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그린 초상

“서스펜스 미스터리이기 전에 드라마틱한 소설 그 자체” 시카고에서 수금 대행업을 하는 대니 에이프릴. 어느 날 그는 젊은 시절 한눈에 반한 여자의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고 몇 안 되는 실마리를 쫓아 그녀의 발자국을 더듬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그녀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매혹된 남자의 이야기와 동시에 그녀의 실생활이 교차 진행되고 있는데, 탐정으로서의 남자의 추적 과정과 여자의 무기를 이용해 사회적 지위를 차곡차곡 쌓아 가는 이야기가 점차 접근하여 만나게 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연기로 그린 초상』은 독특한 소재와 숨막히는 전개, 놀라운 결말로 서스펜스 미스터리의 새 장을 열었던 『이와 손톱』(2008년 2월, 북스피어 출간)의 작가 빌 밸린저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서스펜스의 마술사’로 불리며 20세기 미국 최고의 서스펜스 작가로 평가받은 그의 작품 가운데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와 손톱』이 기표파로서 정교한 트릭과 복수극의 절정으로 치닫는 법정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추구했다면, 『연기로 그린 초상』은 남자의 눈에 비친 순수한 모습과 실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넘나들며 한 여자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서스펜스 드라마의 면모를 보인다. 팜므 파탈 주인공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과 심리의 세밀한 묘사가 돋보였던 카트린 아틀레의 『지푸라기 여자』나,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 한 여자가 현대 사회의 어둠에 짓눌려 비극의 중심으로 허물어져 가는 과정을 그린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작품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두고 미국의 추리 문학 작가 브렛 할리데이는 “서스펜스이기 전에 소설”이라는 말로 작품의 재미를 극찬을 하기도 했다. 밸린저식 교차 서술의 묘미와 함께 놓칠 수 없는 충격의 결말이 준비된 ‘팜므 파탈 서스펜스’의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