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Sohn Bomi
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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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한 구성과 세련된 분위기로 문단과 독자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손보미의 두번째 소설집. 손보미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 수상,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각 한 권씩 펴냈고, 대산문학상 등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유수의 문학상들을 수상했다. 9편의 작품들을 묶은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에는 제46회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산책', 제6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임시교사'도 수록되었다. "말로 규정하지 않고 침묵으로 환기하는 스타일"(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평을 받으며 일상의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해온 손보미는 이번 소설집에서 삶이 불가해한 존재의 침입으로 인해 미묘하게 변화되어가는 양상을 묘사한다.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면서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되는 인물들이 새로운 자아와 관계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작가 특유의 세심하고 정갈한 문체로 담아낸다. 이 책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손보미의 소설이 "각자의 삶이 자신과 타인에게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 혹은 그것이 어째서 불가능한가에 관한 집요하고도 예리한 성찰"의 결과물임을 지적하며,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손보미의 소설이 필요한 이유는 타인이라는 "완전한 미지의 영역"에 "관심과 관찰"을 멈추지 않으려는 노력이 모두에게 긴요하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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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침입한 고양이들 대관람차 산책 임시교사 고귀한 혈통 죽은 사람(들) 상자 사나이 몬순 고양이의 보은 해설_우리에게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_김나영 작가의 말

Description

“고양이 좋아하세요?” 한밤에 들려오는 은밀한 고백 삶에 균열을 내는 부드러운 침입자들 정밀한 구성과 세련된 분위기로 문단과 독자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손보미의 두번째 소설집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문학과지성사, 2018)이 출간되었다. 손보미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 수상,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각 한 권씩 펴냈고, 대산문학상 등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유수의 문학상들을 수상했다. 9편의 작품들을 묶은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에는 제46회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산책」, 제6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임시교사」도 수록되었다. “말로 규정하지 않고 침묵으로 환기하는 스타일”(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평을 받으며 일상의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해온 손보미는 이번 소설집에서 삶이 불가해한 존재의 침입으로 인해 미묘하게 변화되어가는 양상을 묘사한다.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면서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되는 인물들이 새로운 자아와 관계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작가 특유의 세심하고 정갈한 문체로 담아낸다. 이 책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손보미의 소설이 “각자의 삶이 자신과 타인에게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 혹은 그것이 어째서 불가능한가에 관한 집요하고도 예리한 성찰”의 결과물임을 지적하며,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손보미의 소설이 필요한 이유는 타인이라는 “완전한 미지의 영역”에 “관심과 관찰”을 멈추지 않으려는 노력이 모두에게 긴요하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그러므로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은 불가해한 타인을, 안온한 삶의 바깥과 그 심연을 담은 이야기를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근사한 목소리로 전해 듣는 경험이 될 것이다. 우연적 상처와 필연적 성찰의 이야기들 손보미의 소설은 주로 어떤 존재나 사건이 일상으로 틈입해오는 순간에 전개된다.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은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에 자꾸 담을 넘어 들어오는 고양이들을 퇴치하러 떠나는 남자의 이야기로, 「산책」은 밤마다 외출을 나가는 아버지의 집에 딸네 부부가 느닷없이 방문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상자 사나이」는 “누구에게나 일생에 한 번은 꼭 배달되는” 상자를 모티프로 삼고 있으며, 「고양이의 보은: 눈물의 씨앗」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눈물이 멈추지 않는, 그래서 보통의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없게 되는 사건이 계기이다. 나는 가끔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에 대해 생각한다. 내 생각에 그건 아주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종류의 침입이다. 아주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천천히 파고들어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고 부지불식간에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하지만 때때로 무단 침입한 고양이는 정반대의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징그러울 정도로 냉정한 방식으로. 어쩌면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이라는 표현은 틀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모든 고양이는 언제나 무단 침입하는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무단 침입한 고양이들」, p. 18) 손보미는 “아주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공격으로부터 늘 무방비한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삶을 면밀히 관찰한다. 별안간의 공격은 삶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일상의 균열은 다소 우연적으로 발생하지만 그로 인한 성찰과 반성은 거의 필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보미의 소설에서 자아의 폐기와 재생의 절차란 과연 무엇을 위해 요청되는 것일까. 상처투성이로 타인과 마주하기 「산책」에서 아버지가 한밤의 산책 중 젊은 부부의 대화를 엿듣고 그에 관해 언급하는 대목은 작가가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잘 드러낸다. 언젠가부터 어린 부부는 과자를 먹는 대신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들 사이에 오가는 단어도 전보다 과격해졌다. 그들은 막가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들 앞에 나타나서 뭔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게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인지, 혹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건 이상한 감정이었다. 그는 이렇게 무언가를 확신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 까마득히 오래전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pp. 76~77) 완전한 타인,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이를 만나는 순간, 손보미는 “무언가를 확신할 수 없는 처지”를 환기한다. 지금까지의 나, 평생의 습관 혹은 믿음에 대한 의구심이 발생하는 이 순간은 어떤 존재가 갑작스레 일상을 비집고 들어오는 침입의 순간과 다르지 않다. 이는 알고는 있지만 늘 실천하기 어려워하는, 미지를 향한 적극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떠올리게 한다. 저 불이 모두 꺼지면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P부인은 자신이 달려가야 하는 곳은 너무도 명백하다고 믿었었다. 그건 착각이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반복되었던 잘못된 선택, 착각, 부질없는 기대, 굴복이나 패배 따위에 대해 생각했다. 언제나 그런 식이지. 그녀는 항상 그게 용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녀는 그게 용기가 아니라는 걸 깨닫곤 했다. 그렇다면 그건 무엇이었을까? (「임시교사」, pp. 115~16) 보모로서 젊은 부부의 아이와 노모를 맡아 그들 가족의 생활이 평안히 지속되도록 노력해온 P부인은 어느 날 그 쓸모를 다하여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그 밤 침대에 누워 P부인은 문득 생각한다. 자신이 그들에게 쏟아부었던 헌신이 어쩌면 “잘못된 선택, 착각, 부질없는 기대, 굴복이나 패배” 따위가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자신이 여태껏 “용기”라고 생각한 마음이 대체 무엇이었을까 의구심을 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문과 회의는 곧 삶에 대한 보편적인 긍정성으로 갈음된다. “사는 건 그런 거지.” P부인은 잠들기 위해 눈을 감으며 “잘못된 일들이 언젠가 아주 조그마한 사건을 통해 한순간에 해결”되리라는 믿음을 회복한다. 그것은 그녀가 지닌 고유의 낙천성이라기보다 그동안 여러 가정을 돌보았던 경험에서 건져 올린, 말하자면 삶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서 비롯한 것이다. 손보미의 소설은 바로 이 지점, 우리가 타인을 향한 관심을 놓지 않아야만 가능한 삶의 지속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처를 입더라도 타인과 조우하길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존의 자아를 허물어뜨리고 다시 쌓아 올리는 방식을 통해 부단히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므로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은 나와 타인이 공존하는 삶을 섬세하고 깊숙이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손보미만의 정교하고 우아한 문장으로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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