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지 않은 것들

데버라 리비
1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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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공백기에서 돌아와 두 차례 맨부커상 최종심에 오르며 문단과 독자의 이목을 다시 사로잡은 작가 데버라 리비의 자전적 에세이. 여성이자 작가로서 삶과 언어가 맞이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낸 유년기로 돌아간다. 그리고 인종과 젠더 차별이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그곳에서 말을 잃은 아이의 눈에 비친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의 잔인한 현실과 그 아이에게 용기를 준 여성들의 이야기를 되짚는다. 지은이는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모티프를 얻는 한편, 오웰이 간과한 '여성' 작가의 곤경을 직시하는 페미니스트적 성찰을 통해 유년의 회고를 감싸 안고 더욱 깊은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작가의 새로운 이정표로 기억될 이 자전적 에세이는 3부작으로 확장되어 2018년 올해 둘째 권이 영국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이 책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데버라 리비의 저작이며 작품의 의의를 더하고자 우리 시대의 여성 서사를 모색하는 소설가 박민정의 후기를 수록했고, 한국 문학의 현재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3인(한강, 김숨, 한유주)의 추천사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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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정치적 의지 둘째 역사적 동력 셋째 순 이기주의 넷째 미적 열정 후기 당신 작가 아닌가요? (박민정) 추천의 글

