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많은 삶을 싣고 나르는 지하철.
그 속에는 무도가, 좀비 시간여행자. 조폭, 마약 딜러, 정체불명의 괴물의 삶도 있다!
공포·미스터리 작가들이 선사하는
지하철 속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7가지 이야기들.
지하철은 수많은 종류의 삶을 함축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매일 같은 지하철 칸 안에서 만나, 저마다의 삶을 향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내린다. 지하철에서 우리는 수많은 얼굴을 마주하지만 동시에 그 수많은 얼굴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없다. 우리가 매번 잠시 만나는 생경한 이들의 사연을 파헤쳐보면 어떨까? 혹은 서로 모르는 낯선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한 사건으로 연결된다면? 아니, 지하철에서 상상도 못할 사건이 벌어진다면?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는 공포·미스터리·스릴러를 주력으로 써 왔던 이야기꾼들이 모여 지하철에 관한 일곱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소설집의 특징 중 하나는 참여 작가들이 그간 주력해왔던 장르에서 벗어나 코미디, 무협, 스릴러, 로맨스에 이르는 장르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공포 소설계에서 자리를 빛내고 있는 전건우 작가는 「호소풍생」에서 코미디와 무협의 결합을, 세계문학상을 수상하고 그간 강력한 스릴러를 써온 조영주 작가는 「버뮤다 응암지대의 사랑」에서 아주 평범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로맨스의 형태를, 역시나 미스터리 스릴러 계에 큰 기여를 한 페이지 터너 정해연 작가는 「인생, 리셋」에서 타임리프 서사를 시도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소설을 써내려온 전건우 작가는 좀비물에 능통한 만큼 「지옥철」에서는 좀비와 그로 인한 새로운 공포의 형태를 그리며, 김선민 작가는 「농담의 세계」에서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를 통찰하고 있다. 신원섭 작가의 「4호선의 여왕」은 거듭된 코믹함과 정교한 반전들로 독자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지하철은 이 세계의 인간군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시끌벅적한 지하철 속 풍자와 블랙코미디, 그리고 로맨스.
이 앤솔로지의 첫 머리를 장식하는 소설 「호소풍생」은 공항철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늙은 협객과 국제 테러리스트들 간의 대결을 다룬다. 주인공 ‘편 관장’은 젊은 시절 이름을 날린 협객이었으나 지금은 마지막 제자마저 떠나간 상황, 오래 전 집을 떠나간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상경한다. 그러던 중 공항철도에서 우연히 휘말리게 된 국제 테러리스트들과의 갈등은 얼핏 황당홰 보일 수 있겠으나, 그 과정에서 편 관장의 과거가 서술되며 ‘진정한 나이듦’을 모색하는 전개가 펼쳐진다.
이 앤솔로지에서 작정하고 코믹하게 그린 스릴러 「4호선의 여왕」은 착각에 빠져 살아가는 한심한 남자 재홍이 수상한 이웃 주민 여성 고윤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스릴러다. 고윤은 동네에서도 무성한 소문에 휩싸여 있으나 재홍은 오히려 매력을 느낀다. 고윤은 재홍에게 접근하여 한 가지 부탁을 들어달라고 하는데… 그 뒤로부터 이어지는 자동차 추격전과 마약 범죄, 잔인한 악당들 등 무거운 스릴러에 어울릴 법한 소재가 줄줄이 나오지만 이 소설은 내내 유머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거기다 고윤에 대한 거듭된 반전은 흥미를 더 한다.
「버뮤다 응암지대의 사랑」은 지하철이 일방적으로 한 노선만 다니는 ‘버뮤다 응암지대’ 탓에 얽히게 된 두 남녀의 평범한 로맨스를 다룬다. 두 사람은 내세울 것도 엄청나게 잘나지 않고, 찌질한 면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 점 때문에 두 사람의 때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공감대를 자아내는 면들을 지켜보게 한다. 그러나 소설은 내내 웃기도 따뜻한 이야기로만 채워진 건 아니다. 이 소설은 자연스러우면서 행복한 만남, 그리고 두 사람의 부족한 면면을 서로가 이해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안타까운 결말까지 그리고 있다.
이처럼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어떤 이들도 탈 수 있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공간임을, 우리는 소설들을 읽으면서 깨달을 수 있다. 그만큼 지하철에는 자기만의 내밀한 사연을 품은 자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기에, 인간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사건과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을 공간이기도 하다.
불안과 공포, 그리고 인간.
지하철의 공간성을 활용한 인간 본성에 관한 소설들.
「농담의 세계」는 공포 체험 방송을 주 콘텐츠 삼고 있는 인터넷 방송인 짱규철이 신당에 위치한 유령역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유령 열차를 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짱규철이 유령 열차를 타고 맞닥트리는 세계는 디스토피아적이기도 하고, 일견 아포칼립스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지만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 세계가 올곧게 진전되고 있는지, 그렇지 않는 세계와 대조를 통해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 리셋」은 지하철을 분기점으로 인생이 달라진 한 남자의 인생 갱생기를 다룬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을 통한 타임리프를 시도하지만, 남자의 인생은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과연 진정 달라지기 위해 인생에 필요한 태도가 무엇일까? 이 소설은 미래의 불안 앞에 선 인간의 좀 더 근본적인 인간된 태도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진다.
「지옥철」과 「쇠의 길」은 각자 좀비와 정체불명의 괴물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동시에 ‘보이지 않는 괴물의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을 하는 작품들이다. 「지옥철」은 좀비 소동으로 인한 공포를 다루는 것처럼 시작되지만 결국 공포의 실체는 다름 아닌 인간의 공포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돌아보게 하며, 「쇠의 길」은 보이지 않는 공포의 실체를 딛고 넘어서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공포’ 앞에서 인간이 지녀야할 용기와 행동이 무엇인지 고찰하는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