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오보를 기록하다
“뉴스인가, 조작인가?”
우리는 오보라는 일상 속에 살고 있다. 습관으로 형성된 고정관념, 내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착각, 권위에 대한 맹신, 귀차니즘이 오보를 만든다. 때론 권력과의 유착 속에서 미필적 고의로 오보를 내는 경우도 있다.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만이 오보는 아니다. 진실을 왜곡하는 사실관계의 나열도 오보의 한 갈래다. 대다수 언론인이 ‘기레기’로 취급받는 현실에서 기억해야 할 역사가 있다면, 그것은 ‘오보의 역사’다.
『위키백과』에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대한민국에서 허위 사실과 과장된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기자로서의 전문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사람”으로 나와 있다. ‘기레기 저널리즘’은 오보의 시대와 무관치 않다. 더욱이 오늘날 한국 사회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극우의 가짜뉴스로 혐오와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득세는 그동안 실패를 반복해온 저널리즘이 자초한 일이다.
오보를 기록하는 이유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뉴스와 거짓말』은 훗날 언론계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후배들과 슬기로운 시민들을 위해 쓰였다. 지금껏 한국 사회에 오보를 충실히 기록해놓은 책이 없었다. 특히 이 책은 언론사 입사 준비생에게 유용하다.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생생한 사례를 지면에 담았기 때문이다. 언론사 입사 준비생을 위한 책은 보통 선배들의 영광스런 발자취, 예컨대 특종이나 탐사보도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선배들의 부끄러운 발자취에 대한 기록이다. 감추고 싶었던 언론계의 나머지 반쪽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오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오보의 극히 일부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제1장 ‘팩트 체크는 없었다’에선 사실 확인에 소홀하고 기자의 의심이 부족했던 오보를 모았다. 제2장 ‘야마가 팩트를 앞서면 진실을 놓친다’에선 기사를 쓰는 의도가 너무 강해 사실 확인을 놓쳤거나 왜곡한 사례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제3장 ‘쉽게 쓰면 쉽게 무너진다’에선 단독·속보 경쟁에 받아쓰기 보도로 인한 문제적 사례를 모았다. 제4장 ‘뉴스인가, 조작인가?’에선 오보를 넘어 조작 보도라는 비판이 가능한 사례를 꼽아보았다. 제5장 ‘오보를 기억하라’는 일종의 총론이다.
팩트 체크는 없었다
2017년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는 매년 4월 2일을 ‘팩트 체킹의 날’로 정했다. 거짓의 날이 지나면 바로 검증의 날이 오는 셈이다. 팩트 체크를 하지 않은 기사는 모두 오보를 만든다.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던 『한국경제』 2018년 8월 24일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라는 기사는 온라인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 여성은 수년간 일해온 식당에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크다”며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다른 식당 일을 찾았지만 실패한 뒤 막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2017년 대비 164퍼센트 올린 데 이어 2019년에는 109퍼센트 인상할 예정이라고 전하며, “식당, 편의점, 주유소 등에선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종업원들을 해고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핵심은 여성의 사망과 최저임금 인상의 연관성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과 사망 간의 합리적 연결 고리는 찾기 어려웠다. 더욱이 이 여성은 50대가 아닌 30대였고, 자녀 2명 부양이 아니라 3명 부양이었고, 사망 시점도 7월 말이 아니라 7월 중순이었으며,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고 했는데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이 기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비판적인 언론이 한 사람의 죽음과 최저임금 이슈를 무리하게 연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유족의 2차 피해가 우려됐고 경찰 쪽에서도 피해자 나이가 다르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삭제 요청을 해왔다”며 “당초 기사 자체는 충분한 취재와 팩트 확인을 거쳐 출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단독’에 눈이 멀면 부실한 취재로 이어진다. 빨리 쓰려다 보니 크로스 체크가 약해지고 디테일도 부족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MBN은 2017년 9월 1일 「[단독] 지상파 기자가 국정원 민간인 댓글 팀 가담」이라는 리포트에서 “국가정보원이 운영한 민간인 댓글부대 팀장 30명에 이어 또 다른 18명이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그런데 추가 수사 의뢰된 내용 가운데 지상파 방송기자가 댓글 공작에 가담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수많은 언론이 MBN 보도를 인용하며 기사에 등장하는 지상파 기자가 누구인지 찾기 시작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해당 방송사 보도 전반의 신뢰도까지 흔들 수 있는 사안이었다. 기사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리포트는 오보였다.
진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야마가 팩트를 앞서는 경우 대개 기자들은 진실을 놓친다. 『동아일보』는 2018년 7월 11일자 사회면에 실린 「문 대통령의 ‘운명’에 검사들 운명 담겨 있다」라는 기사에서 “13일 발표될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 펴낸 자서전 『운명』에서 거론한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검찰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책에 나오는 한정화 수원지검 공안부장과 강정석 춘천지검 영월지청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두 검사를 가리켜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근무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고 관련 회의록을 폐기했다는 의혹을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운명』에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두 사람은 대통령기록물 수사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검찰 인사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앞섰지만, 정작 주요 사실관계가 모두 틀려버린 보도였다.
철도노조 파업이 한창이던 2013년 12월 26일 TV조선은 「하루 승객 15명인 역에 역무원 17명」이란 리포트를 냈다. 승객보다 역무원이 많다니 누가 봐도 불합리해 보인다. TV조선은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쌍룡역에 불필요하게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그 배경이 강성 노조 때문이란 취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당시 보도는 공기업을 수술하겠다며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낸 뒤 보름 정도 지난 시점에 등장했다. 국토교통부 공식 트위터 계정은 이 기사를 13차례에 걸쳐 리트윗했다. 이 보도는 ‘방만 경영’, ‘양심 없는 귀족노조’와 같은 키워드의 댓글로 이어졌다.
그러나 보도는 진실과 달랐다.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쌍룡역의 2010년 운송 수입은 여객 운송 수입 1,662만 원, 화물 운송 수입 95억 8,869만 원이었다. 인건비가 역 수입의 81.3배라는 보도는 억지였다. TV조선은 쌍룡역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물 운송 수입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대신 여객 운송 수입만 고려해 직원들의 인건비가 역 수입의 81.3배라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쌍룡역의 실제 투입 인원은 3조 2교대제로 인해 하루 평균 5명이었다. 17명이 쌍룡역에 놀러 나온다는 인상을 주었던 기사 제목과 사실은 달랐다.
기자가 『연합뉴스』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다가는 오보를 확산시킬 수 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도 오보를 낸다. 수많은 나비효과 가운데 『연합뉴스』라는 나비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8년 11월 29일 오전 7시 28분, 『연합뉴스』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방북…김정은 답방 물밑 논의 주목」이라는 기사에서 중국 선양(瀋陽) 의 한 교민의 증언을 인용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어제 선양을 경유해 북한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안다”며 “정 전 장관이 대한항공 KE831편으로 선양에 도착 후 고려항공 JS156편으로 평양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기사가 나간 시점에 자신의 집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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