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 예찬

이창우 · Huma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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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의 그로테스크함이 외환위기를 전후해서 대중문화에 보편화했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더욱더 농후해져 왔다고 진단한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한국 대중영화의 서사와 이미지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개발독재시대에 싹튼 그로테스크의 기원을 탐색하고 2000년대 중반기에 그러한 흐름이 만개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자료들과 영화적 기호들을 연결 지어 해석함으로써 그로테스크라는 미지의 기호에 담긴 해당 시대의 문화정치적 함의를 해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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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들어가는 글 1부 | 변화하는 사회 속 ‘괴물’의 탄생 1·혼란의 경험과 괴물 2·격변하는 사회 속의 한국영화 2부 | 그로테스크 담론에서 ‘괴물’과 ‘근원적 세계’ 1·비정상성, 축제성, 숭고함???그로테스크에 관한 세 가지 논의 2·그로테스크와 괴물 3·‘근원적 세계’의 의미 4?예외상태의 상상들 3부 | 개발독재시기 노동계급과 지배체제의 균열 1?김기영의 「하녀」???생명정치와 노동계급의 부상 2·하길종의 「화분」???유신체제 속 독재와 개발의 충돌 3·다산성과 생명정치의 대결 4부 | 신자유주의로 이행하는 시민들의 모순된 정체성 1·박철수의 「301, 302」???호황기의 금욕과 탐욕의 생리학 2·김지운의 「조용한 가족」???파산상태의 냉소와 유희 3·식인과 자살의 기이한 융합 5부 | 신자유주의 확산기 계급투쟁의 퇴조와 자기계발의 강박 1·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계급투쟁과 구경꾼 2·봉준호의 「살인의 추억」???민중의 사악함과 명랑함 3·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분투하는 노동자와 자본의 재생 4·김기덕의 「시간」???자기혁신의 명령, 자기포기의 공포 5·사회 유동성, 미신숭배, 신체훼손 나오며 _ 축제성 전도의 역사와 즐거운 혁명의 가능성 참고문헌 찾아보기

