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믈렛

임유영 · Poem
1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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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영이 그간에 발표해온 시편들을 묶어 내는 첫 시집이다. 죽음과 탄생, 이야기와 다성성, 여성성, 그리고 시쓰기에 대한 의식 등이 알알이 녹아 있다. 시집의 문을 여는 1부(‘살아 계신 분을 묻어드릴 수도 없었고’)는 임유영식 시쓰기의 기원에 대한 힌트를 엿보게 하고, 2부(‘가서 돌 주우면 재미있을’)는 꿈인 듯 현실인 듯 아름답고도 쓸쓸하고 그만큼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3부(‘한데 섞인 흰자와 노른자의 중립적인 맛’)는 그 강렬했던 ‘아침’ 연작에 새로운 제목을 달아 선보이며 죽음 이후 다시금 깨어나는 듯한 반복과 각성의 장면들을 더욱 긴장감 있게 펼쳐 보이고, 4부(‘어디 가는 어린애와 어디 갔다 오는 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한 결과로 나온 시의 색다른 창조성을 느끼게 한다. ‘보다 젊은 감각과 깊은 사유를 지향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시작된 문학동네시인선이 200번을 지나 현재까지 다다른 지금, 『오믈렛』은 문학동네시인선의 그 짧지 않은 역사와 의미에 값하는 주목할 만한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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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살아 계신 분을 묻어드릴 수도 없었고 헤테로포니/ 부드러운 마음/ 단단/ 미래로부터/ 도둑들/ 굴은 바다의 우유/ 너의 개도 너를 좋아할까?—D에게/ 중국인 학자의 정원/ 부드러운 마음/ 호수관리자들/ 생일 기분/ 돌에서/ 구역/ 밤에 2부 가서 돌 주우면 재미있을 정확한 죽음의 시각을 기록하기/ 꿈 이야기/ 부드러운 마음/ 유형성숙/ 호로고루/ 사랑의 열매/ 만사형통/ 기계장치강아지/ 자연스러운 일/ 얼굴들/ 처서 3부 한데 섞인 흰자와 노른자의 중립적인 맛 아침/ 인테리어/ 방랑자/ 오믈렛/ 병정들/ 선물가게/ 빗금/ 포노토그래프/ 우수(雨水)/ 진술 4부 어디 가는 어린애와 어디 갔다 오는 개 무언가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 단감, 단감/ 채소 마스터 클래스/ 움직이지 않고 달아나기 멈추지 않고 그 자리에 있기/ 녹색병원/ 미꾸라지와 뱀장어와 지렁이와/ 파/ 라/ 목/ 토/ 담자균문/ Air & Water/ 나리분지 해설 | ‘이상한 마음’을 따뜻하게 다스리는 ‘완벽한 방법’ 조연정(문학평론가)

Description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붙잡아두어도 될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보이지 않게 두어도 될까.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 시적인 것이 아닌 듯한 문장들의 배합으로 만들어낸 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은 오믈렛, 그 이상한 충만감 한국시의 새로운 이름으로 기억될 임유영의 첫 시집 『오믈렛』 출간 2020년 시 쓰는 이들의 문학적 열망이 담긴 6천여 편의 시가 응모된 문학동네신인상 시 부문의 심사대에는 ‘아침’이라는 제목의 연작시 한 묶음도 올랐다. 9편 중 8편의 제목이 모두 ‘아침’인 이 응모작은 저마다의 개성을 부각시키려는 다양한 고투가 엿보이는 시편들 사이에서 오히려 심사자들의 눈에 띄었다. 무심하리만치 심상한 동일 제목의 시편들을 제출한 이 비범한 패기를 지닌 시인의 시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박상수로 하여금 “뭐야, 이게 시인가? 근데 왜 자꾸 생각나지?”(심사평)라는 질문을 불러일으켰다. 죽음 앞에 선 인간, 혹은 이미 죽어본 경험이 있는 자의 내면을 펼쳐 보이는 ‘아침’ 연작은 기존의 익숙한 시와는 어딘가 다른, 낯선 목소리의 힘을 발했다. 이 응모자는 곱씹어 읽을수록 “어느 한 편 빠지는 작품이 없이 굉장한 디테일과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사하면서 “마치 한 권의 완결된 시집을 읽은 듯한 만족감”(시인, 문학평론가 박상수)을 준다는 감상을 불러냈고, “고유한 음악이 들렸다”(시인 박연준)는 소회를 불러일으켰으며, “삶의 표면을 따라 부드럽고도 유려하게 이어지는 아름답고 쓸쓸한 세계”(시인 황인찬)를 구축해냈다는 평까지 얻으며 그해 시단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시인 임유영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유영은 부지런히 신작 시를 발표하면서 독특한 리듬과 이야기성을 지닌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정확한 죽음의 시각을 기록하기」 외 5편이 “시가 끝난 후 시 전체를 시적인 것으로 순식간에 들어올”(문학평론가 이광호)린다는 평을 받으며 2021 문지문학상 후보로, 「호수관리자들」 외 5편이 “깊은 통찰력”과 “감각적인 예지력”(시인 김행숙)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으며 2022 문지문학상 후보로 연달아 선정되면서 문단의 기대와 신뢰를 받고 있음을 증명해냈다. 『오믈렛』은 그런 임유영의 첫 시집이다. 