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문학의 기적' '살아 있는 신화' '현대문학의 고전' '단편미학의 전범' 등 항상 화려한 수식어를 동반하고 이야기되는 작가, 독자들뿐 아니라 후배 작가들에게도 늘 선망의 대상이 되어오고 있는 작가
김승옥의 소설전집이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전쟁이 드리운 음울한 그늘이 가시지 않았던 60년대 초반 한국문단에 이른바 '감수성의 혁명'을 몰고 온 작가, '산문언어의 연금술사'란 호칭을 들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 그리고 어느 날 홀연히 붓을
꺾고 독자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작가 김승옥. 최근 자리를 털고 일어난 그의 전설적인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 전집은 우리 문학의 완결된 한 시대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또한 그의 작품이 여전히 유효한 '
현재진행형'의 소설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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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작품세계
김승옥의 소설은 팽팽한 긴장의 언어와 내밀한 갈등의 구조로 되어 있다. 김승옥 소설의 주요 내용은 꿈과 낭만을 좇는 개인과 그것을 용인하지 않는 관념체계, 사회조직, 일상성, 질서 사이의 갈등이다.
기성의 관념체계, 허구화된 제도, 내용 없는 윤리감각이라는 일상적인 질서로부터 일탈하려는 열망, 곧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이 김승옥 소설의 중심적이고 일관된 내용인 것이다.
김승옥의 소설은 감각적인 문체, 언어의 조응력, 배경과 인물의 적절한 배치, 소설적 완결성 등 소설의 구성원리 면에서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 또한 인간의 삶을 꿈꾸지 못하는 기호로 전락시키는, 절대적인
권태와 허무 속으로 밀어넣는 현대문명사회를 비판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1930년대 이상 박태원 이태준 최명익 유향림 등을 통해 정점에 올랐던 모더니즘적 전통을 성공적으로 복원함으로써, 김승옥의 소설은 무조건적인
불안의식만을 반복적으로 서술하던 전후세대 문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한 편의 소설이라기보다는 4.19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문학적 언어로 환치시켜 전후세대 문학의 무기력증을
떨쳐낸, 그리하여 한국문학 전반을 새로운 지평 속으로 진입시킨 문학사적 사건이다. -
인간의 내부를 섬세하게, 조용하게 파고드는 그의 문체는 숨가쁜 시대에 내게 마치 단전호흡법과 같은 것을 가르쳐주기에 충분했다. 김영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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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 시간이 수많은 소설들을 소멸시키며 흘러갔으나, 선생의 소설들은 가슴에 아로새긴 청춘의 어느 하루처럼 나날이 더 빛나고 있다. 내가 나에게 했던 옛 맹세를 잊으려 할 적마다, 내 자폐의 골방을 잊으려
할 적마다…… 신경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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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문학의 신화적인 존재였다. 주인석(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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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이란 소설가는 내게 있어 빛과 그림자였다. 빠져들어 닮고 싶어했을 때는 찬란한 빛이었으되, 빠져나와 다른 것을 쓰려고 했을 때는 잔혹한 어둠이었다. 이응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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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전집1 무진기행
생명연습(生命演習) / 건(乾) / 역사(力士) /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 확인해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 무진기행(霧津紀行) / 싸게 사들이기 / 차나 한잔 / 서울 1964년 겨울 / 들놀이 /
염소는 힘이 세다 / 야행(夜行) / 그와 나 / 서울의 달빛 0章 /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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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문학계를 풍미했던 김승옥 문학의 총결산. 제1권에는 수많은 독자와 후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무진기행」과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서울의 달빛 0章」을 비롯한 열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작가는 서문에서 「서울의 달빛 0章」의 제목의 유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나는 장편으로 구상하고 있던 「서울의 달빛」의 프롤로그 백오십 장을 써내고 서장(序章)이라는 뜻에서 '제0장'이라고 적어
보냈다. 그런데 이어령 선생께서 내게서 다음 제1장의 원고를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본문 맨 처음에 붙어야 할 '0章'을 제목 밑에 갖다붙이는 바람에 제목이 되고 말았다. 책이 나온
다음에야 나는 제목이 괴상하게 길어졌음을 알았다.'
「서울의 달빛 0章」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자신의 친구가 초혼에 실패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었다고 한다. 그의 실패담에서 우리 시대의 독특한 비극을 본 작가는 그 비극성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의 상상력으로 변형, 과장시켜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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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전집2 환상수첩
환상수첩(幻想手帖) / 다산성(多産性) / 재룡이 / 빛의 무덤 속 / 먼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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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전집 제2권에는 작가의 중편소설 다섯 편을 담았다. 이중 「먼지의 방」은 1980년 동아일보에 연재를 시작했으나 광주사태 발발의 충격으로 작가가 펜을 잡고 있을 수 없어서 시작하자마자 중단했던
작품이다.
1970년대의 십 년, 유신체제 발동에서 박정희 대통령 서거까지의 십 년은 지은이의 삼십대의 십 년과 일치되는 기간이다. 그런 까닭으로 70년대의 십 년은 지은이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기이다. 「
먼지의 방」은 작가 나름으로 정리해본 70년대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말한다. 70년대는 처절한 갈등의 시대였고, 그래서 위대한 시대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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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전집3 내가 훔친 여름
내가 훔친 여름 / 60년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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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전집 제3권에는 「내가 훔친 여름」과 「60년대식」, 두 편의 장편소설이 실려 있다. 작가는 1967년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내가 훔친 여름」에 대해 국내 여행을 통해 각 지역의 역사적,
사회적, 도덕적 문제점을 훑어보겠다는 야심 찬 대작이었지만 여수 지방에서 여행이 끝나고 말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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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전집4 강변부인
보통 여자 / 강변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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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에는 「보통 여자」와 「강변부인」, 두 편의 장편소설이 실려 있다. 70년대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강변부인」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옛날 영화를 보는 듯 흐뭇한 웃음을 물게 하는 작품
속에는 6,70년대에 씌어진 소설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세련되고 풍성한 느낌이 사이사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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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전집5 한밤중의 작은 풍경
김수만씨가 패가망신한 내력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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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은 「산다는 것」「김수만씨가 패가망신한 내력」 등 총 서른여섯 편의 짧은 콩트로 이루어져 있다.
「산다는 것」은 동네 포장마차에서 만나 삼 년간 교제해온 과부가 알고 보니 남편이 있음을 알게 된다는 이혼남의 이야기다. '나'는 경제사범으로 복역하다가 출소한 남자의 아내를 농락한 것처럼 될까봐
노심초사하지만 여자의 남편은 전화를 걸어와 오히려 아내를 돌봐주어 고맙다고 인사한다.
그 외에 남편의 주머니를 뒤진 후 바가지를 긁기 시작하던 아내를 못 견뎌하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은 후 그의 주머니에서 '남편의 호주머니를 뒤지지 말 것'이라는 유서 아닌 유서가 나왔다는 이야기 등,
이삼 페이지 정도의 아주 짧은 다양한 이야기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