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과학 콘서트》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의 정재승,
이번에는 영화로 배우는 신경과학 아카데미를 열다!
《과학 콘서트》,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등의 전작들에서 독자들을 과학에 쉽고 재밌게 접근하도록 이끈 저자가 이번에는 신경과학 세계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저자는 천체물리학을 공부하던 중 아주 복잡한 시스템을 연구하는 ‘복잡계 과학’을 만나면서 이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인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 분야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인간을 둘러싼 우주의 기원을 연구했다면, 이제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인간 심연의 우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영화 속 극단의 강박과 편집증에 시달리는 주인공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연구 대상이다. 뇌의 생물학적인 특징과 신경정신질환에 걸린 인간 뇌의 변화들을 통해 주인공의 삶을 이해하고,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며, 결국 그 안에서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존재 본질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작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가 젊은 과학도가 스크린에서 발견한 과학을 공유하는 과정이었다면, 이 책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는 마흔 즈음의 신경과학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에 건네는 위로인 셈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결벽증, ‘메멘토’의 기억상실증, ‘아이다호’의 기면발작…….
영화 속 주인공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좀처럼 더러운 것을 참지 못하는 결벽증, 뭐든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증, 사랑하는 사람까지 잊어버린 기억상실증,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이런 증상들은 왜 생기는 것일까? 책은 깊은 관계는 부재하고 피상적 관계만이 증식하는 오늘, 주요 질병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들 정신질환을 영화를 통해 살핀다.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심한 결벽증을 보이는 소설가가 사랑을 통해 치유받는 과정을 그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발작적으로 찾아오는 잠 속에서만 어머니를 만나는 슬프고 불안한 청춘을 담은 ‘아이다호’,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충격으로 현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메멘토’ 등 정신병리학에서 주요 텍스트로 삼을 만큼 신경정신질환을 내밀하게 다루고 있는 영화들이다.
심리학, 정신분석학, 사회학적인 접근과 더불어 저자가 중점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런 질병이 발생할 때 인간의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다. 예컨대 신경과학자들은 강박증이 충동성, 공격성, 불안 등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결핍과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고, 기억상실증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 자체가 뇌가 기억을 저장하는 방법을 밝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정신질환을 유전 형질로 결정되는 질환으로 한정 짓고 약물로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방법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생학적 주제를 바탕에 두고 있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다루며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듯, 책은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는 ‘유전자 결정론’을 공고히 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 정신분석학, 사회학 분야의 연구와 더불어 ‘결국 인간을 덜 아프게 하기 위한 다른 방향에서의 노력’임을 강조하고 있다.
‘에일리언’의 동면캡슐, ‘화성침공’의 생체이식, ‘멀티플리시티’의 인간복제 기술…….
뇌는 인간의 욕망에 어떤 답을 해주고 있을까?
저자는 스크린에 투사된 인간의 외모에 대한 집착과 늙고 병들지 않으려는 욕망 등에 응답하기 위한 생명과학의 고군분투 또한 담고 있다. ‘에일리언’에서 여자 주인공이 잠들어 있던 동면 캡슐은 위험한 장기 수술과 장기간 우주여행을 위해 연구되고 있으며, 아나운서의 머리를 개의 몸에 붙이는 경악스럽고 우스꽝스러운 ‘화성침공’의 설정은 기능이 다한 신체 기관을 신체 이식으로 대체하려는 연구를 하는 학자들에겐 전혀 우스운 설정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뇌가 있다. 과학자들은 동물의 뇌에서 분비되는 ‘엔케팔린’이라는 호르몬이 동면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혔고, 원숭이 전신 이식을 통해 머리에 다른 사람의 신체를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과학자들도 있다. 책은 이와 더불어 복제 인간 문제를 다룬 ‘멀티플리시티’, 에볼라 바이러스를 모티프로 한 ‘아웃브레이크’ 등을 통해 유전자, 바이러스, 진화의 이슈까지 인간 생명을 둘러싼 놀라운 과학적 사실들을 풀어냈다. 우리 안에 내재했으나 이제껏 몰랐던 과학이 영화를 통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1부 13장과 2부 ‘생명공학, 인간의 욕망에 답하다’는《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2002년도 판)》의 생명과학 분야의 원고 중 신경과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원고들을 가져와 재배치한 것이다. 뇌와 의식의 관계를 넘어 뇌와 육체의 관계까지 아우르며 신경과학 분야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