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지난 수년간 ‘생명정치’(biopolitics) 개념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주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 배경에는 생명공학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발전, 신자유주의의 공세를 필두로 한 자본주의의 심화, 그에 따른 통치 기법의 변화 등이 있었다.
생명정치 개념은 미셸 푸코가 근대 통치를 특징짓는 권력 행사 방식으로 처음 도입한 이래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관심과 영감의 대상이 되었다.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푸코 연구자로 유명한 토마스 렘케는 생명정치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개관’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생명정치의 계보와 지형을 능수능란하게 안내한다.
이 책은 푸코, 조르조 아감벤,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등 익숙한 사상가들의 작업을 생명정치라는 문제틀 아래 자리매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그네스 헬러, 페렌츠 페헤르, 로베르토 에스포지토, 폴 래비노, 니컬러스 로즈 등 아직 우리에게 낯선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한계를 간명하게 밝힌다. 나아가 생명정치가 전면화된 오늘날 현실을 이해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생명정치 분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출판사 서평]
‘생명정치’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입문서!
생명정치를 둘러싼 이론적, 실천적 백가쟁명을 이 한 권으로 이해한다!!
‘생명정치(biopouvoir/biopolitics)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지금 얼마나 적절한가? 오늘날 생명 현상과 정치는 서로를 규정하고 또 변형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의 ‘생명’과 ‘삶’이 화두인 시대를 살고 있다.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의 개발과 이용은 과학기술과 시장,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역사상 인간의 삶이 가장 한갓되게 취급되는 세상에 던져져 있기도 하다. 지난 수십 년간 끝없이 이어진 신자유주의의 공세, 문명 간의 충돌, 무수한 국지전과 테러 등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그 탓에 정치적 망명자와 난민이 쇄도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의 철수’로 이제는 부유한 나라의 평범한 시민도 언제 어떻게 벌거벗은 생명 처지가 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역설적이고 복잡한 현실을 아우르는 키워드가 바로 ‘생명’(혹은 삶)이다. 그렇기에 얼핏 보면 서로 무관한 범주인 생명과 정치를 결합한 생명정치라는 현상이 점점 더 긴급하게 해명해야 할 주제가 되고 있다.
그러니 오늘날 정치적, 사회적 정세와 그 기원을 밝히려 한 많은 사상가가 ‘생명정치’라는 문제 설정에 주목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찍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생명정치를 개념화한 이래 조르조 아감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 같은 세계적인 지성들이 생명정치 문제에 파고들었고, 현재는 사회학, 인류학, 문화연구, 과학기술학, 여성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들이 생명정치가 내포한 구체적인 함의를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생명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해지고 여러 연구 경향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생명정치 개념의 의미와 용법, 역사에 관한 포괄적인 이해는 미비한 상태였다. 이런 ‘이론적 지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생명정치를 포괄적으로 안내해 줄 체계적인 개론서가 부재한 탓이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비출판사는 생명정치 지형을 탐색할 지도 역할을 해줄 토마스 렘케(Thomas Lemke)의 『생명정치란 무엇인가』(Biopolitik zur Einfuhrung)를 ‘프리즘 총서’ 21권으로 출간했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렘케는 미셸 푸코 연구로 명성을 쌓고 있는 중견 학자로, 통치성(gouvernementalite)과 생명정치 개념에 관한 저술을 다수 발표했고 그와 더불어 생명공학이 자연 및 사회와 맺는 관계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유럽과 영미권 학계에서 렘케의 이 저작은 파시즘의 절멸 정책에서 푸코의 논의를 거쳐 오늘날 생명공학의 사회적 효과에 이르는 생명정치 분석의 계보를 검토하는 최상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그는 생명정치 개념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개괄하고, 오늘날 정치적, 이론적 논쟁에서 이 개념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검토하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생명정치 분석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한다.
렘케는 (특히 한국에서) 아직까지 어느 정도 신비화되어 있는 생명정치 개념의 의미와 역사를 포괄적으로 해명해 준다. 그러므로 이 책은 생명공학 및 과학기술이 낳는 사회적, 정치적 효과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유용할 것이며, 푸코나 아감벤, 네그리 등 생명정치 문제와 씨름한 사상가들의 중요성을 깨닫고 탐구하는 독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또한 독자들은 아그네스 헬러, 폴 래비노, 로베르토 에스포지토, 니컬러스 로즈, 디디에 파생, 멜린다 쿠퍼 등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대 생명정치 현상을 다룬 양질의 이론적 성과를 압축적으로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탈안전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다양한 위치의 독자들에게 생명정치에 진입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푸코와 더불어 새롭게 생명력을 얻은 생명정치,
이제 생명정치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기반이 마련되다!
생명정치 개념이 비판적 인문, 사회과학의 핵심 용어가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실 생명정치라는 말 자체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20세기 초 유행한 유기체주의 국가관, 나치 시대 인종주의, 현대 정치학의 생물학주의 관점, 생태주의 시각, 개발주의 정치학 등 광범한 영역에서 생명정치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는데, 렘케에 따르면 이 경향들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자연주의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주의 관점으로, 전자는 생명을 정치의 토대로 삼고 후자는 생명을 정치의 대상으로 설정한다.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이 두 입장이 정반대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동일한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렘케의 주장이다. 두 입장 모두 생명과 정치가 분리되어 있고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에 우선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렘케에 따르면 생명은 점점 더 정치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이는 역으로 정치의 토대와 목적, 수단을 변화시킨다. 생명과 정치는 안정되고 고정된 관계를 맺는 외적인 독립체가 아니며, 서로에게 침투하고 서로를 변형시키면서 결합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를 누구보다 명확히 감지한 인물이 바로 미셸 푸코다. 개념의 창조가 아니라 변형 능력이야말로 푸코의 천재성이라고 누군가 강조했듯, 푸코는 생명정치라는 표현을 가져와 자신만의 독특한 의미를 부여한다. 생전에 푸코는 생명정치(또는 생명권력)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저작을 발표하지 않았다. 『성의 역사 1권』 논의 과정에서 이 개념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생명정치에 독립적인 위상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푸코가 수년간 진행한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들이 사후에 책으로 출간되면서 생명정치와 생명권력에 그가 보인 관심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고, 이 강의록들이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도 차례차례 번역되어 이제 한국의 독자들도 생명정치에 관한 푸코의 논의를 직접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푸코 자신이 여러 강의에서 단편적이고 산발적으로 생명정치를 다루고 있어 그의 생명정치 개념을 명확하게 파악하기란 여전히 난망한 일로 남아 있었다. 『생명정치란 무엇인가』에서 렘케는 이처럼 흩어져 있는 푸코의 생명정치 분석에 체계를 부여하고, 나아가 이를 푸코의 권력론과 통치론이라는 넓은 맥락 안에 자리매김한다.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 두다
: 미셸 푸코, 새로운 권력 행사 방식을 밝히다!
푸코에 따르면 생명정치는 정치적 사유와 실천에서 일어난 하나의 역사적 단절을 가리킨다. 17세기 이래 ‘죽일 권리’로 대표되던 군주의 주권권력이 쇠퇴하고 새로운 권력 행사 방식이 부각된다. 그것은 생명을 관리하고 보호하고 계발하고 육성하는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