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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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은 하늘에 걸리고, 반쪽에 땅에 걸린 매개와 소통의 공간을 찾아 수로왕릉부터 광해묘까지, 방방곡곡 왕릉 기행서 방송통신대학교의 ‘입담꾼’으로 불리는 국어국문학과 손종흠 교수의 본격 왕릉 기행서이다. 대학에서 우리 고전시가를 가르치고 있는 손종흠 교수의 ‘생활 전공’은 여행을 넘어선 기행紀行. 고전문학 속에 등장하는 역사적 장소를 직접 찾아보고 그곳에 얽힌 신화와 전설 및 역사 자료를 30년 넘게 축적해 왔다. 책에 실린 왕릉 사진들도 대부분 직접 촬영한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실 안에서 우리나라 고전문학에 얽힌 신화와 역사, 전설과 민담을 연구하고 소개해 왔다면, 이번 책은 그 내용을 그 자리에 가서 살피고 확인하는 일종의 ‘현장학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신화와 역사를 살펴볼 현장으로 언제나 그곳에 있어 온,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모를 왕릉만 한 것이 없다. 왜 왕릉 기행인가? 이 책에는 가야의 김수로왕릉부터 조선 중기의 광해군묘까지 총 18개의 왕 무덤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나라로는 가야·백제·신라·후백제·고려·조선 등 6개 왕조에 이르고, 기간으로는 거의 1,500년간의 우리 역사를 담고 있다. 왕릉이 북쪽에 있어 갈 수 없는 고구려 왕릉과 대다수의 고려 왕릉을 제외한, 책에 실린 18개 무덤은 특히 사연 많고 할 얘기 많은 왕 무덤들이다. 저자는 그 왕릉들을 직접 답사하며 차곡차곡 쟁여 온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 놓는다. 왕릉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다. 신화, 전설, 민담, 역사, 토속신앙, 건축, 미술, 복식 등 당대의 거의 모든 문화 현상들이 녹아 있는 종합적 문화 콘텐츠이다. 무덤은 산자와 죽은 자를 연결하는 매개이며, 이승과 저승을 이어 주는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무덤의 주인이 살아생전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 한을 품고 생을 마감한 경우, 이런 현상들이 한층 심화되고 널리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 무덤, 그중에서도 사연 많은 왕의 무덤은 당대인들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간직한 훌륭한 문학적·문화적 예술 현장임을 이 책은 보여 준다. 광해군묘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신라 시조 중 한 명인 혁거세왕은 왜 능이 5개일까? 일제는 왜 김수로왕이 묻힌 구지봉에 길을 냈을까? 문무왕은 대왕암의 어디에 묻힌 것일까? 전라북도 익산의 쌍릉의 주인공이 정말 무왕과 선화공주의 무덤일까? 공양왕의 무덤은 왜 3개이고, 의자왕의 무덤은 왜 텅 비어 있을까? 이성계의 건원릉은 왜 벌초를 하지 않을까? 단종의 장릉에 심어진 소나무 한 그루의 정체는? 선조의 목릉에 놓인 석물들은 왜 그리 못생겼나? 광해군묘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전국 방방곡곡에 사연 없는 고을은 없지만, 우리 왕릉에는 유난히 많은 사연들이 담겨 있다. 왕릉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 문화적 의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해당 인물의 전기와 당대의 정치적·역사적 사건들, 관련 문학작품들에 실린 전설과 노래, 이를 근거로 생산된 다양한 유적과 유산까지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알고 보면 슬프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무덤 하나하나에 감춰져 있다. 무덤에 뿌려진 그 많은 눈물과 이야기 역사기행서를 표방한 이 책은 과거의 역사 이야기와 현재의 왕릉 현장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며 무덤 주인공의 이승과 저승을 펼쳐 보인다. 생전에 이별하고 죽어서야 다시 만난 이야기, 결국 죽어서도 이별하게 된 사연이 당대 무덤 양식과 후일담 및 설화와 어우러져 입체적으로 되살아나 지금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재미없는 소풍지로만 기억되는 왕릉들에 그 많은 눈물과 피가 뿌려져 있는 줄 누가 알았을까. 비단 조선시대 왕릉만이 아니다. 공주에 가면, 경주에 갈 때, 경기도 파주에 갈 때에도 책에 담긴 이야기를 새기고 간다면 현장에서 영화나 뮤지컬 한 편쯤은 거뜬히 구상하고 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