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더 나쁜 쪽으로 _011
샌프란시스코...
과감한 형식실험을 통해 사회비판적인 목소리를 강렬하게 표출해온 김사과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그가 그리는 세계는 여전히 암담하지만, 격정적으로 내달리던 그의 서술은 이제 그 호흡을 고르고 냉철하게 이 세계를 진단하기 시작했다. ‘더 나쁜 쪽으로’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이 세계가 완전히 끝장난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질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아직 더 나쁜 쪽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 비교급의 희망을 그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번 소설집의 값진 발견이다. 1부에 실린 소설들은 한국이라는 좁은 무대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그의 소설의 최근 경향을 보여준다. 공간적 배경이 외국으로 설정된 작품뿐만 아니라 구사되는 언어의 경계마저 허물어진 전위적인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특유의 냉철한 시각으로 한국사회를 좀더 깊이 관찰하고 비판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3부에는 그가 쓴 시들이 처음 묶였다. 장르가 바뀌어도 현대사회를 향한 신랄한 비판과 뚜렷한 저항의식은 여전하다. 1부와 2부에서 접한 소설 속 인물의 육성이 3부의 시 속에서 문득 들려오는 경험으로 독서를 완결함으로써, 이 소설집을 김사과가 구축해낸 또하나의 완전한 작품세계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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