Description

여성으로 태어나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법을 배운 유년기, 젠더와 인종 문제가 뒤얽힌 그 시절을 회고하는 데버라 리비의 ‘생활 자서전’ 3부작 첫 권 “그해 봄, 인생살이가 어지간히 고되고 내 신세와 전쟁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통 보이지 않아 막막해 하던 때” 삶의 위기를 이겨 내고자 어린 시절로 돌아가야 했던 한 여성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극작가이자 소설가, 시인인 데버라 리비는 1959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1968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중반까지 형식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활발히 발표한 그녀는 이후 긴 침묵에 들어갔다. 그러다 《빌리와 걸》(1996)을 출간한 지 15년 만인 2011년 장편소설 《스위밍 홈》으로 문학계에 복귀해 맨부커상 쇼트리스트 후보에 오르면서 다시금 문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어 2013년에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자신이 겪은 위기를 술회하는 자전적 에세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펴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해 봄, 인생살이가 어지간히 고되고 내 신세와 전쟁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통 보이지 않아 막막해 하던 때에, 나는 기차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유난히 많이 울었던 것 같다.” (8쪽) 40대의 어느 시점에 들어선 지은이는 무엇 때문에 인생살이가 그토록 고됐고 제 신세와 전쟁을 치러야 했던 걸까. 무언가 삶의 위기가 찾아온 것일 텐데 어떤 사건들 때문에 그런 막막함을 느꼈는지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 자신도 확실하게 알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그저 도망치고 싶어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문득 떠나기로 마음먹고 예전에 묵은 적 있는 에스파냐의 한 펜시온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지은이는 자기 신세를 회상하고 독자들에게 토로한다. 이 세상이 여자에게, 어머니에게 품은 망상이 자신을 그렇게나 밀어붙여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고. “신가부장제는 우리에게 수동적이되 야심 찰 것을, 모성적이되 성적 활력이 넘칠 것을, 자기희생적이되 충족을 알 것을 요구했다. 즉 경제와 가정 영역에서 두루두루 멸시받으며 사는 와중에도 우리는 ‘강인한 현대 여성’이어야 했다.” (24~25쪽) 에스파냐에 머물던 중 지은이는 한 가게에 들렀다가 중국인인 주인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그날 날 밤 뜻하지 않게 식당에서 그와 합석해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시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와 이야기하면서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가게 된다. “에스컬레이터만 탔다 하면 눈물을 흘리는 버릇”의 근원을 찾으려면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여자애들은 큰 소리로 말해야 돼, 우리가 뭐라건 어차피 아무도 안 듣거든”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그럼에도 알게 된 유년 시절, 그리고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말해 준 여성들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모티프를 준 작품은 조지 오웰의 짧은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이다. 이 글에서 오웰은 자신의 글쓰기 동력을 네 가지로, 즉 순 이기주의, 미적 열정, 역사적 동력, 정치적 목적으로 구분하는데, 지은이는 이 네 표현을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의 각 장 제목으로 삼는다. 그렇다고 지은이가 오웰을 온전히 모범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웰은 이미 작가로서 자아를 확보한 남성을 전제했다. 그렇기에 이 자아가 여성 작가들에게는 다지고 또 다져야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신경 쓰지 못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라는 부제가 붙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지 오웰이 작가가 지녀야 할 필수 자질로 순 이기주의[에고이즘]를 언급했을 때, 그는 여성 작가의 순 이기주의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교만한 여성 작가라도 12월까지는 고사하고 1월 한 달간이라도 버텨 줄 만큼 굳건한 자아를 확립하러 나선 이상은 철야를 면할 도리가 없다.” (27쪽) 이처럼 여성 작가들에게 작가적 자아란 자연스럽게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에 지은이는 자신의 언어를 고안하고자 그다지도 고군분투해야 했다. 더불어 여자이자 어머니로서 가정을 건사하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그녀에게 그만의 욕망을 거두기를, 그러면서도 강인한 현대 여성이기를 요구했고, 그러다 보니 만사에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뭉쳐 짓누르는 무게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지은이는 집필과 출간을 멈춰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암울한 상황을 끝내기 위해, 혹은 다시 시작하기 위해 자신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향했고 거기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젠더와 인종, 그리고 유년기의 문제가 뒤얽혀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낸 유년기로. 이제 이야기는 말을 잃은 어린 소녀의 시선을 통해 펼쳐진다. 지은이의 아버지는 남아공 인권 단체인 아프리카민족회의 멤버였고,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투쟁에 연루된 탓에 정치범으로 지목되어 지은이가 다섯 살 때 수감돼 4년간 감옥에 갇힌다. 이 경험으로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 지은이는 그 대신 일찍부터 갖가지 차별과 억압을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주변에는 온통 알고 싶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보모인 흑인 마리아는 지은이의 가정을 보살피지만 정작 저 자신의 딸과는 떨어져 지낸다. 백인 선생님들은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한다. 해수욕장에는 백인만이 출입할 수 있다. 백인 주인은 ‘나리’, 흑인 하인은 ‘보이’라 불린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목소리에 결코 귀 기울이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인종 간의 사랑은 절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린 소녀인 지은이는 거대한 정치적 사건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상적인 경험들을 진실하게 관찰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폭력이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지 체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용기를 내야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북돋워 준 여성들이 있었다. 아버지가 경찰에게 끌려간 후 보모 마리아는 용기를 내야 인종차별에 맞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모의 딸 멀리사는 세상이 여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니 여자들은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수녀원 부속 학교의 선생님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이 지금 여기의 ‘너머’로 건너갈 수 있는 길임을 일깨워 준다. 4년간의 복역 후 아버지가 출소하고 지은이의 가족은 영국으로 망명한다. 이렇게 유년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진입했지만 부모의 별거, 이 나라와 저 나라 중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 때문에 그녀는 겉도는 존재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뭘 어찌해야 좋을지 통 알 수가 없음에도 작가가 되기 위한 걸음을 한 발짝씩 내딛는다. “우리는 정치의 언어가 숨기는 거짓말로부터 도주 중이었으며 우리의 성품과 생의 목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신화들로부터 도망 중이었다” 여성 작가는 왜 쓰고 어째서 쓰지 못하는가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페미니즘적 응답 소설가 한유주가 ‘추천의 글’에서 썼듯 “사이, 차이, 낙차, 틈, 균열 따위를 선명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대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글로 간극을 메워 보려는 (헛된) 시도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알게 된 지은이는 글쓰기를 통해 이것들을 극복하거나 더 나은 곳으로 도망치고자 했다. 또 여성으로 태어났기에 “작가가 되고자 끼어들고, 소리 내어 말하고, 목청을 키워 말하고, 그보다 더 큰 소리로 말하고, 그러다가 종국에는 실은 전혀 크지 않은 나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하지만 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세상에 어떻게 내놓아야 할지 점점 더 알 수 없다 느꼈고, 이런 사정이 그가 오래도록 침묵을 지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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