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참으로 귀하고 생생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과서”(정연주, 전 KBS 사장) “베테랑 저널리스트만이 내놓을 수 있는 놀라운 결과물”(박성제, 전 MBC 사장) “우리가 언론을 통해 다시 세상을 믿을 수 있을지 묻는 책”(최경영, 〈최경영 TV〉 진행자) 탈진실 시대의 내전 보고서 『극우 미디어의 습격』 뉴스는 사라지고 분노만 남았다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시대, 뉴스는 더 이상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분노를 조직하는 무기가 되었다. 『극우 미디어의 습격』은 30년 동안 언론 현장을 지켜 온 기자 김현석이 목격한 저널리즘의 위기에 관한 기록이다. 조지프 퓰리처와 랜돌프 허스트의 황색 언론이 전쟁을 만들었던 19세기에서부터 ‘중국인 해커 체포설’과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으로 이어진 오늘의 한국까지, 그는 감정 조작과 허위 정보가 어떻게 사회 내전의 불씨가 되었는가를 숨 가쁘게 추적한다. 맹목적 주장이 아닌 객관적 지표와 이론적 근거를 갖춘 분석이 돋보인다. 프로 저널리스트 김현석의 통찰은 냉정하고도 절박하다. 그는 뉴스 생산의 문법과 플랫폼의 작동 방식을 분석하면서 극우 담론이 언론을 통해 어떻게 사회를 잠식하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뉴스가 아닌 무기가 되어 버린 언론으로 인해 우리가 이미 심리적 내전 상태에 진입했음을 경고하고 있는 이 책은, 한 언론인의 뼈아픈 고발서이자 잿더미 속에서 다시 저널리즘을 일으켜 세우려는 다급하고도 절실한 호소다. 거짓보다 위험한 것은 그것을 믿는 사람들의 확신이다 진실은 더 이상 사실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사람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탈진실 시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탈진실의 회로는 극우 집단에서 가장 완전하게 작동한다. 하버드대학교 요하이 벤클러 교수는 오늘날의 네트워크화된 공론장이 두 가지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나는 비판과 검증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사실 검증의 역동성’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과 확신이 되먹임되는 ‘프로파간다 증폭 순환 회로’이다. 저자는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로 연결된 한국의 극우 미디어가 이 증폭 순환 회로의 한가운데서 분노를 여론으로, 확신을 진실로 바꾸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극우 미디어의 힘은 단순한 선전이 아니라 확신이 순환하는 구조에 있다. 미디어 이용자들은 자신과 다른 목소리에 닿지 못한 채, 같은 신념과 감정만을 되풀이하며 필터 버블에 갇힌다. 벤클러 교수가 말한 프로파간다 증폭 순환 회로는 바로 이 자기 확신의 메커니즘과 겹쳐 있다. 한국의 극우 미디어는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추천 체계를 통해 이 구조를 극대화하고, 그렇게 형성된 정보의 사일로는 사회를 서로 다른 현실로 분리한다. 탈진실이 단순한 인식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한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위기임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진보의 의심이 극우의 논리가 되어 버렸다 의혹은 언제나 불신의 토양에서 자란다. 처음 그것은 민주주의의 결함을 고발하는 목소리였지만, 검증의 과정이 생략되자 곧 음모의 서사가 되었다. 저자는 2002년과 2012년 대선에서 불거진 부정선거론이 ‘K값 음모론’과 2020년 총선의 ‘63 대 36’ 같은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힌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외피를 쓴 이 내러티브는 과학의 형식을 빌려 감정을 증폭시켰고, 진보 진영의 의혹은 극우 진영의 선동으로 이식되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증거의 문제가 아니라 확신의 문법으로 자리 잡는다. 기실 이 음모의 서사는 국경을 넘어왔다. 저자는 트럼프의 ‘Stop the Steal’ 운동과 2020년 미국 대선의 부정선거 음모론이 어떻게 한국 극우 세력의 전략 언어로 흡수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유튜브와 텔레그램, 온라인 커뮤니티는 미국 극우 담론을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모방하면서 ‘의혹’을 ‘운동’으로, ‘운동’을 ‘신념 체계’로 변모시켰다. 한국판 트럼피즘의 탄생이다. 주목할 것은, 진보의 의심이 극우의 논리로 전환되는 이 전복의 장면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음모의 무대가 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가짜 뉴스의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이 지점을 한국 언론과 민주주의의 가장 깊은 균열로 지목한다. 저널리즘이 살아남을 마지막 시간! 언론의 정파성은 흔히 ‘편향’으로 비난받지만, 그것은 결국 권력과의 거리 문제다. 저자는 언론이 중립을 가장하며 권력의 언어를 되풀이하는 순간, 뉴스가 감시의 언어에서 통치의 언어로 바뀐다고 지적한다. 공정과 객관의 이름으로 현실의 힘 관계를 은폐하는 것이야말로 저널리즘이 스스로를 상실하는 지점이다. 1인 미디어 역시 예외가 아니다. 거대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광고 수익 구조에 종속된 개인 채널들은 자신의 방송을 알리고 클릭 수를 늘리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는다. 목소리는 다양해졌지만, 권력과의 거리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을까? 저자의 해법은 분명하다.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고, 수익 구조를 바꾸며, 검증 저널리즘을 회복해야 한다. 그는 유튜브를 비롯한 거대 플랫폼이 단순한 유통자가 아니라 사실 검증과 알고리즘 투명성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이 보여 준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나아가 언론은 조회 수와 광고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 공익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몇몇 현장에서 이미 이런 시도가 시작되고 있는데, 이는 저널리즘이 다시 신뢰의 언어를 회복하려는 징후로 읽힌다. 뉴스가 아닌 무기가 되어 버린 언론은 진실을 다시 사회의 언어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저널리즘이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