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1. 책 소개
≪고금소총(古今笑叢)≫은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만들어진 설화집으로 편자(編者)와 연대(年代)가 밝혀져 있지 않으나, 당시에는 성(性)과 관련된 풍자와 해학으로 서민을 위한 또 다른 해방구이자 카타르시스 역할을 해왔다. 속칭 육담(肉談)으로 불렸으며, 문헌과 구전(口傳) 등을 통해 이어졌다.
송인(宋寅)이 엮었다고도 하나 확실하지 않으며, 1958년 민속학자료간행회에서《고금소총 제1집》이 간행되었는데, 이 속에는 서거정(徐居正) 편찬의 , 강희맹(姜希孟)의 , 송세림(宋世琳)의 성여학(成汝學)의 , 그밖에 편찬자 미상의 등 11종류의 소화집이 한데 묶여 있다. 그 안에는 총 82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이 중 약 3분의 1 가량이 육담(肉談)에 해당한다. 어면순. 속어면순, 촌담해이, 기문 등은 거의 육담으로 채워져 있고, 어수신화, 진담록, 성수패설, 교수잡사에서는 육담이 전체의 3분의 1 내지 2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태평한화골계전, 파수록, 명엽지해에는 육담이 거의 실려 있지 않다. 《고금소총》은 흔히 음담패설집으로 널리 알려있는데, 그만큼 낯 뜨거운 내용이 가득하다. 그러나《고금소총》에는 음담패설(淫談悖說)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우스운 이야기를 모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2. 책 내용
《고금소총》에는 고품격의 해학(諧謔)과 교훈적 풍자(諷刺)도 많다. 고금소총은 우리 민족(民族)의 이야기로 한국판 이솝우화(寓話)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솝우화가 풍자에 역점을 두었다면 고금소총은 풍자와 해학을 접목(?木)시킨 것으로 더 우수하다.
또한 이솝우화는 한 작가에 의한 것이지만, 고금소총은 이 땅에 살았던 모든 이들, 임금에서 하층민인 천민(賤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階層)이 참여를 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민초(民草)들의 삶의 조각들이 해학적이면서 때로는 아프게 와 닿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몇 세기 후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연민이자, 시대를 뛰어 넘는 역사성이다.
어쨌거나 토속적 해학 문학의 백미(白眉)라 불리는《고금소총》. 비록 지식인들인 사대부(士大夫)에 의해 한문으로 수집된 소화집(笑話集)이지만 그 안에는 사대부(士大夫)만이 아닌 백성들의 너무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웃음과 눈물이 깃들여 있다. 신분의 격차에 의해서 민초들이 겪게 되는 삶의 양상은 차라리 눈물겹다. 꾸며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민초들의 실생활이 느껴지는 이유는 있는 사실 그대로 기술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 먹고살기 급급하고 무미건조하기만 하다. 조금도 양보할 여유가 없는 대결양상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반걸음, 한 숨만큼만 늦춰 가는 여유를 고금소총에서 찾아보는 독서의 지혜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파수록>의 집필자 부묵자(副墨子)는 이 책을 보고 “좋으면 법도로 삼고 나쁘면 경계로 삼아서, 이에 따르고 스스로 경계하면 음담(淫談)과 야한 말들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에로스(Eros)와 포르노(Porno)의 차이는 무엇일까? 보는 이의 ‘인식에 대한 차이’이다. 책을 관능적이고 마음의 향락(享樂)을 얻기 위해 읽는다기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智慧)와 경험해보지 못한 간접경험을 얻기 위해 읽는다면 무엇보다 좋은 책이 될 것이다.
3. 독자대상
《고금소총(古今笑叢)》은 어면순(禦眠楯)이나 파수록(破睡錄) 등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선비들이 글을 읽다가 졸음이 올 때, 졸음을 쫓거나 잠을 깨우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특히 부묵자(副默子)나 야사씨(野史氏)는 소화(笑話)나 해학(諧謔)을 알리기보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소재로 인용한 것으로 보이며, 옛사람들의 인간관계나 성품들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다만 민초(民草)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며, 양반들의 무한한 권세(權勢)와 계급적 차별이 지나칠 정도로 관념화 되어 있고, 왕성한 사대주의(事大主義)와 양반사회를 풍자(諷刺)하는 민초들의 이야기들이 일부 보이기도 한다.
기존에 출판된 고금소총들이 번역보다는 자의적인 첨삭(添削)과 지나친 윤문(潤文)이 많아서 본래적인 고금소총의 맛을 알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원문(原文)과 하나하나 대조하여 가급적 의미전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직역(直譯)을 하였다. 원문을 구하여 함께 일독(一讀)한다면, 부족한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원문을 해석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인문학적인 흐름을 알고 싶거나, 《고금소총》의 원문을 강독하거나, 조선선비들처럼 졸음을 쫒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풍부한 어휘력이 필요할 때 읽을 수 있다.
다만, 드문드문 남녀 간의 음양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므로 적어도 고등학생 이상의 나이는 되어야 이해가 되는 내용들이 많다. 풍부한 주석을 달아 두었지만 직접 찾아본다면 어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많은 것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