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대거 상 수상작, 가족과 인종, 우정과 양심, 구원과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20여 년의 세월을 두고 발생한 두 건의 실종사건, 경찰과 용의자로 만난 두 친구의 엇갈린 운명
미국의 51개 주 중 흑인의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주, 비옥한 환경으로 면화 산업이 크게 발달했으나 그만큼 많은 흑인 노동력이 착취당했던 주, 그리고 지금까지 가구 1인당 평균 연간소득이 가장 낮은 주. 슬픔과 고통의 역사와 함께한 미시시피를 곁에서 보고 자란 작가 톰 프랭클린은 아내의 브라질 유학에 동행하면서 그곳에서―다소 황당하게도―다른 할 일이 없었던 나머지 자신의 작가 인생에 정점을 찍을 작품을 집필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미시시피 미시시피》였다. 2010년 발표된 이 작품은 “미시시피의 샤봇이라는 한 작은 마을에서 만난 흑인과 백인 두 친구의 짧은 우정과 20여 년의 세월을 두고 발생한 두 건의 실종 사건을 통해 미국의 어두운 정서를 드러낸 걸출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추리문학계의 최고 영예인 골드 대거 상 수상 및 에드거 상, 앤서니 상, 배리 상, 해밋 상 등 그해의 거의 모든 주요 추리문학 상 후보에 올랐다.
인구 500명에 불과한 미시시피 주의 한 작은 마을 샤봇. 이 마을을 평생 떠난 적 없는 마을의 토박이 래리 오트에게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알지만 또한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비밀이 있다. 20여 년 전 래리가 고등학생 시절 그와 데이트를 나갔던 동급생 신디 워커가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 경찰과 모든 마을 사람들은 래리를 의심하지만 래리는 별다른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못하면서도 범행을 부인하고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그리고 20여 년 후,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하면서도 결코 샤봇을 떠나지 않은 래리에게 또다시 일제히 사람들의 의심이 몰린다. 티나 러더포트, 새로운 여대생의 실종과 자살 시도처럼 보이는 래리의 총상…. 오랫동안 마을을 떠났다가 경찰로 다시 돌아온 사일러스 존스―어린 시절, 래리와 아주 짧은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이자 당시 래리와 공존할 수 없었던 흑인인―는 새로운 실종 사건을 수사하면서 래리와의 과거를 통해 20여 년 전의 진실에 다가가려고 시도한다.
1979년 10대 청소년들로 처음 만난 백인 래리 오트와 흑인 사일러스 존스.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미시시피라는 배경은 두 소년의 우정을 짧은 기간 만에 박살내 버렸고 서로의 상처가 아물 화해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다. 《미시시피 미시시피》는 기본적으로 흑과 백, 피부색의 차이로 인한 두 소년의 어쩔 수 없는 갈등을 다루지만 여느 소설들이 보여준 인물 구도와는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인다. 보통의 소설들이 가난하고 핍박받는 흑인 대 유복하면서도 연민이 있는 백인의 구도로 인물을 보여준 반면 《미시시피 미시시피》의 두 주인공은 이를 견지하면서도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이라는 설정과 흑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미시시피라는 배경을 감안, 비교적 유복하지만 소수 백인이자 말더듬이인 래리 오트가 되려 핍박을 받는 상황에 처하게 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시시피 미시시피》가 비슷한 소재의 다른 작품들과 차별성을 두는 독특한 분위기를 갖게 한다.
《미시시피 미시시피》는 사회적 배경으로 인한 흑백의 갈등, 그 외에도 상당히 다양한 소재들을 효과적으로 조합한 작품이다. “래리 오트를 쏜 ‘괴물’은 누구인가”와 “래리 오트는 과연 신디 워커와 티나 러더포드 실종 사건의 진짜 범인인가”에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묘사되는 어린 래리와 사일러스의 동심과 짧은 우정, 책을 좋아하는 감수성 깊은 아이로 자라난 래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초 성향 아버지와 혼자 아이를 키우지만 절대 타인에게 기죽지 않게 하려는 사일러스의 독립적인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한 가족의 의미, 심적으로는 동정하면서 사회적 편견과 시선 때문에 함께 배척하고 비난한 후 흔들리는 양심, 절망적인 고독감이 상대방의 죄를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 등 읽고 생각할 다양한 내용들을 선사한다.
추리문학과 순문학의 장르 경계를 넘어서 진정한 좋은 문학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소설
다소 묵직한 소재들과 주제를 내세웠음에도, 《미시시피 미시시피》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와 속도감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묘사되는 사건들은 투 톱 주인공인 래리 오트와 사일러스 존스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서술되면서 지루하지 않게 그 재미를 높이고,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장황한 서술식 설명보다는 미시시피라는 배경이 주는 장소와 물건, 동물 등으로 표현한 것도 실제 소설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며 작품의 질을 크게 높인다. 또한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표현된 캐릭터들과 친절한 화법은 독자들이 마치 하룻밤 동안 래리 혹은 사일러스에게서 마치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묘한 동료의식을 갖게 한다.
가족과 인종, 죄와 벌, 우정과 양심, 구원과 용서 등 책을 읽은 후 독자들이 많은 생각과 여운을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의 마지막 미덕은 결말에 대한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일 것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결말은 깊은 고독감과 상실감이 가져온 관대함일까, 대책 없는 희망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의견일까. “이 작품의 훌륭한 성과는 특정한 장르를 초월했다는 것이다”라는 해외 미디어 리뷰처럼 《미시시피 미시시피》는 걸출한 추리문학 상을 수상하고 수많은 추리문학 상 후보에 올랐지만, 소위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나누는 것이 무색할 정도의 반향을 주는 작품이다. 이에 《미시시피 미시시피》는 좋은 추리문학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좋은 문학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한 차원 높은 반열에 올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미시시피 미시시피》의 원제인 ‘Crooked Letter, Crooked Letter’은 남부 지방 어린이들이 미시시피(Mississippi)의 철자를 외우는 요령을 뜻한다. M, I, crooked letter, crooked letter, I, crooked letter, crooked letter, I, humpback, humpback, I. 해석하자면, “엠, 아이, 꼬부랑글자, 꼬부랑글자, 아이, 꼬부랑글자, 꼬부랑글자, 아이, 곱사등, 곱사등, 아이” 정도의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