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잉여인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고령화나 기술혁명은 인류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준비 되지 않은 고령화나 기술혁명은 당연히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만큼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대비를 잘해야 하지만 실상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거나 호도한다. 그러니 대안이나 결론이 잘못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나라는 생산가능 인구 감소, 나아가 국가인구 감소가 예측되면서 인구절벽과 노동력 부족에 따른 경제파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을 출산율 하락에 전가한다. 과연 저출산이 문제의 원인일까? 일반 상식처럼 자리 잡은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 생산가능 인구 감소의 허위 상관관계를 조목조목 논파한다.
무엇이 문제의 본질인가? 기본적인 진단이 잘못되었다면 대안은 물론 결과도 빗나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인구 감소가 곧바로 경제성장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직접 연결되는 경제학의 공식모델도 없다. 즉, 저출산과 경제침체는 관계가 없다. 그런데 저출산이 왜 문제라는 것인가? 고령화가 왜 문제라는 것인가? 인구 변동의 근본적 의미와 파생되는 문제에 대한 파악을 새롭게 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인구의 양적, 질적 구성에 따라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을 인구사관(人口史觀)이라고 한다. 즉, 근본적으로 경제의 큰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사람들의 소비결정이다. 따라서 인구의 구조와 변동을 이해함으로써 사소한 것에서 거대한 것에 이르기까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사관에 입각할 때 심각한 문제는, 작금의 고령인구 기준에 따라 베이비붐 세대를 노동시장에서 퇴출함으로써 잉여인간 쓰나미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나라마다 연령대가 다른데 우리나라는 6.25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동년배 집단을 지칭한다. 오늘날 베이비부머들이 특별히 주목을 받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하고 노년세대로 편입되기 시작함으로써 인구절벽을 만들고 시장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규모를 살펴보면 약 714만 명 정도로(2016년 기준), 전체 인구집단의 14.6% 정도를 차지한다. 700만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속속 잉여인간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대부분이 노후준비가 미흡하다. 또한 기술혁명은 임금노동의 몰락을 예고하면서 더 많은 잉여인간을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잉여인간은 나와 당신, 우리가 당면한 문제인 것이다.
노동시장과 복지제도의 이중적 구조 속에 길을 잃은 대한민국
이 책에서 특히 베이비붐 세대에 주목한 것은 인구 규모가 큰 것도 있지만, 준비된 은퇴 자원보다 더 오래 살게 될 가능성이 커졌고, 거기에 4차 산업혁명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늙음과 가난은 둘 다 풀기 어려운 문제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늙어간다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낮은 수준의 공적연금과 저임금의 일자리 때문이다.
우리의 공적 연금체계는 “저부담-저복지” 트랩에 갇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질보다는 양에 집중해 저임금 일자리만 양산해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빈민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노동이라는 이름을 똑같이 쓰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은 고임금 정규직의 상층 노동시장과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하층 노동시장이라는 이중구조로 분리되었다. 두 노동시장 사이엔 높은 장벽이 존재하고 노동조건이 양극화됨으로써 노동 소득 불평등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책은 노동연계 복지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복지제도의 이중구조라는 미로에서 길을 잃었다고 통렬히 진단한다.
과연 새로운 세상은 가능한가?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노년과 진입조차 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이 책은 공동체노동을 포함한 다양한 노동이 가능한 다중노동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서 노동혁명을 제안한다. 현재 노동체계는 붕괴되고 있으므로 노동의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노동의 의미, 노동체계와 세대 간 역할의 재구성 등 사회 전반적 시스템의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인류는 네 차례에 걸친 문명의 대전환을 겪었다. 대전환을 가져온 분수령은 곧 원시공동체에서 시장경제체계로 전환된 것이다. 시장경제체계는 세 번의 혁명적 사건들을 거치면서 인류 사회의 지배적 체계로 강화되어 왔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서비스혁명으로 불리는 각각의 혁명적 사건들은 인류의 주된 생존방식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우리가 또다시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경제 지배체계에서 선물경제가 결합된 새로운 경제체계, 곧 탈(脫)경제 사회의 도래를 의미한다. 시장경제의 임금노동 영역은 줄이고 경제적 효용과는 관계없이 부분적 또는 전면적인 자발적 활동과 공동체노동의 영역은 늘림으로써 시장경제와 선물경제(gift economy)가 균형을 이루는 정상사회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관념적 이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철학적이면서 실천적 전망을 내놓음으로써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선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준다. 예컨대 공동체노동의 복원을 통한 다중노동체계 구축과 이를 위한 조건부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제안하고 이를 위해 헌법 32조의 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동시에 소비이데올로기에 예속된 현대인들에게 탐욕으로부터 해방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찾는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소중한 지침서다.
하성민
2.0
진영 논리를 욕하면서 자신은 진영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슬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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