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사람 소설 16
김해숙 장편소설 『모던 걸즈, 달을 쏘다』 출간
안산 선수가 뜨겁게 읽고 추천한 소설!
영웅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무늬를 만들어 간
만월과 국화, 정록… 자유의 이름, 우리들의 이야기
1936년, 엄혹한 시대의 한복판에 선 청춘들−
우리는 비록 나라를 잃었지만
불타는 활시위를 당겨 달을 향해 쏠 거야!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2016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해숙 소설가의 장편소설 『모던 걸즈, 달을 쏘다』가 걷는사람 소설 16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특히 이번 신간은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현실을 되살려내는 유의미한 작업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재구성하는 김해숙 소설가의 필치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공부를 위해 경성으로 떠난 만월은 ‘내재봉소’의 주인 두례와 그의 딸 국화, 조카 정록과 함께 생활한다. 미화여자고등보통학교에 진학한 만월은 경성종합체육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부지런히 국궁을 연마하고, 두례에게 재봉을 배운 국화는 아버지가 있는 만주로 유학을 가기 위해 재봉에 매진한다. 하지만 국궁과 재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생들에게 유학을 약속한 학교는 충격적인 목적을 숨기고 있었다. 만월의 국궁 사범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평화롭던 학교는 위기를 맞이하고, 뒤이어 만월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은 어디로 가 버린 걸까, 그리고 학교가 감추려고 하는 비밀은 무엇일까?
내 소설에는 그 시대의 영웅이 나오지 않는다. 난 영웅이 아닌 소시민의 삶을 담아 좀 더 가까운 주변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 소설을 읽고 영웅이 아닌 사람들이어도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며, 자기만의 무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그 무늬 안에는 절망의 시대를 견뎌 온 희망의 무늬가 담겼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부분
당대 시대적 상황을 핍진하게 그려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에 왜 여학교에서 국궁 대회를 했을까?”(작가의 말)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김해숙은 세밀하게 설계된 일제 강점기의 정치적·사회적 억압 속으로 독자를 이끌며, 그 안에서 피어나는 용기와 연대를 치열하게 조명한다. 독립운동과 자아실현이라는 두 축을 조화롭게 교차함으로써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저항을 섬세히 그려내는 것이다. 작가는 재봉틀을 다루는 여성과 활을 쥔 여학생을 통해 그들이 가진 굳센 의지와 시대를 초월한 용기를 담아내며, 부조리에 대항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강인한 마음이 건네는 힘과 인간 본연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증명해 보인다. 느슨한 공동체에 속한 개인(들)의 성장이 빛나는 연대로 이어지는 이 세계는 시대의 비극에 짓눌려 온 인물들이 자기 삶의 방향을 용감하게 선택하는 모습으로부터 비롯되는 감동적인 울림으로 가득하다.
안산 선수가 추천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과녁에 꽂히기까지의 시간은 찰나에 속한다. 그러나 그 화살을 명중시키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쏟았는지는 궁사 본인만이 알고 있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진실과 자유를 되찾고 살아남기 위한” 만월의 화살은 억압과 불의에 맞서 싸운 소시민 영웅의 이야기가 되어 인간의 용기와 자유의 가치를 조명한다. 이 한 권의 책을 펼친다면, “난 절대 도망치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는 청춘들의 단단한 마음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