죽음과 탄생, 이야기와 다성성, 시쓰기에 대한 의식과 여성성 등이 알알이 녹아 있다. 1부(‘살아 계신 분을 묻어드릴 수도 없었고’)는 임유영식 시쓰기의 기원에 대한 힌트를 엿보게 하고, 2부(‘가서 돌 주우면 재미있을’)는 꿈인 듯 현실인 듯 아름답고도 쓸쓸하고 그만큼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3부(‘한데 섞인 흰자와 노른자의 중립적인 맛’)는 그 강렬했던 ‘아침’ 연작에 새로운 제목을 달아 선보이며 죽음 이후 다시금 깨어나는 듯한 반복과 각성의 장면들을 더욱 긴장감 있게 펼쳐 보이고, 4부(‘어디 가는 어린애와 어디 갔다 오는 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한 결과로 탄생한 시의 색다른 창조성을 느끼게 한다. * 방과후 문예반에서 소녀들은 정확한 문장을 쓴다. 소녀들은 또래보다 빨리 읽는다. 소녀들은 하나의 문장을 시작하고 끝낼 줄 안다. 여러 개의 문장을 잇고 쓸데없는 문장을 뺄 줄 안다. (……) 소녀들은 선생님이 친구의 글을 읽어주는 걸 듣다가 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죽음과 눈물과 폭력과 섹스와 오물과 고통이라면, 소녀들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쓰고 치워버리지만 어느 여름 오후 선생님이 사과 한 알을 교탁에 올려놓고 그것에 대해 쓰라고 하셨을 때 소녀들은 죽음과 눈물과 폭력과 섹스와 오물과 고통을 생각하는 완벽한 방법을 알아낸다. 음악이 시작된다. _「헤테로포니」 부분 시집의 문을 여는 「헤테로포니」는 “방과후 문예반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조국 통일에 대한 염원, 독립 열사 추모처럼 선생님이 쓰라고 한 주제로 시를 써 내지만, 이들의 마음을 진실로 붙들고 있는 것은 “죽음과 눈물과 폭력과 섹스와 오물과 고통”인 듯하다. 의무와 강요에서 벗어나 “음악”처럼 “시작”되는 소녀들의 시는 “같은 선율을 조금씩 다르게, 수평적으로 연주하는”(문학평론가 조연정, 해설) 다성음악의 일종인 ‘헤테로포니’처럼 울려퍼진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임유영의 문장이 지닌 ‘수평성’이다. 임유영의 문장은 대체로 특별한 미사여구도, 소위 ‘시적인’ 수사도 생략되어 있다. 위계 없이 평이한 단어들이 모여 뜻밖에 반전을 거듭 발생시키고, 그로 인한 화음을 통해 독특한 정서적 울림을 준다. 사고가 나서 여자아이는 죽어버렸다. 나는 그날 꽃은 못 보고 돌아가던 길에 교복집 하는 늙은 남자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죽을 징조를 벌써 보았다고 주장했다. (……) 그러나 나는 그 영감의 말을 곧이 믿지는 않았다. 무릇 꿈이란 뇌에서 배출된 찌꺼기에 불과한데, 그런 꿈을 해몽한다는 자들의 말 또한 사람을 현혹하는 얕은 수일 뿐이다. 그 증거로 나는 사월의 화창한 대낮에 꽤 오래 걸었음에도 전혀 땀을 흘리지 않았다. 어쨌거나 나는 붓을 들어 이 이야기를 종이에 옮겨 적었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벽에 붙여두었다. 후에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있어 적당한 값을 받고 팔았다. _「꿈 이야기」 부분 해설에서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시”로 꼽힌 「꿈 이야기」는 사고를 당해 죽은 여자아이의 이야기이다. 담담한 문장들로 전해지는 죽은 여자아이의 사연을 다 읽고 나면 이 시는 여자아이의 죽음의 징조를 느꼈다고 주장하는 늙은 남자의 꿈 같기도 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화자 ‘나’의 꿈 같기도 하며, 그 당시를 전생처럼 바라보는 ‘나’의 기억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적당한 값을 받고 팔았다”는 결말은 또 한번 반전으로 다가오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다층적인 해석의 결을 쌓아올리게 한다. “남쪽 숲”에서 태어난 “새끼 곰”(「단단」), “밤 산책을 나갔다가 개한테 손을 잘못 물린” 사람(「너의 개도 너를 좋아할까?—D에게」), “다리 하나가 없는 새”(「생일 기분」), “돌에서” 나온 사람(「돌에서」) 등이 등장하는 시들 또한 담담한 문장이 종내에 터뜨리는 시적 고양감을 전해준다. 데뷔작이었던 ‘3부’의 ‘아침’ 연작시에서 이미 그런 임유영 시의 힘이 내포되어 있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자”에 대한 묘사로 시작하는 「아침」은 “누군가의 머리”에서 “조모의 이마”로, “조모님을 모시고” 호숫가에 온 “가족”으로, “파도가 아니라고 설명할 수 없”는 “바다”로 “상상”의 초점을 옮겨가면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한데 섞인 흰자의 노른자의 중립적인 맛”으로 시작해 “알코올중독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로 끝나는 「오믈렛」, “손목시계를 차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시작해 “내게 손목이나 허리가 남아 있으려나”로 끝나는 「선물가게」, “나에 관해서라면 아무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로 시작해 “끔찍한 일은 어른들에게 맡기고, 모두 잊어버려”로 끝나는 「포노토그래프」 등의 시편들에는 하나같이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임유영의 ‘인장’이 찍혀 있다. * 이 시집의 표제는 3부의 시 「오믈렛」에서 가져왔다. “한데 섞인 흰자와 노른자의 중립적인 맛”이라는 「오믈렛」의 첫 문장은 앞서 언급한 임유영 문체의 특징을 은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임유영의 시들이 시적인 것이 아닌 듯한 문장들의 배합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목하면 ‘오믈렛’은 임유영의 시적 방법론을 연상시키는 오브제이다. 한편,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조연정은 모종의 온기어린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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