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비스트’라는 생소한 세계가 궁금하다면?
한국영상자료원 포켓북 시리즈 8번째 권 《필름 아카이브 이야기》 펴내
아카이브(archive)라는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설게 들리겠지만 아카이브는 한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문서, 영상물, 사진 등 온갖 자료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곳으로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최근 기록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아카이브의 중요성과 아카이브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인 아키비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필름 아카이브 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이 ‘필름스토리 총서’의 여덟 번째 권으로 출간한 《필름 아카이브 이야기(Stories of the Film Archives)》는 아카이브와 아키비스트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저자인 한국영상자료원 오성지 프로그램팀장은 영화필름의 매력에 빠져들어 아키비스트(Archivist)의 길을 걷게된 여정을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실감나게 전달한다. 저자는 2001년 미국 조지 이스트만 하우스의 셀즈닉 영화필름 보존학교에서 필름 아카이빙을 공부한 후 2002년 9월부터 지금까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처음에 아카이브, 아키비스트란 단어를 접했을 때 나는 이게 뭔가 궁금했다. 조지 이스트만 하우스 필름 보관고의 35mm 영화프린트가 약간은 시큼한 냄새를 풍기면서 ‘저 여기 있어요’라고 속삭일 때, 나는 단박에 그 주문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나의 끝없는 호기심과 영화필름의 물리칠 수 없는 유혹, 그리고 선생들의 열정적인 가르침이 나를 필름 아키비스트로 부를 수 있게 만들었다. (본문 중)
한동안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스크래치, 먼지와 머리카락 자국, 영사 마크, 색상의 손상에만 신경이 쓰였었다. 그러나 매혹적이게도 영화필름은 단지 물질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필름 아카이브의 영화필름은 역사적 사실이 기록된 기억의 저장고이기도 하다. (본문 중)
이 책에서 서술된 필름 아카이브 역사부터 영화 필름의 역사, 그리고 발굴한 필름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아키비스트의 작업 과정 등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초기 영화사, 특히 무성영화의 매력에 눈이 뜨인다. 또한 이 책은 저자가 세계 각지의 영화박물관과 필름 아카이브 등을 방문한 출장 일기와 직접 찍어온 다양한 사진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여 마치 독자가 이탈리아 토리노 영화박물관이나 룩셈부르크 시네마테크의 ‘크레이지 시네마토그래프’를 관람하고 있는 듯한 생생한 체험을 전달한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발굴하여 2008년에 복원 상영한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안종화, 1934)가 2009년 독일 본 무성영화제에서 초청 상영된 참관기도 흥미롭다.
책의 후반부는 저자의 조지 이스트만 하우스 필름 보존학교 수학일기로서 10개월 동안 4쿼터에 해당하는 커리큘럼과 학습과정이 자세히 소개된다. 이어서 졸업 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아키비스트 초년병으로서 겪었던 고충과 애환이 몇몇 에피소드들과 함께 재치있게 펼쳐진다. 부록에는 용어 정리 및 필름 아카이브 관련 참고 서적과 주요 필름 아카이브 목록이 수록되어 있어, 영화와 영상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유용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발휘할 포켓북 시리즈,‘FilmStory’총서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은 2007년부터 포켓북 시리즈인 ‘FilmStory 총서’를 발간하여 다양한 주제의 영화 지식과 정보를 보다 쉽고 편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번에 총서의 8번째 권인 《필름 아카이브 이야기》를 출간했으며, 다음 9번째 권으로 《영화제국 신필름―한국영화 기업화를 향한 꿈과 좌절》 출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