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바쁜 일상에 쫓기는 아이들의 무거운 현실을 '학교에서 똥 누기'라는 가벼운 소재로 풀어낸 저학년동화. 초등학교 교사인 송언 작가가 실제 가르쳤던 개구쟁이 제자 '똥맨'을 주인공으로 쓴 이야기다. ‘학교에서 똥 누기’에 대한 서로 상반된 태도를 보여주는 '똥수'와 '똥맨'을 통해, 아이들을 짓누르는 일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아이들 스스로의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책의 주인공 똥맨 고귀남은 언뜻 보기에도 교사나 부모가 바라는 바람직한 아이상과는 거리가 먼 '문제아'다. 공부를 방해하고 선생님에게 말대꾸하는 것도 모자라 선생님 사진에 검은 띠를 붙여 놓고 곡 하는 장난까지 치는 대목에 이르면,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는 어른 독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똥맨'을 주목한 까닭은, 학교 공간을 자기와 친구들의 놀이터로 만들어 버리는 똥맨의 모습에서 '마법사'의 면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똥맨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힘(장난기, 재치, 유머, 웃음, 뻔뻔함 등)'으로 '불가사의한 일(지루한 공부 시간에 재미 불어넣기, 대부분의 아이들이 끔찍하게 여기는 ‘학교에서 똥 누기’를 아무렇지 않은 일로 바꾸어 놓기 등)'을 행하는 마법사다. 글쓴이 송언은 '작가의 말'에서 "나는 똥수 같은 아이들에게 똥맨처럼 살아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아이들이 각각의 개성과 고민은 무시당한 채 학교라는 틀에 갇혀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이 작품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개성 '넘치는' 주인공 마법사 똥맨을 등장시켜 어린이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