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진실

로버트 그루딘 · Humanities
3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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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관점으로 풀어낸 ‘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세계. 디자인은 우리에게 심리적 윤리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힘이 조작되면 아무리 미묘한 방식을 취한다고 해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디자인과 진실>은 이러한 디자인이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일본 다도(茶道)부터 이탈리아 미술의 마니에리즘(기교주의), 토머스 제퍼슨의 사저 몬티첼로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디자인에 담겨 있는 아름다움과 추함, 진실과 거짓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 책은 나아가 정치적 경제적 권력이 인공적 환경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권위주의와 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좋은 디자인이 진실을 말한다면 나쁜 디자인은 거짓을 말한다. 나쁜 디자인의 거짓말은 권력의 획득이나 남용과 관련된다”고 말한다. 책은 또 겉치장에만 열을 올리고 본질을 외면한 디자인이 초래하는 끔찍한 비극을 이야기한다. 대표적 사례가 세계무역센터다. 거대한 금권이 만들어낸 이슬람 양식의 이 건축물은 근본주의자에게 오만한 도발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9.11테러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는 해석이다. 저자는 인문학자 특유의 인본주의를 내세우며, 디자인은 생활 방식과 삶의 철학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이데거나 루소의 철학에 대한 디자인적 관점을 내놓는가 하면, 현대 사회에서 리더의 역할까지 디자인이라는 맥락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디자인을 사용하고 디자인 안에서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통찰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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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한국어판 해제(박해천) 옮긴이의 말 프롤로그_ 센노 리큐와 혁신의 패러독스 1부 소통으로서의 디자인 - 디자인과 진실, 그리고 권력 1장 좋은 디자인은 진실을 말한다 2장 디자인과 진실이 서로에 대해 말해주는 것 3장 비극이 된 디자인 - 세계무역센터의 건설과 파괴 4장 엣셀(Edsel)의 법칙 - 나쁜 디자인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5장 암흑의 디자인 6장 디자인과의 대면 2부 자기창조로서의 디자인 - 디자인과 지식, 그리고 에너지 7장 조르조 바사리와 디자인 개념의 확장 8장 그림 속의 여인 - 르네상스 미술의 디자인, 그리고 파격 9장 제퍼슨의 발자취 - 자기 디자인의 형태 10장 제퍼슨의 묘비 - 디자인의 은유적 확대 11장 지식 디자인으로서의 자유 12장 기업의 재 디자인, 그리고 지식 사업 13장 시간을 디자인하기 14장 사적 지식(Private Knowledge)의 디자인 에필로그_ 진실을 디자인하기 저자 주석

