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인간됨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지금 얼마나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갑질과 혐오가 난무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도덕불감증 사회,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 도리가 무너지고 있다!
폭언과 폭행으로 인간성의 바닥을 보여준 안하무인격 재벌가의 갑질, 법과 질서를 농단하며 온갖 악행과 비리를 저지르는 고위층에 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저런 짓을!”이라며 탄식하곤 한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기준을 벗어나는 사람을 보았을 때 한마디로 ‘인간 같지 않은 인간’ 또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같은 도덕성의 해리는 특수한 몇몇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분위기로 변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익명성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댓글로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와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는 사람, 카페나 식당 아르바이트생에게 무턱대고 반말과 막말을 하는 사람, 계약직 직원을 대놓고 무시하는 정직원, 높은 직급을 이용해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 등 자기의 부정적인 감정과 욕구를 그대로 쏟아내는 것을 일상적인 일로 여길 정도다. 인간의 가치를 부와 권력으로만 평가함으로써 인간이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인간성을 상실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인간의 형상과 본성을 본떠 만든 한자,
한자를 들여다보면 ‘인간다움에 이르는 길〔道理〕’이 보인다
한정주 작가는 오랫동안 동서양의 고전과 문헌 속에서 현대적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해 흥미로운 주제로 엮고 재해석해온 고전연구가다. 연구와 저술을 위해 항상 수많은 한자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한 글자 한 글자를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뉴스나 신문을 통해 사회의 시끄러운 소식을 접할 때나 일상의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와 연관된 한자를 떠올려 성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한자란 본디 인간의 형상과 본성을 본떠 만든 글자이기에 그 안에는 ‘인간성’이 깃들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한자를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기본 도리’를 발견할 수 있다. 저자 역시 이 점에 주목했고 한자 하나하나의 의미와 구조를 깊이 들여다보며, ‘인간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인간의 도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나는 얼마나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를 성찰했다. 《인간도리, 인간됨을 묻다》는 작가의 그 같은 질문과 고민, 성찰의 결과물이다.
‘부끄러울 치(恥)’는 마음속〔心〕 부끄러움이 붉어진 귀〔耳〕로 드러나는 것을 표현한 글자,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를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뉴스에 나올 만한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끝까지 자신은 죄가 없다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보면 ‘부끄러울 치(恥)’ 자를 떠올릴 수 있다. 이 글자는 사람이 부끄러운 마음을 품으면 자기도 모르게 틀림없이 얼굴(귀)로 드러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이 대체 얼마나 뻔뻔하기에 낯빛 하나 바뀌지 않고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조차 없을까? 수치심이 없다면 짐승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만약 누군가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어 그 사람을 책망하고 싶을 때는 ‘나무랄 책(責)’ 자를 생각해볼 수 있다. 가시 자(?)와 조개 패(貝)로 이루어진 이 한자는 ‘돈(조개)을 갚으라고 마치 가시로 찌르는 것처럼 추궁한다’고 해서 ‘나무라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당장 화를 내고 싶더라도 잠깐 숨을 고르고 이 한자에 담긴 의미를 떠올린다면 조금은 더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믿을 신(信)은 사람 인(人)과 말씀 언(言)으로 이루어진 한자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믿음’이고, 이 믿음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말’이라는 뜻이다. 요즘에는 손가락으로 하는 말(SNS, 댓글 등) 때문에도 시끄러운 일이 많이 생기는데, 말을 하기 전에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한번 깨진 믿음은 회복하기 어렵다’는 믿을 신(信)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본다면 좋지 않을까?
“인간은 본성을 거스를 때 더 인간다워진다”
인정이 사라진 각박한 세상에서 자기 성찰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책!
‘어른을 공경하고, 아이는 보살피고, 이웃 간에 화목하고, 가진 것은 베풀고, 말과 행동은 경계하라’ 같은 이야기는 누구나 잘 아는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 도리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인간답게 살기 어려워지고, 심지어 인간답게 살면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인정(仁情)이 사라지고, 인간성은 매몰된 각박한 사회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타인을 불쌍히 여길 줄 알고,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알고,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겸손하여 사양할 줄 아는 것, 즉 측은지심, 시비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이야말로 인간의 기본 도리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을 짐승과 구분해주는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선한’ 본성이다. 하지만 인간은 욕심과 욕망 앞에 쉽게 흔들리는데 그것 역시 인간이 지닌 ‘악한’ 본성이다. 따라서 인간은 이런 악한 본성은 거스르고 선한 본성은 회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인간됨과 인간 도리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