시절, 아직 노동을 거치지 않았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몸을 안고 살아간다. _12~13쪽 중에서 책에 등장하는 베테랑들은 자신의 몸의 변형을 마주하는 데에서 머물지 않는다. 그 틈을 자부심으로 채우거나, 비슷한 문제를 직면한 동료를 챙기며 문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움직인다. 그렇게 저마다 변화된 몸으로 살아가며, 일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일터에서 마주한 문제와 괴리까지 스스로의 언어로 해석하고 진단한다. 이를테면, 어부와 마필관리사의 일터에서는 비인간 동물에 대한 존중이, 조산사의 일터에서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 배우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일터에서는 젠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안마사와 세신사의 일터에서는 늙고 병들고 장애를 가진 몸들이 논의된다. 30대 여성부터 아흔의 남성까지 각기 다른 얼굴의 베테랑들은, ‘숙련공’이나 ‘베테랑’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기계 설비를 다루거나 육체노동을 하는 초로의 남성 이미지)를 조각낼 뿐 아니라 노동 중에 생긴 신체 변형과 손상의 의미도 다층적으로 만든다. 자신의 일상을 침범하는 일터의 습관·강박 역시 훈장과 결함 사이를 널뛴다. 우리는 모두 끊임없이 일을 한다는 점에서,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반대로, 그 일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이 하는 노동 바깥의 노동이 어떤지 세세히 알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은 그릇된 환상이나 낙인의 꼬리표가 붙는다. 《베테랑의 몸》은 저자와 베테랑의 말을 빌려 노동 안팎의 시선을 고루 교차시키며, 왜곡된 시선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를 온전히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저자 역시 베테랑 노동자와 마주앉아 그가 어떻게 자신의 일과 몸을 바라보는지를 먼저 들어본 후에야 비로소 그의 노동을 이해할 수 있는 점과 닮았다. 누군가가 어떻게 빚어졌는가, 즉 몸에 붙어버린 일과 생의 흔적, 자부심과 문제의식들을 고루 떼어내 볼 때, 우리는 섣부른 동정이나 시혜, 차별적 시선을 거두고, ‘숙련의 시간을 거치며 빚어진 것들’에 대해 오롯이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낯설고 흥미로운 일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이것이 나의 환상임을 안다. 우리는 타인의 직업에 환상을 품거나 편견을 가지거나, 그도 아니라면 무지하거나 무심하니까. 그래서 그의 일터로 간다. 평생 ‘일’을 다뤄온 사람과 마주 앉아 그의 손끝에, 어깨에, 발뒤꿈치에, 입가에 노동이 남긴 흔적을 본다. 관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흔적을 따라잡다 보면 노동이 삶에 새긴 자국, 때론 어떤 저력과 만나게 되는데 그제야 비로소 누군가의 일에 환상과 편견을 가지는 일이 멈춘다. _18쪽 중에서 힘주어 버티고, 균형 잡고, 일터에서 관계 맺고, 재현하고 표현하며… 숙련의 시간이 빚어낸 몸들에 대하여 이 책에서 베테랑의 ‘몸’은 물리적 신체로 분석되지만은 않는다. 1부 ‘균형 잡는 몸’에서 힘을 주고 풀어내며 일하는 신체에 집중한다면 2부 ‘관계 맺는 몸’에서는 일터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살피는 감각에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 3부 ‘말하는 몸’에서의 몸은 표현의 장으로서, 수어·감정·연기·활자를 담아낸다. 이처럼 ‘몸’을 매개로 하는 넓은 논의는 다양한 노동의 형태를 아우르고, 비인간 동물·장애·젠더 수행·산업재해 및 안전·산업의 변화 등 사회 면면의 주제와 맞물리며 풍부하고 유연하게 펼쳐진다. 1부에서, 30년 경력의 ‘세공사 김세모’는 광을 내기 위해 손가락 서너 개에 힘을 주어 금속을 갈아내며 휠의 회전력을 버텨왔다. 그 바람에 “손가락에서 허리까지 이어지는 통증”으로 뜀박질을 하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말린 어깨와 휜 손목을 가지고, 일하기 위해 뜨거운 육개장을 단숨에 들이키는 김세모로부터 저자는 ‘일의 속도’를 읽어낸다. 20년이 넘는 세월 학교 급식실을 책임진 ‘조리사 하영숙’ 역시 쌀 포대와 무거운 식재료, 식기를 옮기는 사이 몸이 딴딴해졌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식단 고민, 바짝 깎는 손톱, 악세서리를 하지 않는 습관은 그의 자부심을 보여준다. 저자는 숙련자 하영숙을 두고 이리 말한다. 역시 “살림은 기획”이라고. 20여 년간 건물 외벽을 타온 ‘로프공 김영탁’은 실리콘 보수작업을 위한 각종 장비를 몸에 달고 버틸 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긴장을 놓고 힘의 반동을 자유로이 탈 줄 아는 유연한 몸짓을 강조한다. 줄은 끊기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외벽을 능숙하게 타기까지의 과정 안팎으로 저자는 글을 덧붙인다. 로프공이 고공에서 균형을 잡는다면, ‘어부 박명순·염순애’는 평생 바다 위에서 균형을 잡아왔다. 흔들리는 배에서 그물을 걷고 고르며 탁 버티고 서 있으려니 기역 자로 굽은 허리는 펴질 새를 모른다. 어부의 생이 달린 일이지만 동시에 물 속 존재들의 생도 달린 일이라, 저자는 가판 위에서의 복잡했던 마음을 인터뷰 후기에 녹여낸다. 2부에서 몸은 관계의 맥락이 오가는 매개로서 활발히 쓰인다. 산모의 자연주의 출산을 돕는 ‘조산사 김수진’은 산모의 미세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자다가도 문자 메시지 알람 소리에 깨게 될 정도로 예민해진 그는, 아이를 받는 순간 미끌하고 따뜻한 보람 역시 충만히 만끽한다. 그의 노동을 들은 저자는 태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의 존중으로 이야기를 넓힌다. ‘안마사 최금숙’은 시력을 잃은 후 안마를 처음 배웠다. 미세하게 튀어나온 혈관과 결을 달리하는 근육을 손끝으로 느끼며, 그는 뭉친 몸을 이끌고 사는 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앞의 두 베테랑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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