Description

권력은 인공적 환경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9.11테러에서 디자인서울까지, 권위주의 디자인이 부른 비극 2011년 여름 서울, 부촌의 대명사인 강남 중심가에 발생한 기록적인 수해 탓에 수많은 예산을 쏟아부은 디자인서울 프로젝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을 디자인 수도로 삼겠다는 다소 엉뚱한 기치 아래 서울을 번듯한 도시로 만들려는 수많은 노력이 지난 몇 년간 기울여졌다. 하지만 도시의 본질이어야 할, 그 안에 사는 시민의 삶과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디자인과 진실》은 이런 맥락에서 겉치장에만 열을 올리고 본질을 외면한 디자인이 어떤 비극을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여러 가지 사례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다. 건축가 미노루 아마사키가 세계무역센터의 디자인을 맡게 되었던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건물에서 일하고 살아가게 될 사람들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디자인을 의뢰한 뉴욕항만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지음으로써 뉴욕시의 경제적 번영을 온 세계에 과시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건물에 입주하게 될 사람의 안전이나 삶의 질보다는 임대면적을 최대화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에 훨씬 큰 관심을 기울였다. 결국 탄생한 것은 ‘거대한 너비와 높이로 주변 지역의 규모를 왜곡되어 보이게끔 하고, 맨해튼 도심이 표출하는 언어를 한 쌍의 내뱉어진 욕설로 만들어버린’ 쌍둥이 빌딩이었다. 더구나 임대면적을 극대화한다는 목적 아래 적절한 보강구조와 대피 시설이 마련되지 못했고, 이는 9.11 테러의, 인명 피해를 더욱 참담하게 만들었다. 항만청의 요구 탓에 설계상에 엄청난 변형이 이루어지고 난 후 야마사키는 “이 건물은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 위원회가 마구 주물러댄 결과물일 뿐”이라고 불평했다. 그러나 야마사키 자신도 이 비극에 일조한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러 건축 프로젝트를 통해 이슬람 문화 및 빈라덴 가문과 인연을 맺고 있었던 야마사키는 세계무역센터 앞의 광장을 “월스트리트의 좁은 시가와 보도로부터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터이자 ‘메카’로 만들겠다”며 실제 메카의 중정과 똑 닮은 공간을 창조해냈다. 광대한 정사각형의 광장에는 이슬람교 사원의 뾰족탑을 연상시키는 두 개의 거대한 정사각형의 타워가 정점을 이루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건물 표면을 장식하던 촘촘한 선조(線條) 세공은 성스러움을 드러내는 이슬람식 문양이었다. 이는 이슬람 문화의 표현양식만을 알고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 건축가의 무지와 오만의 결과물이었다. 이슬람의 법은 신성함이 담긴 표현을 세속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며 처벌은 매우 가혹하다. 이슬람을 상업주의로부터 정화하고자 하는 근본주의자에게 야마사키가 만들어낸, ‘상업을 경배하는 모스크’의 상징물은 하나의 저주로 여겨졌을 뿐이다. 거대한 금권이 만들어낸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은 근본주의자에게 오만한 도발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세계무역센터를 끔찍한 테러의 대상물이 되고 말았다. 결국 본질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이 겉모양의 형식만을 차용한 디자인이 불러올 수 있는 비극의 극단이었다. 9.11 테러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서울의 기록적인 수해는 디자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12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계디자인수도 서울 국제컨퍼런스>의 개회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해 “서울의 위험 도시 이미지를 디자인으로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책의 해제에서 박해천 교수가 지적했듯이, 군사적 충돌의 위협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당사자 간의 정치적 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다. 그것이 문제의 본질에 충실한 행위의 방식일 것이다. 또한 로버트 그루딘의 ‘디자인’ 개념에 근거하면, 이런 행위 역시 ‘뜻을 세우고 그에 따라 밀고 나가는 과정’으로서 하나의 디자인인 셈이다. 오세훈 시장의 발언에서 그의 디자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그에게 디자인이란 도시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주체인 시민이 아니라 밖에서 도시를 보는 제3자를 의식해 도시의 외형적 모습을 ‘관리’하는 방편이었던 듯하다. 《디자인과 진실》은 잘못된 디자인은 권력의 남용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권위주의와 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좋은 디자인이 진실을 말한다면 나쁜 디자인은 거짓을 말한다. 나쁜 디자인의 거짓말은 권력의 획득이나 남용과 관련된다.” 이 책이 소개하는 '디자인 비극'의 사례는 다양하다. 세계무역센터뿐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의 휘황찬란한 성당부터 1950년대 후반 포드의 추한 엣셀 자동차까지, 인간이 디자인한 수많은 인공물이 실제의 기능을 넘어선 과잉된 메시지를 표방한다. 디자인은 우리에게 심리적이며 윤리적인 힘을 행사한다. 그 힘이 조작되면 아무리 미묘한 방식을 취한다 해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일본 다도(茶道)부터 이탈리아 미술의 마니에리즘, 제퍼슨의 몬티첼로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서로 연관이 없는 듯한 주제를 넘나들며 디자인이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나아가 정치적, 경제적 권력이 인공적 환경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로버트 그루딘은 《디자인과 진실》를 통해 인문학자 특유의 인본주의를 내세우며 사회 변화의 촉매로서의 디자인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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