Description

영화가 그려낸 한국사회의 그로테스크!! 김기영, 하길종, 박철수,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장준환, 김기덕의 영화를 통해 한국사회 변동의 문화사를 읽는다! 이 책은 한국 문화의 그로테스크함이 외환위기를 전후해서 대중문화에 보편화했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더욱더 농후해져 왔다는 판단에서 시작되었다. 대중영화의 서사와 이미지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개발독재 시대에 싹튼 그로테스크의 기원을 탐색하고 2000년대 중반기에 만개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정치적·경제적 자료들과 영화적 기호들을 연결지어 해석함으로써 그로테스크라는 미지의 기호에 담긴 해당 시대의 문화정치적 함의를 해명하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한국사회!! 숭고하거나 축제를 벌이거나 비정상적인 것. 가령 파리 노트르담의 툭 튀어나온 괴물 모양의 홈통, 언뜻 보아 피의 학살과 구별이 안가는 스페인 토마토 축제, 미국영화의 단골 영웅인 박쥐인간ㆍ거미인간ㆍ늑대인간ㆍ사이보그 등을 뭐라고 통칭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막연하게 괴물 같은 것들(monstrous)이라고 얼버무리거나 아니면 차라리 생소한 단어에 기댈 수밖에 없다. 사전에서 ‘우스꽝스러운 것, 추하고 혐오스러운 것, 기형, 낯선 것, 비정상’이라고 설명되는 그로테스크(grotesque)라는 용어는 이런 상황을 정의하기 위해 인류가 오래전에 고안한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분위기 또한 뭐라고 요약하기 힘든 어리둥절한 느낌을 준다. 세 가지 사례를 생각해보자. 우선 미신적이며 광적인 느낌, 특히 정치 지도자의 숭배로 모아지는 신비한 권위주의의 경향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원인불명의 미궁에 빠지면서 횡행하는 음모론과 권위자를 샤먼으로 추대하는 극우집단의 ‘태극기’ 집회가 이런 느낌의 온상이다. 시민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공표한 공식적 판결문보다는 오히려 음산한 미신적 인물로 피부에 와닿는다. 둘째로는 축제와 시위의 경계가 모호한 광장 문화다. 촛불시위와 퀴어축제에서 보듯이 분노하고 비판하는 집단행동이 가족 소풍, 데이트, 가장행렬, 문화공연 등과 결합한다. 일베집단의 활동 또한 공격성과 유희를 결합시킨다는 점에서 축제와 사회운동의 일체화는 좌우 정치를 망라한 보편적 문화로 정착했다. 셋째로는 혐오 코드의 부상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의 감염자 혐오, 강남역 살인 사건을 비롯한 여성 혐오, 여성 혐오에 대한 ‘메갈리언’의 반격, 보수 기독교 단체의 성소수자 혐오 등, 과거 사회적 약자들을 배제하는 명분이었던 이데올로기는 이제 역겨움 같은 생리적 감각으로 이동했다. 열거한 동시대 한국 문화의 주요 단면들은 별도의 독립적 현상으로 간주되기 일쑤지만, 그로테스크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하나의 큰 그림 안에 합류한다. 그 세 단면은 처음에 말한 그로테스크의 세 가지 얼굴들(숭고성, 축제성, 비정상성)에 각각 대응한다. 또한 시대를 뒤덮은 동일한 감정을 상이한 이해를 대변하는 화자들이 다른 관점에서 조망할 때 분화하는 여러 광경들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정경은 이를테면 노트르담의 홈통이 음산함을 조성하여 표현하는 숭고성, 스페인 축제가 놀이의 아찔함을 매개로 두려움을 포섭하는 축제성, 매혹을 발산하지만 배제당하는 비애를 느끼는 슈퍼 영웅들의 비정상성을 실제 세계에 구현해 놓은 특수한 경우에 다름 아니다. 다면적 특성을 동반하면서 한국사회의 문화는 총체적으로 그로테스크를 예찬하는 중이다. 한국영화는 왜 그로테스크한가 그로테스크의 미학 내적 법칙은 역사적으로 한 체제에서 다른 체제로 전환하는 사회 변동기의 정서와 밀접한 함수관계에 있다. 그로테스크는 세계사적으로 중세의 몰락(르네상스), 시민혁명의 환멸(낭만주의), 제국의 종말(모더니즘) 같은 전환기의 문학, 미술, 건축, 연극, 영화 등에서 쏟아져 나왔다. 서구사회가 수백 년간 이뤄온 역사를 압축적으로 경험한 한국사회에서는 고도성장, 경제공황, 구조조정 등의 급격한 사회변동이 작가들에게 그로테스크의 영감을 공급하는 원천이었다. 여러 예술 매체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한국의 대중영화는 변동기의 공포와 희망이 교차하는 복잡한 대중 감정을 면밀하게 고려하여 제작되었다. 만약 수많은 한국영화의 리스트 가운데, 전 세계에 내놓을 만한 탁월한 작품들을 고른다면 우리는 이들 작품 안에 그로테스크의 성격이 매우 짙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구역질나고, 코믹하고, 잔인무도한 감정이 혼성을 이룰 뿐 아니라, 그토록 극단적인 여러 감정들의 복합체를 차갑고 지성적인 사유와 또다시 연립시킨다. 이 책이 선별한 여덟 편의 영화들(김기영, 하길종, 박철수,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장준환, 김기덕 등의 작품들)은 이런 범주의 작품들에서도 백미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로테스크에 관한 연구적 관심을 보류하더라도 우리는 한국영화사를 빛내는 작품들이 왜 거의 그로테스크한가라는 질문을 저절로 하게 된다. 우리 역사의 변동 경험은 실제 삶에서는 거칠고 야만적이었다. 시대의 지형이 끊임없이 재편되는 사태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반드시 기회와 행복을 주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전환기의 복합적 경험을 성공적으로 포착한 대중영화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다. 영화가 표현하는 그로테스크는 지성의 범주로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힘든 무질서한 사회변동의 경험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만드는 문화적 암호라고 할 수 있다. 그로테스크, 축제와 형벌의 자리바꿈 책의 이론적 부분은 미학과 정치학, 특히 그로테스크라는 미적 표현과 사회변동기의 군중권력의 관계를 규명하는 분석틀을 마련하는 데 할애되었다. 먼저 르네 지라르와 조르조 아감벤의 논의에 기초하여 ‘괴물’이라는 개념을 도출하였다. 다음으로 ‘괴물’들의 활동 공간인 ‘근원적 세계’라는 개념을 질 들뢰즈와 발터 벤야민의 논의를 종합하여 구성했다. 거친 표현을 무릅쓰고 이 같은 이론 구축 과정을 간단히 말한다면 그로테스크를 ‘축제와 그 축제의 전도 사이의 변증법’으로 파악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파리의 노트르담』에는 광인절을 맞아 군중이 꼽추 카지모도를 축제의 교황으로 선출하고 추앙하지만 바로 다음날 카지모도가 국가의 죄수로서 공개 태형 당할 때 동일한 군중은 그를 조롱하고 공권력에 편승하는 장면이 나온다. 축제와 형벌의 신속한 자리바꿈, 다시 말해 대중의 자치를 축하하는 의례가 대중이 자발적으로 복종하도록 쐐기 박는 의례로 전환한다.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한다면 축제와 형벌(혹은 축제의 전도)은 그로테스크 서사 안에서 헤게모니 다툼을 벌인다고 할 수 있다. 마치 광화문 광장에서의 시민 축제가 바로 위쪽의 누군가에는 형벌이며, 영화 <자백>(2016, 최승호)이 보여주듯이 70년대의 고문수사 때문에 정신병을 얻고 출소한 어느 정치수의 가련한 말년이 독재자와 그를 지지하는 대중에게는 ‘근대화’를 향한 축제였던 것과 같다. 시대마다 작가마다 그로테스크의 유형이 다양화하는 것은 축제의 힘과 이것을 형벌로 전도시키는 힘 사이의 대결이 복잡한 양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21세기의 불안정한 한국 상황은 서구 68혁명 이후의 정세와 유사하다기보다는 벤야민이 살았던 암흑시대로 복귀하는 듯하다. 기존의 문화연구가 주로 지배질서의 안정을 가정한 후, 특정 집단의 정체성 형성을 분석했다면, 앞으로의 연구는 차라리 사회 해체기에 나타나는 정체성의 기괴한 변형 경향을 다뤄야 한다. 또한 사회비판운동이 축제적 유희와 점점 구별이 가지 않는 최근 경향을 감안할 때, 진지한 정치 행동과 놀이가 결합하는 문화 현상 일반에 관련된 연구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 즉 ‘규범 자체가 아니라 규범의 해체’ 그리고 ‘자족적 놀이와 적대 행동 사이의 거리 소멸’이라는 새로운 주제에 관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활발히 토론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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