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끝나지 않은 일본의 전쟁책임과 평화주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5월 24일 전범기업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징용피해자와 유족들이 제기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미지급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주장을 이유 있다고 판시하고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번 판결을 강제징용으로부터 무려 68년 만에 내디뎌진 해원의 첫 걸음으로 평가하며, 그간 일본은 물론 한국 정부와 사법부조차도 1965년 박정희정권 시기 체결된 불평등한 한일협정을 근거로 일관되게 강제동원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외면해왔음을 상기해보면, 이번 결정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결코 적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일본이 전쟁책임의 문제에 제대로 대처해오지 못한 것은 일본사회의 큰 불행이다. 300만 명이 넘는 일본인과 2,000만 명이 넘는 아시아 민중을 무고한 죽음으로 내몰았던 전쟁에 대해 최고 통치권자인 천황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못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여전히 일본인들에게 원죄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책임을 지지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일본이라는 국가의 비도덕성, 무윤리성을 노정시켰다. 이런 점에서 일본이 한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해 행했던 가해의 역사를 제대로 주시하고 과거를 극복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은 매우 소중하다. 과거를 돌아보고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되묻는 노력이 지속될 때 역사는 진보한다. 최근 한일 시민사회 간의 교류가 활발하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 소송을 지원하고 각종 자료를 뒷받침해주는 일본 시민단체의 노력은 매우 숭고하다. 깨어 있는 다수의 이러한 노력들이 한일 이해의 폭을 넓히고 피해자 구제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 책이 한일관계를 되돌아보고 다양한 논의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