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동화

한유주 · Novel
3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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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와 서사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강력한 해체적 실험을 감행하며 독자와 평단의 뜨거운 주목을 모아온 한유주의 첫 장편소설.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발표하는 소설마다 읊조리는 듯한 시적 문장과 기존 서사를 해체하는 파격적 형식으로 읽는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온 작가가 처음 긴 호흡으로 장편소설을 묶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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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Ⅰ Ⅱ 후기

Description

“너는 마치 꿈처럼 나를 방문했다” 이야기 밖으로 물러난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것은 불가능하거나 불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언어와 서사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강력한 해체적 실험을 감행하며 독자와 평단의 뜨거운 주목을 모아온 한유주의 첫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문학과지성사, 2013)가 출간되었다.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발표하는 소설마다 읊조리는 듯한 시적 문장과 기존 서사를 해체하는 파격적 형식으로 읽는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온 작가가 처음 긴 호흡으로 장편소설을 묶어냈다. 2011년 봄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과사회』에 연재된 이 소설은 “무언가 다르다”와 “역시 한유주다”는 상반된 의견을 불러오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총 Ⅰ부와 Ⅱ부로 나뉘는데 다른 두 차원에서의 이야기가 서로 스미고 짜이며 교묘하게 얽혀 들어가 앞-뒤, 선-후의 경계를 교란하며 결국은 언어의 세계가 모조리 붕괴되어버리고야 마는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를 위한 동화가 아닌 아이로부터의 동화가 시작된다. 오로지 순수하기 때문에 가장 비겁하고 잔인할 수 있는 아이들의 세계. 가장 강력하게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들 속에 한 아이가 있다. 아무도 이 아이를 알지 못한다. 눈에 띄지도 않고 누구에게도 불리지 않는 아이. 등과 허벅지처럼 옷으로 교묘하게 가려진 부위마다 푸른 멍과 붉은 상처가 돋아 있는 아이다. 자신을 둘러싼 폭력적 세계를 일기장에 담아낼 수 없는 아이는 “구체적 일상”을 요구하는 숙제 앞에서 누적된 분노가 폭발한다. 밤을 틈타 교실에 들어간 아이는 급우들의 모든 일기장에 ‘어른스러운 글씨체’로 자신의 문장을 적어 넣는다. 하지만 너무나 아이답게도 담임선생의 ‘경찰서에 가서 거짓말 탐지기를 해보자’는 허풍스런 겁박에 당황한 아이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일기장을 들고 도망치다가 같은 반에 있는 ‘미아’와 마주친다. 너무 놀란 아이는 또다시 쏟아질 매질을 피하기 위해 아이만의 극단적인 잔인성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야기는 여기서 멈췄고 너를 한동안 잊었다 문학 강의를 하던 ‘나’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와 만난다. 당황한 아이가 나를 쫓는다. 아이가 자신을 쫓는 것인지, 자신이 아이에게 따라오도록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분간할 수 없다. 아이를 집에 데려오자 아이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오렌지주스를 마시고 나의 일기장을 뒤적이며 창작 과정을 되살핀다. 나의 외투를 걸치고 나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화력발전소와 경기장을 주위를 소요하다 돌아온다. 하지만 집에 들어온 아이는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 다녀왔다고 말한다. 나의 서술에서 벗어나는 아이를 나는 쓴다. 이것은 불가능하거나 불가능하지 않다. 네가 말을 흐린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신이 죽인거야. (p. 246) 아이는 “저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 하고 무섭게 따지러 온 걸까. 소설 속에서 누군가를 죽거나 불행하게 하는 일에 대한 창작자 본인의 심적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책임을 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언어 세계가, 소설 속 인물이 스스로 생동하는 것에 대한 경험, 그 불가능함의 가능성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Stranger than Fiction?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벽돌 목소리가 갈라진다 나는 나의 죽음을 어떻게 중지해야 할까, 혹은, 나의 죽음을 어떻게 선고해야 할까. 벽돌 입이 벽돌 말들을 내뱉는다. 나의 병은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에 발병한 것일까, 혹은, 이야기가 시작되고 나서 나의 병도 시작된 것일까. 벽돌 입술이 벼골 말들을 솟삭인다. 내가 예상하지 않았던 말들이다. 아니다. 거짓말이다.(p. 293) 작가가 자신의 창작물과 현실에서 대면하는 판타지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한유주의 장편은 표면적 사태만으로 진부를 논할 수 없는 서사적 특질이 있다. 마치 M. C. 에셔의 「뫼비우스의 띠」나 「그리는 손」처럼 선행과 후행을 가름할 수 없고 쓰는 자와 쓰이는 자를 분리할 수 없는 혼란스러움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소설의 형식과 서사의 본질에 대해 깊이 탐구해온 한유주였기에 그 묘한 경계를 넘나들며 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가 이 탄탄한 언어의 벽돌로 이루어진 세계의 완전한 붕괴를 예고한다. 잊어버린 말과 잃어버린 말이 벽돌이 되어 벽돌 입안에 갇힌다. 벽돌 연필과 벽돌 만년필이 벽돌 바닥으로 추락한다. 벽돌 단어와 벽돌 문장 들이 벽돌 바닥으로 추락한다. 벽돌 세계가 무너지지 않는다. 벽돌 세계가 팽창하지 않는다. 벽돌 네가 그대로 벽돌이 되어 벽돌 시간이 정지한다. 벽돌 내가 벽돌 눈을 뜨고 벽돌 너를 바라본다. 나는 너를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까. 여기가지 쓰고 난 뒤 나는 벽돌 눈을 감고 벽돌 숨을 내뱉는다.(p. 295) 강력한 서사적 실험을 끝까지 밀고 간 이번 소설은 분명 한유주스럽다. 그러나 이 혼란을 하나의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불가능한 동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번 한유주의 첫 장편소설에서 독자들은 이전과 확실히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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