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타이완의 실력파 추리소설가 천지무한의 대표작. 발표 당시 ‘타이완 독자들이 뽑은 재미있는 추리소설’, ‘꼭 읽어보고 싶은 책’에 선정되는 등 인기를 끌었고, <13.67>로 잘 알려진 찬호께이에게 “단 한 장면도 지루하지 않다”는 극찬을 받았다. 엽기 살인사건과 선정적인 내용을 소개해 시청률을 올리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황색 저널리즘’을 주요 소재로 삼아, 시신을 찾는 추리의 과정과 시청률을 올리고 특종을 잡기 위한 방송국 내부의 치열한 암투 과정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본격 추리소설과는 다른 독특한 개성과 차별성을 보여준다. 6개월 전 여성 세 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설치예술가 팡멍위는 자살하며 시신을 숨긴 곳과 네 번째 피해자에 대한 단서를 남긴다. 아직 셋의 시신도 찾지 못했는데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제4의 피해자를 찾으라고? 이 점이 기존 추리소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작가의 말처럼 “전통 추리소설의 최종 목적이 ‘범인 찾기’라면, 『네 번째 피해자』 이야기 전개의 목적은 ‘피해자 찾기’에 있다. 그리하여 마지막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종반으로 치닫고, 숨겨진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엽기 연쇄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저명한 설치예술가 팡멍위 그는 끝끝내 시신들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은 채 자살한다. 한편 그의 유언은 네 번째 피해자의 존재를 암시하는데…… 약 6개월 전, 일명 ‘팡멍위 연쇄살인사건’이 타이완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유명 설치예술가로 수백 건의 공공건설 사업에 참여했고, 타이베이시 국회의원 경선에 추천되기도 했던 팡멍위가 세 명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 시신의 행방에 대해 시종일관 침묵해 왔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건전지를 삼켜 자살을 시도하고, 죽기 직전 유언으로 네 번째 피해자가 있음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세 시신이 숨겨진 곳에 대한 단서를 그의 마수에서 도망친 유일한 생존자 저우위제에게 전달했다고 언급한다. 언론의 열띤 보도로 대중은 6개월 전의 악몽 속으로 되돌아간다. 검경에 의해 중요 증인으로 분류된 저우위제는 언론과 한바탕 격투를 벌이고, 다른 경로를 통해 시신의 행방을 암시하는 단서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타이완 전역에서 ‘시신 찾기’ 열풍이 불어 닥친다. 저우위제는 여러 언론사의 인터뷰를 거절하고 오로지 ‘탕런글로벌’ 방송국과만 인터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탕런글로벌 방송국의 간판 아나운서 쉬하이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우위제의 협조 하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한다. 쉬하이인과 방송국 후배이자 추리소설가인 아탕의 추리와 보이지 않는 손의 도움으로 피해자들의 시신이 하나둘씩 발견됨에 따라 대중은 점점 공포에 휩싸인다. 언론의 공세가 맹렬해질수록 진실은 서서히 은폐되고, 배후에 숨어 있는 진범의 손길은 네 번째 피해자에게로 향한다. 이제 누군가가 살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론 뉴스가 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행방을 찾을 수 없어야 뉴스가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건의 수수께끼를 푸는 추리 외에도 언론의 생태나 방송국의 현실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말만 잘하는 TV 속 패널들, 미디어 매체의 살인적인 보도 경쟁, 방송국 내부의 치열한 암투 및 가혹한 업무환경 등 언론의 무질서한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언론계 종사자들은 시청률과 ‘특종 및 단독’을 따내기 위해 양심을 배반하면서도 자신이 이미 교활한 범죄의 그물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와 더불어 누리꾼들의 정제되지 않는 거친 글과 행동 역시 생생히 담아낸다. 네 번째 피해자를 찾아가는 본 사건의 진행 외에도 중간 중간 편집 형식을 달리하여 ‘실시간으로 나오는 언론보도 및 SNS 반응’이 삽입되는데, 이는 독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달코자 시도한 작가의 의도이다. “독자들은 박진감 있게 전개되는 중심 스토리 사이에 각종 뉴스 보도와 루머, 네티즌들의 댓글, 심지어 프로그램 예고가 등장해 독서 흐름이 끊긴다고 느낄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대로 흐름을 따라가며 사건을 해결하려는 독자들은 겉보기에 3할의 진실과 7할의 거짓이 섞여 있는 단편적인 뉴스의 등장이 가독성에 영향을 준다고 불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 역시 내가 의도한 바이다. 원한 적 없으나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의 습격’은 현실에서 언론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과 비슷하지 않은가!”(작가의 말 중에서) 『네 번째 피해자』는 타이완 추리소설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천지무한이 10여 년의 침묵을 깨고 내놓은 작품으로, 타이완추리작가협회에서 타이완 언론의 무질서한 행태를 연쇄살인사건과 잘 결합한 사회 고발 소설이란 평을 받았다. 보통의 추리소설과 달리 범인이 아니라 피해자를 찾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면서도, 언론과 대중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이 책은 현재 영화로도 제작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소설 속 두 주인공의 대화는 언론의 진실이 과연 어디쯤에 있을지 생각하게 만든다. “누님, 제가 언론의 위대함을 느낄 때는 양심 없는 악덕 상인을 고발하고 부정부패 공직자를 말문이 막힐 정도로 추궁해 부정한 일을 폭로하는 순간이에요. 하지만 지금처럼, 우리 역시 언제나 무고한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우위제의 어머니는 오늘 이른 아침부터 난데없이 각 언론사 헤드라인 뉴스에 오르내리며 그동안 정의롭다고 여겼던 인간들한테 시달리고 있잖아요. 만일 언론에서 확실히 검증된 내용을 보도하면 이런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 선량한 시민이 상처받지 않고 뒤에 숨은 진짜 범인을 처벌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타이완에 뉴스 채널이 하나밖에 없어서 기자들이 더 이상 고생해서 단독을 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봐. 그러면 과연 이런 이상적인 미래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